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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72시간 (하야시 노부유키·야마지 다쓰야, 공명, 2018.)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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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72시간 (하야시 노부유키·야마지 다쓰야, 공명, 2018.)

Dog君 2018. 3. 31. 13:36


1. 일전에도 적은 것처럼, 나는 IT산업의 발전과 4차산업혁명이 가져올 장밋빛 미래... 뭐 그런 거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다. 좀 더 정확히는, 그런 말만 주구장창 늘어놓는 사람에 대해서는 거의 적대적이다. 기술의 발전에 수반되는 윤리와 도덕 문제 그리고 사회적 문제들을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윤리의 문제가 그저 인공지능에 심어야 하는 기계적 알고리즘의 하나 정도에 불과할리가 없잖은가.


2-1. 이 책의 저자가 독자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구글과 야후재팬이라는 회사가 동일본지진이라는 미증유의 자연재해에 맞서서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했는지, 그러므로 구글과 야후재팬의 조직작동방식이 얼마나 훌륭한 것인지를 말하고 싶었을까. 아니면, 구글과 야후재팬이 제공한 첨단 IT기술이 재해에 맞서는데 얼마나 유용한 도구로서 기능했는지를 말하고 싶었을까.


2-2. 저자의 의도가 어느 쪽이건 상관없이, 내가 느낀 바는 명확하다. 그 모든 기술에도 불구하고, 결국에 남는 것은 ‘인간’이라는 사실이다. 구글이고 뭐고 하는 집단에서 제공하는 그 많은 기술과 서비스들을 동원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결정이고, 그것이 초래할 여러 차원의 문제에 대해서 책임지는 것도 어디까지나 ‘인간’이다. 어떤 기술을 어떻게 동원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도 ‘인간’이며, 기술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인간'이다. 기계가 알아서 해 주는 것은 하나도 없고, 인간의 선의와 결단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누군가 서비스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자신의 판단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도와줄 사람이 필요한 경우에는 메일링 리스트에 올리는 형태로 차례차례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런 프로젝트 모두가 햇빛을 본 것은 아니다. 진행 중에 동료와 상의하여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들도 있었다. 그러나 모두 일단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프로젝트 실현을 향해 전력질주했다. (p. 23.)


  그렇다면 화상 데이터로 보내온 명단을 어떻게 검색할 수 있게 할까? 이와 같은 의도로 구글은 고도의 화상처리 기술을 개발했다. (중략) 기술은 해마다 발전해서 손글씨도 높은 확률로 인식하지만 아직 인간의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다. 특히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쓴 대피소 명단의 글자는 갈겨 쓴 것들이 대부분이다. 미국팀이 OCR 기술을 사용해 작업 효율을 높일 수 있을까 없을까 검증했는데 현실성이 낮았다. 

  구글 사내에서는 대피소 명단을 디지털 데이터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검토되었는데, 가족과 지인의 안부 정보를 얻으려는 사람들에게 한시라도 빨리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결국 가장 원시적인 방법을 쓰기로 했다. 즉, 사람이 사진을 한 장 한 장 확인해가며 쓰여 있는 이름과 그 외의 정보를 퍼슨 파인더에 입력하는 것이다. (pp. 44~45.)


3.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 ‘인간’을 물고 늘어져야 하는 것이다. 기술이 여전히 인간에게 종속된 것이라면, 그것은 결코 가치중립적일 수 없다. 기술은 언제나 그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의 가치판단에 종속되어 있다. 인공지능이 바둑도 두고 소설까지 쓰는 이 시대에, 그래도 우리가 여전히 ‘인간’의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그거 아닐까. 예컨대 시민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가게의 영업을 재개하도록 설득하고 이 모습을 온라인으로 공개한 일은, (기본적으로는 긍정적인 사례라고 하겠지만) 특정한 인간(들)의 판단과 그에 따른 기술적 지원에 의해 사람들의 집단심리를 조종할 수 있다는 반증 아닐까. 재난에 대처하는 인간의 선의라는 점에서 이 사례는 긍정적이지만,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여론 조작도 이거랑 똑같은 메커니즘에 따른 것 아닌가. 그러니까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IT기기를 ‘얼마나 능숙하게’ 쓰느냐도 중요한 일이겠지만, 그와 함께 IT기기를 ‘어떻게 윤리적으로’ 쓰느냐의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는 거지.


  2011년 3월 하순, 센다이에서는 지진 재해의 혼란이 어느 정도 수습되었는데 아직 셔터가 닫힌 채 장사를 하지 않는 가게도 적지 않았다. 이렇게 한산한 상점가의 모습은 시민에게 불안감을 준다고 생각한 센다이상공회의소 쪽은 상점 주인을 설득해 가게 문을 열도록 부탁했다. (후략) (p. 121.)


4. 첨단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그에 대한 접근 능력은 곧 사회적 능력의 차이로 이어진다. 이른바 ‘디지털 디바이드’라고 하는 것인데, 사실 이건 계급의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다. 디지털 정보에 대한 접근 능력이 곧 사회적 능력이 되는 사회라면, 그것이 초래하는 새로운 계급 격차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줘야 한다. 그러니까 이렇게 또 우리는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 계급의 문제로 돌아오는 것이다. (내가 이래서 ‘호모 데우스’에 동의할 수 없는 것이다. ‘진화=계급’이라고 말하는 건, 곧 사회진화론 아닌가.)


  그러나 동일본 대지진은 세대와 지역에 따른 디지털 디바이드가 상상 이상으로 심각했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평소에 지역주민과의 신뢰관계를 어떻게 쌓을까, 몸과 마음의 건강을 어떻게 유지할까, IT 서비스와 피해자를 연결해 줄 인재를 어떻게 육성해야 할까. 정보기술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과제를 안게 되었다. (p. 210.)


교정.

21쪽 5줄 : 프림 라마수와미(Prem Ramaswami)

35쪽 3줄 : 프렘 라마스와미(Prem Ramaswami) -> 같은 인물인데 한국어 표기가 서로 다르다. 이 인물은 이후에도 나오는데 표기가 통일되어 있지 않다.

48쪽 5줄과 12줄 : Wiki -> ‘Wiki’라는 단어는 5줄에서 처음 등장하는데, 'Wiki'에 대한 설명은 5줄이 아닌 12줄에 있다.

216쪽 14줄 : CSV 형식(쉼표를 기준으로 항목을 구분하여 저장한 데이터-옮긴이) -> CSV 형식에 대한 설명은 145쪽에 이미 등장했기 때문에 여기의 옮긴이 설명은 불필요하다.

216쪽 15줄 CVS라면 -> CSV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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