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24/07 (6)
Dog君 Blues...
중요한 것은, 이렇게 해방 이후 '실증주의 사학'이 사회경제사학의 '탈식민' 연구를 비판하며 보수 우파 입장에서 새로운 탈식민의 방법·과제를 제시했음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1970년대 이후 고려·조선시대 관료제사회설의 본격적 대두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에 입각해 식민주의 역사관을 반박하며 조선도 '보편'적 역사발전단계를 거쳤음을 증명하려 했던 사회경제사 연구의 탈식민서사를 한국사를 연구하는 데 서구 중심적인 이론을 빌려온 것이라 비판했던 바로 그 학자들이, 해방 이후 고려 사회가 "관료제"였는지 아니면 "귀족제"였는지를 둘러싼 치열한 논쟁에 적극 개입하면서 한국 사회 스스로가 고려-조선시대로의 전개 과정에서 근대화된 관료제사회로 발전하고 있었음을 증명하는 연구를..
야심차게 준비하던 제1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의 성공적 수행은 가장 큰 과제였다. 특히 3조 2천억 환이라는 막대한 소요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 그중에서도 전체 비중은 27.8%이지만 제2차 산업 부문에서만 43.4%를 차지하는 외자를 어떻게 도입할 수 있을지는 1961년 말까지도 막막한 상태였다. 쿠데타 발발 이전까지, 미국의 DLF 공공차관 8건의 허가 외에 한국이 외국으로부터 직접 돈을 빌려온 전례는 전혀 없었던 터였다. "현 상태에서 외자가 도입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 "군사정부의 성패는 외자가 계획한 대로 도입되느냐에 달려 있다"는 발언이 최고회의 내에서 나오고 있었다. 이에 더하여 외자도입을 타진하던 군사정부가 마주한 국제질서는 냉전 체제 경쟁의 본격화 속에 차관 거래에서의 민간기..
제가 잠시 서리북을 읽을 수 없었던 때에 나왔던 것을 이제야 하나씩 따라잡으며 읽는 중입니다. 박훈 선생님 글은 그때도 좋았군요. ^^ ----- 그러나 이 작가에게 조선 민족의 "민족적 생명력"과 "무서운 깊이"는 어디까지나 미실현의 포텐셜일 뿐이다. 가야-신라-백제의 옛터를 여행하는 그의 뇌리에 박혀 있는 것은 이 민족의 장구한 정체성(停滯性)이다. 이와 관련된 구절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빈번히 출현한다. (...) 더 고약한 것은 이 정체(停滯)에 대한 향수를 잔뜩 표현한다는 것이다. (...) 그렇다면 시바는 전통주의자이며 아시아 중심주의자인가? 천만의 말씀, 정반대다. 그에게 일본의 역사는 중국이나 조선 같은 아시아적 정체를 돌파한 역사다. 그 계기는 사무라이 사회의 성립이다...
자기 생각과 비슷한 책을 읽는 것은 일반적으로 딱히 생산적이지 않습니다. 원래 했던 생각을 그대로 반복, 아니 더 강화시키기만 하는 독서는 아집과 편견으로 가는 지름길이기 마련이거든요. (유튜브 알고리즘처럼 ㅋ) 그런 점에서 보면 서리북 14호는, 목차만 봐서는 그렇게 막 끌리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번 기획인 '믿음 주술, 애니미즘'이 딱히 제 취향도 아니었구요. 하지만 이번에도 그런 제 생각은 그저 선입견이었습니다. '믿음, 주술, 애니미즘'이라는 주제는 단지 무속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인 신념 체계 전반까지 아우르는 것이었고, 학술 차원에서는 각종 유사 학문까지 다뤘습니다. 특히 유사 과학에 대한 권석준의 비평(「패턴의 자동 완성이 주는 편안함과 쏠림 - 『왜 사람들은 이상..
각 잡고 쓴 연구서나 논문이 절대로 빠뜨리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연구사 정리'죠. 이게 있는지 없는지만 봐도 이 책이 주된 독자로 상정한 것이 전공 연구자인지 비전공 독자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연구사 정리'란 어떤 책과 논문이 다루는 주제가 과거에는 어떻게 연구되었는지를 정리하는 과정입니다. 기존의 연구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공백이 어디인지, 혹은 기존의 연구가 무엇을 주장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순서죠. 저희 식으로 표현하자면 '골리앗'을 세우는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 『역사와 지식과 사회』는,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한국전쟁 연구사 정리'입니다. 그런데 연구사 정리라는게 박사논문 정도에서도 길어봐야 10여 쪽 남짓 나오는 것이 상례인데, 어쩌다가 이 책은 ..
사람 일이라는게 말이죠, 참 알다가도 모를 것이라서 별의별 일이 다 일어납니다. '역사'란 아마도 그런 일들의 총집합일지도 모릅니다. 역전에 역전을 거듭했던 오나라와 월나라 이야기나 열두 척으로 수백 척의 일본군을 이긴 명량해전 이야기, 국민당군에게 처절하게 개박살나고 공중폭격까지 맞아가면서 1만km 가까이 거지꼴로 쫓겨다니던 공산당군이 불과 10여년만에 압도적인 전력 차이로 사회주의 체제를 건설했노라는 이야기 등 역사 속에는 세기의 명승부가 꽤 여럿입니다. 그러니까요, 인생 모르는 겁니다. 그런데 그런 명승부는 사실 우리 곁에서 거의 매일 일어나고 있습니다. 월요일 빼고 매일 같이 치러지는 프로야구 말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야구만큼 경기 간격이 좁은 프로 스포츠도 없을 겁니다. 그런 야구경기에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