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24/08/06 (5)
Dog君 Blues...
(...) 이기을은 「전기 3사의 통합과 경영합리화」에서 통합만으로 조선전업주식회사와 경성전기주식회사, 남선전기주식회사의 부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그는 오히려 중요한 것은 재무구조를 정상화하고 사기업 원칙에 입각한 경영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설비의 가동률이 낮고 전력 손실이 지나치게 많으며 노동생산성이 낮아서 발생하는 수지결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해법을 제시했다. 이익관리 제도의 채용을 통해 재무관리를 철저히 하고 최고경영자의 지도 이념과 관리 능력을 확립하며, 종업원의 기능 숙달을 통한 노사 협조가 전제되어야 한다. 또한 노사정이 일치단결해서 철저한 경영 합리화를 하고, 서비스 개선에 힘써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각주: 이기을, 1961.10..
'서울의 봄'이라는 역사적 용어를 사용했음에도 영화는 모든 시선을 군 내부의 권력투쟁으로 가둔다. 이 과정에서 엄혹한 유신 시절에조차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바쳤던 재야 운동권 세력과 운동권 학생들,그리고 추상적이나마 민주화될 한국 사회를 꿈꾸며 기대감에 부풀었던 시민들의 모습은 재현되지 않는다.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영화 〈서울의 봄〉에는 '진짜' 서울의 봄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진짜 문제는 이러한 영화 속 서사로 인해 '서울의 봄'이라는 역사 용어가 실패를 상징하는 표현으로 읽힐 가능성마저 있다는 점이다. 영화 속 이태신의 패배는 역사적으로 민주화된 한국을 꿈꿨던 시민사회의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 '참군인' 이태신과 권력투쟁에서 패배한 유신의 잔당들은 신군부의 권력욕에 무너졌지만..
사실 '근대화'와 '반외세'라는 용어 속에는 단지 억압받던 현실로부터의 해방이라는 의미만이 아니라, 식민주의,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논리를 구조적으로 내장하고 있던 국가 간 세계 체제 안에서 더 좋은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욕망과 경쟁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용어들은 의도 여부와 무관하게 내셔널리즘을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그러한 역사 인식에는 식민주의나 제국주의를 근원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시야가 거의 닫혀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서구의 경험을 추종하는 서구중심적, 근대중심적 역사 인식과 서술에 대한 성찰과 극복이 요청된다. 국민국가나 내셔널 히스토리에 대한 비판은 이미 꽤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왔다. 예컨대 1990년대 말부터 수용된 국..
완성된 초고를 학과에서 개최하는 소규모 학술대회에서 발표하고, 피드백을 받아 보완해서 학회에 발표하거나 투고하는 시스템이 갖춰진 학과에서는 자기 논문의 약점이 무엇이고 어디를 보완해야 하는지, 투고할 만한 수준이 되는지를 이미 설정된 단계적 절차 속에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그러나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학과의 경우 평가, 보완, 투고할 학술지의 결정 등 모든 것이 개인에게 떠맡겨진다. 그러나 논문을 쓰고 투고해본 적이 없는 과정생들에게 이런 부담은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이다. 정리하면, 박사과정생들은 석사과정과 동일한 수업을 들으면서 방법론, 이론, 데이터, 프로그램, 글쓰기 방법 등등 연구자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들 중 많은 부분을 개인이 알아서 학습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
계승범은 인조반정이 충보다 효를 강조하는 소위 '효치국가'가 성립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강조하고, 이를 조선의 유교정치에서 나타난 일종의 특수성으로 해석하면서, 이 특수성으로 인해 근대 국민국가 형성이 저해되었다고 보았다. 오수창은 기본적으로 조선시대 유교적 전통에 입각한 사대부 세력의 정치로부터 서구적 근대성이 전해지기 전부터 싹트고 있던 한국의 '고유'한 근대성의 맹아를 찾을 수 있다고 보는 입장에서, 인조반정을 당시 조선의 정치질서와 가치기준에서는 비상한 상황에 대한 조선 국가체제의 정상적 작동으로 보았다. 양자가 이러한 주장들을 내세워 팽팽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에, 이 두 주장은 일견 인조반정이라는 중대한 국면을 전후한 조선왕조의 정치를 얼마나 근대지향적인 정치로 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상반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