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君 Blues...
2014년 8월 19일의 근황 본문
1. 우울하다. 매우 우울하다.
2. 사실 지금까지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오늘 상현씨가 내게 감정기복이 심하다는 말을 했다. 언제는 기분이 성층권 뚫고 돌파하는 새턴V형 로켓트처럼 치솟아 오르다가도, 또 언제는 맨틀 뚫고 외핵 내핵까지 파고 들어가는 모구라 탱크 같다. 정말로 정상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이 정도로 심하면 안 될 것 같다만은, 평생 이러고 살았는걸 인자 와서 우짜겠노.
3. 의외로 내 주변에는 독실한 신앙인들이 많다.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에 걸쳐 철저하게 냉담자로 살던 기원이가 어느 순간, 자신이 구원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며, 기쁨에 차서 내게 말하던 때의 눈빛이 지금도 기억난다. 그보다 조금 더 전의 나는 이데올로기가 세상을 구원할 거라 믿었지만, 그게 아니었다. 물론 신앙 역시 그럴 힘이 없다는 걸 알지만, 적어도 나는 그런 단단한 믿음의 반석도 하나 못 만들어놓지 않았나.
4. 예전에, 세상을 보는 눈이 명징하고 주관도 뚜렷했을 때는, 내 속에 뭔가 결핍된 느낌이랄까 박탈감이랄까 뭐 그런게 컸던 것 같고, 그런게 삶의 원동력 비슷한 것처럼 작동했던 것 같다. 이제 나는 내 삶에 꽤 만족하고 있고, 더 많은 것을 가지려는 노력도 별로 안 한다. 그래서 그런가. 통장에 찍히는 숫자는 조금 늘어났지만, 삶의 원동력은 현저히 약해진 것 같다. 어제와 오늘의 나는, 지금 내 옆의 그 작은 기쁨이 불면 날아갈까 떨어지면 깨질까 노심초사하고 있잖은가.
5. 교종 방한 기념으로다가 '교황과 나'와 '시민 K, 교회를 나가다'를 읽었다. 그 책 읽다보니 내가 쓰는 말도 영혼 구원 뭐 이러고 있네 ㅋㅋㅋ. 이제는 종교도 더럽다고 욕먹는 시대다. 아무리 세상에 믿을 건 나 뿐이라지만, 사회적 인간이 어떻게 그러고만 살겠나. 이럴 때 종교라도 자기 자리를 잘 지켜주면서, 인간 영혼의 최후의 보루, 좀 더 구체적으로는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정신상담소 역할을 해줘야 되는데, 세상이 뭐 이러냐, 에이 퉤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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