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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진정한 진보를 꿈꾸는 시민이라면 한국 현대사라는 옷의 첫 단추가 왜, 어디서부터 잘못 끼워졌는지 그 구체적인 궤적을 반드시 직시해야 합니다. 날조된 신화에 맞서 역사적 사실과 근거로 당당히 반박할 수 있는 힘이야말로 우리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상식이자 자부심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대한민국이라는 시스템의 시작이자 거대한 오류의 시발점이기도 한 역사의 중심에는 누가 서 있을까요? 바로 이승만입니다. 이 책은 이승만이라는 날조된 건국신화를 넘어서는 '진보를 위한 첫 번째 대한민국사'입니다. (7~8쪽.) 우리는 6월 1일이 왜 '의병의 날'인지 안다. 1592년 임진왜란의 불길 속에서 홍의장군 곽재우가 최초로 의병을 일으킨 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충일은 어떠한가? 국가 공식 기록은 '망종(亡種, ..
애초에 일본 제국주의가 없었다면, 우리 민족이 연해주까지 가서 살아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애초에 일본 제국주의가 없었더라면, 그 침략적 제국주의가 러시아와 한판 대결을 붙지 않았더라면, 연해주에 러시아가 지금까지 눌러앉아 있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우리 민족의 역사인 고구려와 발해가 과거 약 천 년 동안 오늘날의 랴오닝과 만주, 연해주에 자리 잡았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 초기에 만주 지역과 연해주 지역으로 이동한 한국 사람들의 상황은 고구려, 발해의 영광과는 완전 딴판으로 고생문이 훤하게 열린 것이었다. (168쪽.) 그런데 이렇게 분단 되어 상극(相剋)의 발전을 보이는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일본의 침략적 제국주의가 만든 나라의 분열이었다. 애당초 일본이..
김옥균 등 개화파는 우정국郵政局이라는 근대적 우편제도를 도입·실행하는 기관을 설치하고자 했다. 핵심은 당시 지방관직제도에서 왕이나 중앙 관료의 명령이 서원이나 지방 유림을 거치지 않고 직접 도달하게 하려는 것으로, 여기엔 세도가 문벌 가문 노론에 의해 좌절된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 조치를 혁명적으로 부활시키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었다. 민영환을 위시한 여흥민씨 삼방파가 이를 잠자코 지켜봤을리 없다. 이때 등장한 인물이 바로 우봉이씨 집안에 제사를 모시기 위해 양자로 들어간 뒤 과거에 장원급제까지 한 이완용이다. 민영환은 이완용을 내세워 '해방영'이라는 희한한 군사 조직을 만들고, 김옥균, 서재필을 위시한 개화파를 배척해버린다. 이에 갑신정변이 일어나고 모두가 알다시피 청나라에 의해 좌초되고 말았다. (..
(...) 진정한 역사학자란 기록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기록을 토대로 하되 끊임없이 그 기록의 진실성을 의심해서, 기록 뒤편에 있는 진정한 진실을 찾아 움직여야 한다. (4쪽.) 역사에 상상력을 더하는 기획을 출판사에서 나에게 제안하며 드라마 〈대장금〉의 이야기를 했다. (...) 이는 조선에서 여성이 출세할 수 있는 최고의 전문직이었던 궁중 수라간 최고상궁이라는 것을 통해, 조선 시대에서도 여성들만의 세상이 있었다고 강력하게 호소하는 것이었고, 이 호소가 오늘날의 일반 대중들에게도 여럿 먹히는 요소들이 있었다. (...) 〈대장금〉과 같은 역사 스토리를 42꼭지 골랐다. 찾아보려면 더 찾을 수 있겠지만, 이 정도면 문제 제기를 하는 입장에서는 참으로 잘 골랐다 싶을 정도로만 골라냈다. 독자들은 ..
1986년 일반인 대상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과 북한의 축구경기에서 누구를 응원하겠는가라는 설문에 76.6%가 미구이라 했고 북한은 21.3%에 그쳤다. 그러나 대학생 대상 조사에서느 그 비율이 36.1%와 57.9%로 역전되었다. 1987년 11월 여론조사에서는 이것이 역전되어 일반인들도 42.9%만 미국을 응원하겠다고 했고 북한 응원이 55.4%나 되었다. 불과 1년 만에 대미관과 대북관의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1989년에는 미국 응원 비율이 27.8%로 줄은 반면 북한 응원 비율은 71.2%로 증가했다. 그럼에도 1988년 10월 여론조사에서는 미군 철수 운동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64.9%에 달했고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은 30.9%에 그쳤다. 대중의 반미는 오락가락하는 것처럼 보였다. 1..
저자의 박사학위논문 『1960~80년대 원주지역의 민간 주도 협동조합운동 연구 : 부락개발, 신협, 생명운동』을 책으로 다듬은 것입니다. 700쪽이 훌쩍 넘는 벽돌책이라 일단 겉모습만으로도 독자를 압도합니다. 내용 역시 독자를 압도하는데요, 1960년대 이후 한국 협동조합운동의 역사를 지학순 주교가 이끈 민주화운동으로 잘 알려진 원주 일대를 주무대로 서술하면서 이 일대의 리 단위 마을에서 수행된 각종 협동조합운동, 마을자치운동, 그리고 주민의 소득 증진을 위한 각종 사업들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디테일하게 설명됩니다. 수없이 많은 활동가의 이름과 지명이 쉴 새 없이 등장해서, 뭘 또 이렇게까지 지독하게 쓰셨나 싶은 마음에 책장을 덮고 싶었던 적이 몇 번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다보니 협동조합운동의 역사에 대..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에 대한 첫인상은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그간의 한국사 이해를 두고 '트라우마'나 '테라피'를 운운하는 것에도 수사rhetoric가 너무 과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민족사관고등학교를 나와서 카투사에서 복무하고 구미의 유수한 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한 것을 두고 "주류에 속하지 못한 채 늘 변방을 서성이는 경계인"이라는 저자의 자기소개부터 다소 의아했거든요. 아니나다를까, 첫 장부터 '개벽'을 던지길래 현실에서 2cm쯤 뜬 이야기가 되겠거니 싶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어갈수록 이 이야기들을 범상하게 넘길 수만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스스로도 여러 차례 이야기하는 바, 저는 그간 한국근현대사가 '결핍'과 '불완전'의 서사로 일관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국주의에 의해 강제로 이식..
2013년에 개봉한 영화 '관상'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장면은 수양대군의 등장씬입니다. 한국영화 전체를 통틀어도 역대급 등장씬으로 꼽힐 그 장면은, 수양대군을 이야기할 때마다 인용되면서 수양대군의 전형적인 이미지가 되어버렸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도 다 아는 그 장면 덕분에, 역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수양대군은 다 알게 됐다고나 할까요. 그 장면 덕에 수양대군을 설명할 때 구구절절 설명을 늘어놓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또 이게 마냥 좋으냐 하면 또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대중매체가 생산한 이미지가 너무 강한 선입견으로 자리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야심으로 똘똘 뭉친 '관상'의 모습이 너무 강한 나머지 역사적 인물로서의 수양대군(세조)을 차분히 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될..
제목의 1931년은 강주룡이 을밀대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해이고 2011년은 김진숙이 영도조선소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해입니다. 둘 사이에는 80년의 시간 차이가 있지만 여성노동자의 고공농성이라는 점에서 꼭 닮았죠. 그리고 이 책은 두 사건을 시점과 종점으로 놓고 한국 여성노동운동의 역사를 연대기적으로 살펴봅니다. 그런데 이 책이 설명하는 여성노동운동의 역사는 단지 사용자(자본가계급)와의 투쟁만은 아닙니다. 이 책은 그에 더하여 여성노동운동에 대한 몇 가지 편견에도 도전합니다. 이 책이 맞서는 첫 번째 편견은 여성 노동자의 투쟁이 스스로의 주체적인 활동이 아니라 누군가 배후에서 조종한 것이 분명하다는 편견입니다. 여기에는 여성 노동자가 스스로 쟁의를 이끌만한 역량이 없을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습..
12.3을 민주주의(의 역사)의 관점에서 어떻게 보아야야 할까요. 대다수의 평론은 12.3을 과거로의 퇴행 내지는 미달성된 민주주의의 산물로 보는 듯합니다. 따라서 '내란 극복' 논의 역시 군부독재로부터 이어지는 일군의 세력을 청산하고 여전히 미완성 상태인 민주주의를 완성시키자는 정도로 귀결됩니다. 물론 '내란 세력'이 70~80년대 군부독재로부터 인적으로나 사상적으로 자유롭지 않은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또 그렇게 생각하고 나면 그간 우리의 민주주의는 아무런 진전도 없었던 것이냐, 87년의 성취는 대체 무엇이냐, 하는 등등의 질문이 꼬리를 뭅니다. 『역사비평』 이번 호의 특집 '혐오의 역사와 극우정치'는 이런 점에서 독자의 눈길을 끕니다. 이 특집은 87년 체제의 성취를 있는 그대로 긍정하면서도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