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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이제 슬슬 그만 읽고, 뭔가를 쓸 때가 되었습니다. 이미 많은 글과 책이 나왔지만 저 나름대로 몇 자 보태볼까 싶습니다. 초기 커피하우스에 제공된 커피 원두는 유대인들이 주도하던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를 통해 암스테르담에 들어온 제품이었다. 1640년 서유럽 최초로 암스테르담 상인이 예멘의 모카에 커피를 주문하기 시작했고, 이후 동인도회사를 통해 보급되었다. 커피가 아직은 일상의 음료가 아니라 일종의 약품으로 취급되던 때였다. (61쪽.) 1651년에 동인도회사 포수로 입사하였다가 바타비아에 도착한 이후 서기 임무를 맡았던 하멜은 조선에서의 13년 억류생활 끝에 1666년 일본을 거쳐 고향으로 돌아가서 《하멜표류기》를 발간했다. (...) 이 시기 동아시아를 방문했던 하멜을 비롯한 네덜란드 상인들의 ..
1751년 여름 안음현(지금의 함양군 안의면)에서 발생한 기찰군관 두 명에 대한 살인사건을 추적합니다. 사건이 비교적 단순한 것에 비해 기록은 꽤 상세하고, 그러면서도 서술이 스피디하고 분량도 많지 않기 때문에 읽는 재미가 참 좋은 책입니다. 방송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이 책의 관심은 살인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것에만 있지는 않습니다. 이 책은 살인사건의 진실을 따라가면서 동시에 조선시대의 형사사건 조사 절차도 충실하게 설명합니다. 저자는 조선시대 형사 절차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억울함이 없도록 하는 것'이었다고 말합니다. 피해자에게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정확하고 엄정하게 수사하는 것은 당연하고 용의자 역시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쓰는 일이 없도록 하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목표 아래 수사 과정에..
'카카듀'는 1927년 이경손이 만든 커피점입니다. (오랜 시간 조선인이 세운 최초의 커피전문점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그보다 앞서 이성용이 세운 백림관(伯林館)의 존재가 최근에 확인되었습니다.) 카카듀는 몇 달만에 문을 닫았지만 그 풍경은 조선일보 1940년 2월 14일자에 안석영이 쓴 '은막천일야화 : 다방 "카카듀"에 나타난 "하와이"의 아가씨 "미쓰 현"'에 상세히 묘사되어 있습니다. 박서련의 『카카듀』는 여기에 등장하는 '미쓰 현'이 현앨리스라는 상상력 위에 쓰여진 책입니다. 안석영의 글에 묘사된 '미쓰 현'과 실제의 현앨리스는 상당 부분 일치하고 동일인물일 가능성도 매우 높기는 합니다. 실제로 두 사람을 동일인물이라고 확언하는 사람도 꽤 여럿입니다. 하지만 1928년을 전후한 현앨리스의 행적은..
2~3년 전부터 신체능력이 확연히 꺾이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눈이 많이 나빠지고 머리숱도 확연히 줄었으며 달리기 속도도 점점 늦어지는 중입니다. (저와 라조기가 독서모임을 처음 시작한 것이 30대 초반이었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지났습니다...) 이런 정도로 급격하게 노안과 탈모가 오기에는 좀 이르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봐야 어차피 몇 년 내에 겪을 일이었으니 그저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겠죠. 신체의 (다소 급격한) 노화를 겪다보니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새삼 되새기게 됩니다. 저 역시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인지라 나이를 먹을 수록 참견하고 싶고 훈계하고 싶고 생각 깊은 척 하고 싶은 마음이 커집니다.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그런 마음부터 억눌러야 하는데 그게 참 쉽..
역사를 공부하는 것도 결국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일과 매한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역사 연구의 대상인 '과거'도 과거 어느 시점에는 '세상'(혹은 '사회')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대개의 경우 역사는 오늘의 세상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방책이 되곤 합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꼭 역사학만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역사학 같은 학문은 물론이고 각종 예술 역시 각각의 방식으로 세상을 더 잘 설명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고예나의 소설 『오션토피아』 역시 그런 노력의 일환입니다. 이 소설은 지난 몇 년 간의 한국 사회와 정치를 바닷속 생물들의 이야기에 빗대어 들려줍니다. 『오션토피아』의 이야기는 장수거북과 폼폼크랩 등이 아쿠아리움을 탈출해 바다로 돌아가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바닷속 생물들은 ..
제238회에서 읽은 책은 김승우 등이 쓴 '투자 권하는 사회'입니다. 2024년 말 기준 대한민국에서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의 숫자는 1,410만 정도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4 정도인데, 여기에 부동산 투자를 포함하고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가족 구성원까지 생각하면 숫자와 비율은 훨씬 더 올라갈 겁니다. 우리 중 대부분이 어떤 식으로든 '투자'와 관계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하긴, 물가인상률이 금리를 추월한 것이 한참 오래인 상황에서 투자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려운 지경이죠. 저도 별 다르지 않아서, 요즘 친구들과 만나서 나누는 이야기는 대부분 투자로 귀결되곤 합니다. 김승우 등이 함께 쓴 『투자 권하는 사회』는 이러한 투자 열풍이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의외로 익숙한..
알렉스 카프와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는 미국 정치와 주식 투자에 관심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요 몇 년간 가장 많이 주목을 받은 대상 중 하나일 겁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그와 팔란티어의 행보에 대해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많지만, 그들이 미국의 정책결정과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행보를 이해하기 위해 그의 목소리에 한 번쯤 귀기울일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이 가장 힘주어 말하는 것은 공학자들이 국가와 공동체 수준의 추상적 가치를 지금보다 훨씬 더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최근의 공학적 성취들은 대부분 개별 소비자의 필요에 호응하고 있을 뿐 국가나 사회 공동체의 목적과 정체성에 대해서는 거의 고민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이러한 경향은 추상적인 비전과 윤리에 대한..
작금의 대한민국에서 부동산 문제는 정권의 명운이 걸린 중대한 문제로 간주됩니다. 선거 때마다 부동산 문제는 공약목록 상단에 위치하고, 새롭게 들어선 정권은 부동산 대책에 골머리를 앓습니다. 보통의 시민들에게도 집값과 땅값은 올라도 걱정이고 떨어져도 걱정입니다. 온 나라가 부동산에 울고 웃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런데 이런 부동산 문제가, 단지 작금에만 문제였던 것이 아니라 수백 년 전 조선시대에도 중요한 화두였다고 하니, 구미가 당기는 주제입니다. 물론 조선시대의 부동산과 지금의 부동산이 같은 의미인 것은 아닙니다. 조선시대의 토지는 거의 유일한 생산수단이었지만 지금의 토지는 생산재로서의 의미는 거의 없죠. 집도 비슷해서, 조선시대에도 집값의 등락은 있었고 이를 노린 투자도 있었습니다만 지금처럼..
재기 넘치는 제목이 무엇보다 눈길을 끕니다. 제목의 '항해사 흰닭'은 하멜과 함께 조선에 표착한 '헨드릭 얀손'을, '파드레'는 '신부님(padre)'이라고 불렸던 가톨릭 선교사를, '오렌지 반란군'은 동아시아의 무역을 놓고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맞섰던 신흥세력인 네덜란드 상인을 지칭합니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이 책은 16~17세기 동북아시아의 무역권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한 스페인, 포르투갈,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이들을 경계하면서도 더 넓은 세상에 대해 조금씩 눈을 떠갔던 한중일 3국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그런데 이 짧은 요약에 나라 이름만 6개씩이나 등장한다니, 뭔가 좀 쎄-한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이 책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정보량이 많습니다. 여느 책이라면 일관..
'국가처럼 본다'라는 표현은 19세기부터 20세기 전반까지 서구 사회에 팽배했던 과학적·기술적 진보에 대한 강력한 낙관과 관련이 있습니다. 유럽사에서 벨 에포크(Belle Époque)라고들 불렀던 이 시기는 인간의 역량에 대한 무한한 낙관이 지배하는 시대였습니다. 세상의 모든 지식과 질서와 법칙을 인간이 언젠가는 다 파악할 수 있을 것이고 이를 통해 사회구조와 인간의 삶을 최대한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재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죠. 그리고 이러한 계획은 당대의 모든 역량이 집결된 국가를 통해 비로소 실현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야심을 '하이 모더니즘'이라고 부릅니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국가 내에 존재하는 인구, 토지, 농업 수확량, 부의 규모 등을 정확히 파악하는, 빈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