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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1-1. 이 책을 산 이유는 두 가지다. 우연히 발견한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카페에서 무척 저렴한 가격으로 이 책을 팔고 있었기 때문이 첫번째이고, 고교 시절 문학 문제집에서 읽었지만 그 출처는 잊어버리고 말았던 몇몇 문장들이 김승옥의 소설 '서울 1964년 겨울'의 첫머리임을 우연히 알게 된 것이 두번째이다. 그리고 읽다보니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도 언젠가 인상깊게 읽었지만 그 출처를 잊어버렸던 문장들이었음이 기억났다. 2-1. 고교 시절, 나의 환상은 '서울'과 '어른'에 있었다. TV를 통해서, 혹은 몇 년에 한 번 정도 서울의 친척집에 갈 일이 있을 때에만 제한적으로 보고 들었던 '서울'은 (내가 살던 지방 중소도시에는 없는) 다양한 물건들과 사람들과 분위기들이..
1. 장편이면 좀 다를라나...했는데, 김중혁 소설은 여전히 엔딩이 기괴하다. ㅋ 2. 이제 본격적으로 학기 시작이니까 소설을 읽는 호사는 이제 당분간 끝. 한 개의 점에 한 사람의 목숨이 묻혔다. 그걸 실감하기란 힘들었다. 목숨은 멀리서 보면 아주 작은 점에 불과했다. 나는 형의 죽음과 홍혜정의 죽음을 동시에 생각했다. 둘 모두 착한 사람이었다. 누군가를 해치려 한 적도 없었고, 모함한 적도 없었다. 내가 아는 한 자신의 성공을 위해 누군가를 밟고 일어선 적도 없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죽음은 세상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못했다. 누군가 못으로 바위를 긁어 만든 낙서보다도 옅은 흔적이었다. 나는 착한 사람들이 죽으면 세상에 커다란 변화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사람들의 소멸 때문에 지구의 무게가 가..
1. 소설가 정찬을 따라가보겠다는 새해 결심의 첫걸음을 막 디뎠다. 2. 물론 이 소설은 이탈리아의 베니스와는 별 관련이 없다. 만루장은 공설 운동장 뒷담 맞은편 길가에 있었다. 운동장 담 길을 오를 때 동네 아이들은 종종 신발을 벗고 도랑물 속을 걷곤 했는데, 건너편 만루장에서 흘러나오는 향긋한 내음에 코를 킁킁거렸다. 1960년대의 가난한 아이들에게 중국 음식은 호사였다. 값이 가장 싼 자장면도 보리투성이 밥에 비하면 정승 음식이었다. 만루장에서 어머니가 주문한 것은 놀랍게도 탕수육이었다. 아이는 탕수육이라는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먹어보기는커녕 들어본 적조차 없었다. 먹어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그 낯선 음식이 아이를 단번에 도취시켰다. 오묘한 형태와 빛깔에, 형언할 수 없는 향기에, 절미한..
1. 사람은 다 사람. 2. 그래야 나도 사람. 3. 근데 그게 엄청 어렵지. 고모가 노파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내가 삼양동 할머니의 집까지 차를 몰고 가는 동안 할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제가 혼자 지은 깊은 침묵의 방에 들어가 있는 듯했고, 진실로 중대한 일 앞에서 자신과 정직하게 대면하고자 고민하는 인간이 언제나 그렇듯이 그녀의 행색과 교양과 이런 것에는 아무 상관도 없이 위엄과 품위를 지니고 있는 듯했다. 오늘이 지나고 나면 그녀는 또 구부러진 허리로 빈 병과 신문지를 모아 자신의 통장에 3,150원이라든가 2,890원 같은 숫자를 찍겠지만, 돈이 많은 사람들을 보면, 그들의 쌀말이나 고기 근을 가지고 오면 어쩔 수 없이 비굴한 표정을 짓겠지만, 그 순간 그녀의 얼굴은 어떤 황후의..
1. 소설을 잘 몰라서 뭐라뭐라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마이너리그'에서 던져준 기대감을 무너뜨릴 정도는 아니다. 내 친구 중에는 세상의 인연이 다 번뇌라며 강원도 어느 절로 들어가다가, 시외버스 안에서 군인 옆자리에 앉게 되어 두 달 만에 결혼한 애가 있다. 인연을 끊겠다는 사람이수록 마음 깊이에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강하다. 벗어나려고 하면서도 집착의 대상을 찾는 것이 인간이 견뎌야 할 고독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中 (p. 17.) 물론 죽은 사람에게는 내일이라는 시간이 오지 않지. 모두들 내일이 온다는 말을 희망이 있다는 뜻으로 쓰고 있어.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리라, 우리에게 내일은 있다, 내일을 향해 뛴다...... 그런데 내일이 오는 것, 그것이 어떤 사람에게 희망이라는 걸까? 나에게 내일이란..
1. 저기 써있는 말마따나 나는 참말로 '삶에서 버릴 것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내 모습이 있기 위해서는 그간 내 삶의 아주 작은 것들 모두가 영향을 끼쳐야 하기 때문이다. 2. 그런 점에서 역사학이라는 학문은 좀 냉정한 면이 있다. 과거에 있었던 일 중에서 중요한(혹은 그렇다고 생각되는) 것들만 살아남아 역사가 되기 때문이다. 뭐가 중요하고 뭐가 안 중요한 건지 가끔 헷갈리는 나로서는 이런 자세가 지나치게 냉정하지 않나... 마 그리 생각한다. 3. 그렇기 때문에 소설책을 읽으면서도 작은 일 하나하나에 모두 애정을 잃지 않는 역사학도가 되어야겠다고 다짐 또 다짐. 4. 그나저나 은희경은 어떻게 이렇게 남자들의 세계를 잘 묘사한거지. 소설가라서 그런걸까 아줌마라서 그런걸까. 어쨌든 무다리 소..
0-1. 전에 여기에 썼던 한 서평에 저자께서 직접 댓글을 다신 이후로, 이 블로그에 올리는 서평에서 불만을 표현하기가 살짝 부담스러워진게 사실이다. 내가 다른 사람 글을 두고 좋으네 안 좋으네 할 처지가 안 되는게 엄연한 사실이니까... ^^;; 0-2.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이란게 매우매우 낮다. 그러면 또... 좀 불만스러운 점을 쓰는 것도 아주 나쁘지는 않겠지. 세상에 블로그라는게 얼마나 많으며, 서평이라는건 그보다 더 많으니까. 농땡이 대학원생이 혼자서 대충대충 쓰는 서평이니까... 1. 지난번에 읽었던 '펭귄뉴스'보다 아주 약간 감흥이 덜한 것 같다. 물론 그것이 소설 자체의 감흥이 좀 떨어져서인지, 현재의 내 상태가 감흥을 받기엔 너무 다운된 상태이기 때문인지는 확..
"글이 잘 써지는 날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13월이라거나 제8요일 같은 것이다. 글이란 1년 내내 잘 안 써지게 돼있다. 커튼을 내리고 있으면 게으르거나 무기력해지기 쉽고 그렇다고 활짝 열어놓으면 날씨의 영향을 받는다. 햇빛이 환하고 맑은 날엔 산만해지기 마련이다.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은 기분이 가라앉아 글이 잘 풀리지 않는다. 기분 좋은 소식이 오는 것도 반길 일이 못 된다. 기분 좋은 생각이란 한번 머리 속에 들어오면 좀처럼 다른 생각에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반대로 안 좋은 소식이 왔다면 그건 말하나마나이다. 기분 나쁜 날 글이 잘 써질 정도로 인생에 의외의 일이 자주 있는건 아니니까. 더구나 의외라는건 주로 나쁜 방향에서 찾아오는 법이다. 모든 상황이 이것처럼 고통스럽게 돌아가는데도 작가에게..
1-1. 내가 소설을 읽는 경우는 거개 두 가지인데 인터넷서점에서 책을 주문하다가 배송비를 아끼려고 싼 값에 할인 중인 소설책을 끼워넣거나 어떤 특정한 계기로 인해 어떤 작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경우이다. '펭귄뉴스'는 두번째 경우에 해당한다. 1-2. 내가 김중혁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은 것은 불과 몇 달 전으로 이동진이 진행하는 '빨간 책방'이라는 팟캐스트에 그가 고정 패널로 출연하고 있는 것이 계기였다. 그의 시덥잖은 언어유희에 나는 다소 매료되었고, 그의 소설책을 사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얼마 전에도 새 소설집을 냈지만 역시 누군가의 작품세계를 제대로 더듬으려면 첫 작품부터 보는 것이 순서인지라, 2006년에 나온 그의 첫 소설집을 골라들었다. 2. 소설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을 붙여야 하는지 ..
1. 정신차려보니 벌써 9월 27일이다. 개강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9월이 끝나간다. 언제는 안 그랬냐만은, 이번 달도 정말정말 시간 가는 속도가 F1 레이싱카 마냥 씽씽씽이다. 2-1. 바쁜 이유는 역시 수업 때문이다. 석사 과정 때도 그랬지만 박사 과정도 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거기에 입에 풀칠 좀 해보겠다고 일 몇 가지 더 하다보니 아 이러다 정말 죽겠다 싶을 정도로 너무 많은 업무스트레스와 너무 적은 수면시간과... 아 ㅅㅂ 정말 죽겠다. 2-2. 이번 학기에 과에 새로 부임하신 ㄱ선생님의 수업은 무척이나 흥미롭다. 선생님의 내공이야 학계에서 이름난 그대로였다. 수업시간에는 뭐라도 하나 더 얘기해주시려는 듯 3시간 꽉꽉 채워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가만히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뭔가 지식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