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전체 글 (1026)
Dog君 Blues...
기회가 될 때마다 말씀드렸습니다만, 저는 미술에 대해서는 정말 문외한입니다. 그래서 미술사에 대해서도 정말 아는 것이 없고 미적 감각 역시 그냥 0에 가깝습니다. 간혹 미술사 책을 읽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던 것도 이 때문이죠. 『보다 보면 보이는 미술사』는 그런 저에게 그래도 괜찮으니 용기를 내서 함께 시작해보자고 다독이는 책입니다. 그냥 들어서는 전혀 짐작도 안 가는 인상파니 야수파니 초현실주의니 뭐니 하는 어려운 개념들과 난생 처음 들어보는 사람 이름들을 늘어놓으며 독자의 기를 꺾어놓는 보통의 미술사 책들과는 달리 조각, 건축, 회화 등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특성으로 장chapter을 구분한 것에서부터, 이 책의 진입장벽이 얼마나 낮은지가 드러납니다. 그리고 이 책..
한국에서 차별 문제를 공부하면서 홍성수를 뺀다는 건 말이 안 되죠 ㅎㅎㅎ 차별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책을 몇 권 읽었는데, 단순히 당위를 강조하는 정도로 그치지 않고 명확하게 개념을 정의하고 법적 면에서 쟁점이 되는 사항 등에 대해 가장 잘 정리된 책 같습니다. 저 역시도 뭔가 모호하게 알고 있던 것들을 이 책을 통해 매끈하게 정리할 수 있었는데요, 저와 비슷한 모호함과 미심쩍음이 있는 분이라면 일독을 권합니다. 많은 사람이 2024년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극우 정치' 또는 '극우 포퓰리즘'을 우려하기 시작했지만 사실상 한국 사회의 극우화는 지난 10년 동안 혐오와 차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그사이 혐오와 차별을 선동해온 세력들은 비상계엄으로 인한 정치적 위기 국면..
20대 남성의 보수화에 대해 말들이 많습니다만 (물론 남성들의 목소리가 과잉대표되는 것은 심지어 이런 문제에서까지도 마찬가지구나 싶어서 그 또한 낙담 포인트입니다...) 제가 가장 궁금한 것은 지금의 20대의 경험입니다. 제가 알기로 지금의 20대는 세월호 사건과 박근혜 탄핵 등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자란 세대입니다. 이런 사건들을 당사자 자격으로 겪어온 20대가 된 왜 '이대남'이 되었는지, 저는 도통 모르겠습니다. 저는 2010년대 이후의 '일베화' 현상을 '진보/보수'의 잣대로 판단하는 것에 회의적입니다. 저는 작금의 현상이 90년대 중후반에 처음 등장한 온라인 하위문화에서 기원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온라인 하위문화의 특성은 '진보'가 아니라 '탈권위'에 가깝지 않나 싶거든요. 따라서 지금의 ..
인간은 언어를 통해 세상을 만난다고 하지요. 장미는 '장미'라고 부르지 않아도 여전히 아름답고 향기롭지만 우리는 '장미'나 '아름다움', '향기'라는 언어가 없다면 '장미'라는 존재를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도 없고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었던 '꽃'으로 범주화시킬 수도 없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우리의 사고가 언어에 의해 결정된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 제 주머니 안에 든 아이폰을 '아이폰'이라고 부르는 순간, 제 아이폰만이 가지고 있는 구체적인 성질들, 예컨대 깨져나간 귀퉁이라든지 뒷면에 묻은 손때라든지 고유한 성질들은 사라지고, '애플사에서 만든 스마트폰'이라는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속성만 남습니다. 따라서 제 아이폰을 '아이폰'이라고 부르는 순간 깨진 귀퉁이와 뒷면의 손때는 우리의 사고 속에서 ..
그간 우리 사회가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던 정체성들, 예컨대 젠더, 성소수자, 장애 같은 것들을 공공연하게 말하는 것이 종종 역차별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페미니즘이 딱 그러하지요. 언제부터인가 페미니즘을 반反남성주의의 의미로 쓰는 사람이 정말 많아졌죠. 그러다보니 '페미(니즘)'라는 단어는 거의 멸칭이 되어버렸구요. 하지만 제가 아는 바가 맞다면, 페미니즘은 여성과 남성을 대립 구도로 설정한 다음 어느 한편으로 기울어진 권력관계를 정반대로 되돌리는 정도의 단순한 지향이 아니라 기존의 젠더 정체성에 대해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그에 따라 젠더 질서를 재편해보려는 폭넓고 사려깊은 시도입니다. 따라서 페미니즘의 문제제기를 진지하게 수용한다면, 남성 역시 보다 다양한 남성성을 상상할 수 있게 될 것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