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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인간은 언어를 통해 세상을 만난다고 하지요. 장미는 '장미'라고 부르지 않아도 여전히 아름답고 향기롭지만 우리는 '장미'나 '아름다움', '향기'라는 언어가 없다면 '장미'라는 존재를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도 없고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었던 '꽃'으로 범주화시킬 수도 없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우리의 사고가 언어에 의해 결정된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 제 주머니 안에 든 아이폰을 '아이폰'이라고 부르는 순간, 제 아이폰만이 가지고 있는 구체적인 성질들, 예컨대 깨져나간 귀퉁이라든지 뒷면에 묻은 손때라든지 고유한 성질들은 사라지고, '애플사에서 만든 스마트폰'이라는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속성만 남습니다. 따라서 제 아이폰을 '아이폰'이라고 부르는 순간 깨진 귀퉁이와 뒷면의 손때는 우리의 사고 속에서 ..
그간 우리 사회가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던 정체성들, 예컨대 젠더, 성소수자, 장애 같은 것들을 공공연하게 말하는 것이 종종 역차별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페미니즘이 딱 그러하지요. 언제부터인가 페미니즘을 반反남성주의의 의미로 쓰는 사람이 정말 많아졌죠. 그러다보니 '페미(니즘)'라는 단어는 거의 멸칭이 되어버렸구요. 하지만 제가 아는 바가 맞다면, 페미니즘은 여성과 남성을 대립 구도로 설정한 다음 어느 한편으로 기울어진 권력관계를 정반대로 되돌리는 정도의 단순한 지향이 아니라 기존의 젠더 정체성에 대해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그에 따라 젠더 질서를 재편해보려는 폭넓고 사려깊은 시도입니다. 따라서 페미니즘의 문제제기를 진지하게 수용한다면, 남성 역시 보다 다양한 남성성을 상상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이 책에 대한 전반적인 감상은 저자의 전작 『대한민국 돈의 역사』와 거의 같습니다. 당위적인 가치판단을 잠시 뒤로 미뤄놓고 지금의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경제적 조건을 이해한다는 마음으로 차분히 읽어본다면, 저는 이 책이 꽤 괜찮은 한국현대경제사 입문서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도 여러분께 입문서로 권하는 일이 잦기도 하고, 제가 하는 강의에서 인용하는 부분도 꽤 있습니다. 물론 (당연히도!) 내 자산을 지키기 위한 인사이트라는 측면에서도 훌륭하구요. 각주를 달고 싶은 부분도 있긴 합니다. 『대한민국 돈의 역사』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임시토지수득세 부분은 (반론을 제기하기보다는) 보충 설명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임시토지수득세 덕분에 한국 정부가 단기간에 불어난 군대를 유지하고 전쟁 비용을 충당..
극우정치와 혐오, 차별, 불평등에 대해 공부할 일이 생겨서 챙겨 읽었는데, 밑줄 그을 부분이 많습니다. 의외인 것은, 이 자리를 통해 여러 번 소개해드린, 『역사비평』의 '혐오의 역사와 극우정치' 특집에 수록된 논문들과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이 서로 맞닿는 내용이 꽤 많다는 겁니다. 절차적 민주주의를 공고화라는 성과를 거둔 '87년 체제'가 작금의 극우정치 앞에서 무력한 이유에 대한 김윤철의 지적이라든지, 극우를 하나로 뭉뚱그릴 것이 아니라 뉴라이트와 얼트라이트로 구분해 보아야 한다는 손희정의 제안, 한국현대사에서 반공주의의 형태로 상존했던 극우가 작금에 이르러 어떻게 다양화되고 있다는 권수정의 지적, 이에 따라 극우의 기준선에 대해 고민해 보아야 한다는 권수정과 손희정의 지적 등이 그러합니다. 역사학 ..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권내현 선생님의 「한국 역사학의 현재성―조선시대 연구를 중심으로」입니다. 조선시대를 포함한 한국사 전반을 내재적 발전론이나 마르크스주의적 발전단계론의 틀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는 문제제기야 이미 고래적부터 있었던 것입니다만은, 그 이상으로 논의가 나아간다는 느낌은 좀체 들지 않았습니다. 이 글도 그런 답답함에서 출발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글은 우선 발전이니 지속이니 정체니 하는, 선형적인 발전도상을 전제로 한 개념들에 구애받지 말고(혹은 '이런 전제들에 낯설게 접근하고') 조선 특유의 작동 원리와 모순 극복 방식에 다가가 보자고 제안합니다. 또한 역사학이 오늘날의 모순을 극복하는 데 기여하는 방법도 그로부터 도출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합니다. 그간의 여러 '탈근대' 논의들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