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잡畵나부랭이 (18)
Dog君 Blues...
영화를 보면서 황정은의 '계속해보겠습니다'가 생각났다. 그것을 두고 "애써 침 같은 걸 꿀꺽 삼키면서, 그렇게 치밀어 오르는 무언가를 내리누르면서, 목구멍에서 힘들게 끄집어내는 말 같다. ... 그래도 꾸역꾸역 살아가는 것도 그런 식 같다"라고 쓴 적이 있는데, 이 영화가 딱 그렇게 느껴진다. 세상 근심 다 짊어진 듯 무게잡지 않으면서, 대단한 일 한답시고 유난떨지 않으면서, 자기 일에 충실한 사람들. 비록 그것이 기대한 결과를 거두지 못했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다시 다음 할 일을 찾아 떠나는, 비관주의자의 낙관(혹은 '직업적 성실함').
1-1. 대중문화의 가장 중요한 미덕이 '다양성'이라지만, 작금의 대중문화가 얼마나 '다양'한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좀 많이 있다.) 특히 여름철 극장가라는게 대개 그런 식인데 헐리우드와 충무로에서 쏘아올린 블록버스터들이 전국에서 뻥뻥 터지다 보니까 어지간한 결심 아니고서는 그 틈에 낀 작은 영화들을 보기가 참 어렵다. 가장 많은 인구와 극장이 몰려있는 서울에서도 여전히 작은 영화를 보기란 쉽지가 않다. 1-2. 틈새는 중심이 아니라 변방에 있는 법이다.30만 남짓하는 인구의 작은 도시인 내 고향 진주는 아무래도 발전가능성이라고는 별달리 보이지 않는 작은 도시지만, 외려 그 덕에 거대 자본의 시야에서 벗어난 모양이다. 거대 자본이 비집고 들어와서는 수지타산 맞추기 어려워보이는 덕분인지, 최근 들어 ..
1. 또다시 8월이다. 우리에게 8월은 (5월만큼이나) 의미가 깊다. 지난 세기의 전반(前半) 내내 우리를 짓누르고 있는 총칼의 힘이 일시에 거두어진 때가 8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8월을 맞는 우리의 마음이 아주 편하지는 않다. 그 '총칼의 힘'이 우리에게 남겨놓은 상처와 관성들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그 관성과 상처들 중 하나이다. 2. 영화에 대한 대단한 식견이 있는 것도 아닌 내가 뭐라뭐라 말할 입장은 못 되지만 약간의 개인적 친분을 무기 삼아 주제 넘은 평론을 좀 덧붙이자면, 감독 권효의 미덕은 큰 이야기를 크게 그리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첫 장편 '원 웨이 티켓'에서 감독은 감독 본인의 옛 친구들을 필름에 담았고, '잼 다큐 강정'에서는 강정 마을의 아이들과 함께 ..
0. 2009년 벽두에 용산 재개발 사업과 관련한 농성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5명의 농성자와 1명의 경찰특공대가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비현실적인 이주보상비에 이주 불가 입장을 고수한 일부 주민들은 한 건물 위에 망루를 짓고 농성을 개시했다. 불과 25시간만에 경찰특공대가 투입되었다. 이 과정에서 망루에 화재가 발생했고 농성 중이던 농성자 5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이 사망했다. 1-1. '두개의 문'이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는 방식은 역사학자의 그것을 닮아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인터뷰와 (경찰 채증 영상을 포함한) 현장 영상, 재판 과정에서의 경찰 측 진술 등을 종합하여 당시의 상황에 관한 최대한 많은 사실의 조각들을 늘어놓는다. 1-2. 이 과정에서 나레이션은 전혀 삽입되지 않고 자막 역시 일..
1-1. 영화 그 자체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자면... 확실히 수작이라고까지 말하기는 어렵다.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식이라거나 관객의 감성을 끌어내는 방식은 다소 진부한 편이다. 갑자기 10년전 이야기로 돌아가는 장면은 확실히 좀 에러가 아니었나...싶다. 게다가 중간의 폭격장면은 되려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수준... 설희(정려원)의 당돌한 성격도 '황태자의 첫사랑' 뭐 이런 느낌... 1-2. 출연진만으로는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데 오히려 그게 독이 된건 아닌가 모르겠다. 유해진, 변희봉, 김상호, 신정근 같은 이름은 어디에서 하나만 있어도 ㅎㄷㄷ할텐데 그 이름들이 한 영화에 다 몰려나오니 이런 일이 또 어디있을까. 강력하고 쟁쟁한 조연진이 오히려 김주혁과 정려원을 압도해보린 느낌. (그런 면에서 정려원..
시즌이 계속 될수록 상대역의 약발이 좀 떨어지는 감이 있는데 시즌 4의 John Lithgow도 그다지 압도적이지는 못한 듯. 그래도 대형 떡밥 투척만큼은 일품.
1. 얼추 빡빡이 중삐리 정도 즈음으로 기억하는데, 어디 친척집에 갔다가 어른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나 나누고 있길래 또래 친구도 없고 해서 책꽂이에 꽂혀있던 아무 소설이나 집어서 뒤적뒤적하려고 골랐던 책이 (운이 좋았던건지 나빴던건지) 이 '죽은 시인의 사회'. 진심으로 아무 생각없이 골라들었는데 앉은 자리에서 절반 정도를 후다닥 읽어버렸는데 그 때 꽤나 충격을 많이 받았었다. 적당하게 감정이입 조금 넣어주고 머리 속으로 상상력 발동해주면서 읽어가니 가히 쑈크가 "이거 완전 와땀다" 수준이었더라는거. 그렇게 보면 이 영화는 지난번에 썼던 '전쟁의 사상자들'에 이어 '10대의 충격' 두번째 시리즈 정도랄까. 2. 사실 영화로도 나왔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 아니었지만 소설과 영화의 차이가 (실망스럽게) 크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