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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事나부랭이

교토 여행

Dog君 2014. 10. 27. 19:09

  여권을 만든 것은 대학원에 입학한 후인 2007년이 끝나가는 겨울이었다. 학부 때는 공부든 여행이든 뭐든 별 관심이 없어서 그 흔한 어학연수나 배낭여행도 가 본 적이 없었고, 그래서 여권도 필요하지 않았다. 여권을 만든 것은 2008년 초에 한국과 일본에서 열리기로 예정된 대학원생 교류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는데, 여권 사진을 찍는다 구청에 신청을 한다 다시 수령하러 간다 등등의 부산을 떨고나서야 여권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여권을 만드는데 돈과 시간이 꽤 많이 든다는 것도 그때야 알았다. 그런데 정작 프로그램이 시작되자 지원금이 다 떨어졌다고 해서 일본에는 못 갔다.


  한 번 열어보지도 못한 채로 여권유효기간이 만료되는 좆됨 상황이 오지 않았던 것은 GRE 시험 덕분이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GRE 공부라는 것은 평생 살면서 단 한 번 쓸 일도 없을 것 같은 무시무시한 영어단어들과의 씨름인데, 한 석 달 정도를 졸라 빡세게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그 때 외웠던 단어들은 지금은 당연히 거의 다 까먹었고, meander(곡류하다), ramble(소요하다) 처럼, 한국어로 해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는 단어 몇 개만 기억에 남아있다. 뭐 암튼 그것 때문에 2박 3일 일정으로 필리핀에 다녀온 것이 첫 해외여행이었다. 첫날은 시험 준비, 둘째날은 시험, 셋째날은 숙취(;;;) 때문에 숙소 밖으로는 거의 못 나갔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재작년 독일 여행이 있었고, 작년 일본 출장, 올 초 베트남, 그리고 이번 교토 여행이다. 이 글로벌한 시대의 흐름을 정면으로 역행하는 우물안 개구리 라이프 스타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해외 여행 경험인데, 더 놀라운 것은 총 5회의 해외여행 중 2번을 지상현 및 청와대 선배와 함께 했다는 것. 불가에서는 옷깃만 스쳐도 전생에 만겁의 인연이 있었다고 한다는데, 이 두 사람과 나는 대체 얼마나 질긴 인연이 있었던 걸까.


  일본에 머무른 시간은 한 50시간이나 될까 싶긴 한데, 그 짧은 시간 동안 참 많은 일들을 겪었다. 전혀 의외의 어떤 분을 만나기도 했고, 트러블 때문에 숙소를 옮겼고, 거의 나가 떨어질 정도로 술에 취해서 새벽녘에 다리 밑에서 잠들기도 했다. 지난 베트남 여행이 그러했듯이 인상적인 관광지를 찾아본다거나 하는 것에는 지상현이나 정대훈이나 별 관심이 없기 때문에 그냥 사람들을 만나고 술 마시고 이야기하고 노닥거리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런건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잖느냐고 말할 사람도 있겠지만, 우찌 그렇기만 하겠노. 문 닫고 술 마시면 어디서 먹으나 다 똑같지만, 우리가 굳이 대성리니 강촌까지 가서 마시고 토하고(MT) 했던 대학생 때 추억을 떠올려보면 쉬이 이해가 가리라 생각한다. 일상을 영위하던 곳과 다른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흥분하니까.





  교토 여행에서 꼭 해보겠노라고 별렀던 것은 '철학의 길'과 '니싱소바'였는데, 철학의 길은 좀 어수선한 상황에서 걸어서 그랬는지 엄청난 영감이 팍팍 떠오른다거나 그러지는 않았지만, 이른 아침에 카페에서 노닥거리는 그 자체가 참 좋았다. 집 주변에 이만한 산책로 하나 있으면 내 인생도 좀 더 즐겁고 해피해질 것 같다고 생각했다. 훈제를 한 건지, 양념에 절여서 말린 건지 암튼 뭐 어떤 가공을 거친 청어가 들어가는 니싱소바에서는 예전에 학교 매점에서 팔던 오징어 다리 맛이 났다. 맛있었다. 다만 일본에서 먹은 모든 우동과 소바가 다 그렇듯이, 국물은 엄청 짰다(;;;). 일본 사람들은 국물을 마시지 않고 단지 흥건한 양념 정도로만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누가 말해주긴 했는데, 그렇다면 일본인들은 술 마신 다음 날 뜨거운 국물 훌훌 마시면서 속이 풀리는 그런 경험을 안 해본다는 말이잖은가. 일본인들도 참 딱하다.




  본의 아니게 아이폰6/6플러스를 직접 만져보았다. 만져보고 나니까 더 마음이 동한다. 지금 쓰는 아이폰4는 각그랜저의 느낌인데, 6/6플러스는 훨씬 더 곡선을 많이 쓴 것 같다. 원래는 당연히 6플러스를 사려고 했는데 막상 만져보니 생각보다 더 큰 것 같아서, 살짝 고민이 된다. 당장 예약을 해야겠다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11월에 정식으로 발매가 되고 요금제의 추이를 봐가면서 마음의 결정을 내려야겠다.


  지금은 간사이공항이고, 1시간 뒤에 비행기를 탄다. 다시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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