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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찰리 멍거는 워렌 버핏과 함께 세계 최고의 투자자 중 하나로 자주 거론되는 인물입니다. 『가난한 찰리의 연감』은 그가 남긴 원고와 강연록을 모은 책입니다. 작년 말에 출간되었으니 그의 명성에 비하면 한국어판의 출간은 꽤 늦은 편입니다. 생전의 그는 영어와 중국어 이외의 번역본은 허락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 때문에 한국어 독자는 이제서야 이 책을 만나게 됐습니다. 주식이니 투자니 하는 건 거의 까막눈에 가까운 제가 이 책에 대해 감상을 늘어놓는 것이 적절한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 책의 내용을 한국에서의 주식 투자에 곧장 적용하기는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컨대 그는 대부분의 자산을 우량한 소수의 주식에 집중투자하라고 하는데요(233~234쪽), 이는 분산투자를 강조하는 일반적인 ..

스스로도 밝힌 것처럼, 이 책은 기존의 정치 문법에서 한참 벗어난 것처럼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의 부상浮上을 설명하기 위한 여러 노력 중 하나입니다. '30년의 위기'라는 제목에서부터 이 책의 목적이 100년 전에 있었던 '20년의 위기'를 전거로 하여 지금의 미국(과 국제) 정치를 설명하는 것에 있음을 말하고 있죠. 이를 위해 이 책은 미국 정치의 또다른 전통인 잭슨주의, 그로부터 이어지는 연방파와 반연방파의 경합, 미국이라는 국가의 역사적 전통성을 둘러싼 역사갈등 등 다양한 주제를 아우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광폭행보를 따라가면서 어느새 미국이라는 나라의 정치사상적 기반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고보면 우리는 미국이라는 나라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해방 이후 미국은 한국에게 가장 중요..

요즘 한창 보고 있는 '폭싹 속았수다'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여러 세대에 걸쳐 반복되면서도 조금씩 달라지는 사회적 관습과 경험, 그러면서도 끈끈하게 유지되는 세대 간의 애정과 유대, 그리고 이러한 관계들이 젠더를 중심으로 전개된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또 그런 면에서는 얼마 전에 읽었던 『전쟁 같은 맛』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 메블루트는 내려서 트럭 뒤쪽으로 걸어갔다. 그가 뒷문을 닫을 때 번개가 치면서 하늘, 산, 바위, 나무, 사방이 먼 기억처럼 밝아졌다. 메블루트는 평생을 함께 보낼 아내의 얼굴을 처음으로 가까이 보았다. 그는 평생 동안 그 순간을, 그 낯선 감정을 자주 떠올릴 것이었다. (22쪽.) (...) 중매 결혼에서 어려운 점은 여자가 전혀 알지 못하..

저자가 자신의 할아버지인 허홍무의 역사를 재구성한 책입니다. 한 줄로 정리하자면, 허홍무의 개인사를 통해 본 한국현대사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 책의 주된 연구방법인 구술사oral history가 어떤 연구방법이고 학문적 의의는 무엇인지를 이 자리에서 굳이 더 말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잊을만할 때마다 거듭한 이야기니까요. ^^;; 기실 이 책에 대한 거의 대부분의 비평이 대체로 그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니 저희까지 같은 이야기를 더 보탤 필요는 없겠지요. 사실 제가 생각하는 이 책의 진짜 미덕은 이 책이 자신의 연구를 드러내는 방식입니다. 구술사 연구의 가장 큰 어려움은 구술사 연구의 주요 사료인 구술사료가 애초부터 주관성이 너무 강한 사료라는 데 있습니다. 과거의 경험 그 자체가 일단 주관적인 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