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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走나부랭이

달리기 근황 15 - 미드 풋 스트라이크

Dog君 2019. 1. 31. 10:59

  운동을 할 때는 이런저런 준비나 이론 같은 것보다 일단 뭐라도 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운동신경이라고는 0(아니, 마이너스?)인 내가 달리기를 선택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달리기는 운동화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지 할 수 있는 운동이니까.

 

  그래서 일부러 이론을 공부하거나 동호회를 찾아보지 않았다. 나는 내가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은 준비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그렇다면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를 나 자신이 아닌 바깥에서 찾는 것이 도리어 더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나 스스로가 아닌 다른 것 때문에 운동을 하게 된다면, 그 '다른 것' 때문에 운동을 안 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의 결심과는 상관 없이 말이다. 나에게는 운동을 한다는 것 그 자체가 훨씬 더 중요했고, 운동을 내 일상의 일부로 만드는 것이 훨씬 더 필요했다.

 

  뭐, 암튼 이번에도 서론이 길었는데... 본론은 주법이니 호흡이니 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안 썼다는 거다. 속도나 거리에서 벽에 부딪혔을 때도 굳이 자료를 찾기보다는 그저 계속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해법을 찾았다. (무식하게...)

 

  그러다가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어제 오후에 주법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게 됐고, 내가 시행착오를 통해 터득했던 것들이 실제로도 크게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 방식에 확신도 생겼겠다, 내가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몇 가지 원칙을 생각난 김에 정리해볼란다. 물론 이 내용은 순전히 내 경험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과학적인 근거는 당연히 없다. 그저 나와 비슷한 난관을 만난 러너에게 혹시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TMI 삼아 몇 자 적을 뿐.

 

 

 

 

 

 

 

 

 

  '미드 풋 스트라이크'라는 주법이 있다. ('미드 풋 러닝', '미드 풋 주법' 등으로도 부른다.)

 

  포털에서 '미드 풋 스트라이크'라고 검색해보면 설명이 아주 제각각이다. 어떤 사람은 앞으로 내딛는 발이 뒤꿈치가 아니라 발바닥 중간부터 닿는 거라고 하고, 또 누구는 앞쪽(발가락)부터 닿는다고 한다. 발의 바깥쪽 날 부분부터 닿는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반대로 발 뒤꿈치부터 닿는 것은 '힐 스트라이크'라고 한단다.)

 

  뭐여, 왜 이렇게 착지점이 다양해? 대체 발을 어떻게 하라는 거야? 어디서부터 짚으면 되는 거야? 싶다. 이러면 처음 정보를 찾아보는 사람들이 헷갈린다.

 

  내 경험상 이런 정보는 그냥 싹 잊어버려도 상관 없다. 발바닥의 어느 부분으로 착지하느냐가 핵심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착지하는 순간의 무릎 관절 상태다.

 

 

  발 뒤꿈치가 아니라 발바닥 중간(혹은 발가락 혹은 바깥쪽 날)부터 바닥에 닿는다는 것은, 착지하는 순간의 무릎 관절이 굽혀진 상태라는 뜻이다. 그래야 하반신에 실리는 충격이 관절을 통해 흡수, 완화된다. 그러지 않고 착지하는 순간의 무릎 관절이 펴진 상태면 착지 순간의 충격이 골반과 무릎과 발목에 고스란히 전달된다. 장거리 달리기라면 이런 동작이 최소 몇 만 번이 반복되는데, 우리 몸이 캡틴아메리카의 강화신체가 아닌 다음에야 이런 충격을 견뎌낼 수 있을리가 없다.

 

  미드 풋 스트라이크를 설명한 몇몇 기사나 블로그에서는 이게 마치 달리기의 최신 트렌드인양 적어두기도 했는데, 적어도 내 경험상 이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장거리 달리기에서는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자세다.

 

 

 

 

 

  여기서 내 경험 한 숟갈.

 

  하프 코스를 처음 완주한 직후부터 골반 통증이 무척 심했다.

 

  하프 완주 전에는 10~15km도 별 문제 없이 달렸는데, 하프 완주 후부터는 단 5km만 뛰어도 골반이 너무 아파서 도무지 달릴 수가 없었다. 거의 두 달 넘도록 그랬다. 골반 통증이 오기 전에 생애 처음으로 마라톤 대회 출전을 신청한 상태였는데 대회 날짜가 코앞으로 다가오도록 통증이 좀체 나아지지를 않아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런저런 자세와 속도로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다행히 대회 직전에 해답을 찾았다. 돌이켜보니 그게 바로 미드 풋 스트라이크에서 강조하는 것들이었다.

 

  블로그고 유튜브고 미드 풋 미드 풋 노래를 부르는데, 정작 그 요령은 가르쳐주는 곳은 거의 없다. 그래서 경험을 공유하는 셈 치고 나의 달리기 요령을 좀 정리해볼까 싶다. 물론 이걸 '미드 풋 스트라이크'라고 해도 되는지는 모르겠고 과학적 근거 같은 것도 당연히 없다. 너는 뭐 얼마나 잘 하냐...고 물으신다면 그 역시도 답할 말이 마땅히 없다. 그냥 순전히 내 뇌피셜이니 그냥 참고만 하시기 바란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러너에게 들려드리는 내 나름의 경험칙 정도라고만 생각해주시길. (아래의 내 요령이 틀린 것이라면 나 역시도 지금의 주법을 바꿔야 할 것이고.)

 

 

 

 

 

 

 

 

1. 가장 중요한 것은 발을 앞으로 많이 내딛지 않는 것이다. 위의 그림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발을 앞으로 많이 내딛으면 당연히 무릎도 같이 펴진다. 반대로 발이 앞으로 많이 나가지 않으면 무릎도 자연스럽게 많이 굽혀진다. 개인적으로는 '달리는 중에 고개를 숙이면 내딛는 발의 운동화 매듭이 무릎 앞으로 살짝살짝 보이는 정도'까지만 앞발이 나간다. 이렇게 자세를 바꾸고 나니, 근력이 딸려서 못 달리는 일은 있어도 관절이 아파서 못 달리는 일은 없어졌다.

 

2. 발과 발목을 앞으로 던진는다는 느낌 대신 무릎을 위로 들어올린다 혹은 앞으로 밀어낸다는 느낌으로 달린다. (약간 니킥 같은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진짜로 니킥이랑 똑같이 하면 안 된다...

 

  이렇게 하면 허벅지근육(대퇴근)을 더 많이 쓰게 된다. 내 경우에는 스쿼트나 데드리프트 같은 하체근력운동이 도움이 많이 됐다. 달리기에 도움이 되라고 일부러 하체운동을 한 것은 아니었다. 아까 하프 완주 직후에 골반 통증이 왔다고 했는데, 골반이 아파서 달리기 못 하는 시간에 근력운동이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한게 하체운동이었다. 기왕 할 거면 '남자는 마, 하체 아이가!'라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그런데 하체운동을 하니까 허벅지근육이 골반을 받쳐주는 느낌이 들면서 그 자체로 골반 통증 완화에 크게 도움이 된 느낌도 들었고, 무엇보다 근력이 딸린다는 느낌이 많이 줄었다. (물론 이건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는 내 뇌피셜이다...)

 

3. 고개를 들어 한다. 고개를 들면 상체가 펴지고, 무게중심이 앞으로 덜 나간다. 무게중심이 앞으로 덜 나가면 발도 앞으로 덜 나간다. 기존에는 20~30m 앞의 바닥을 보면서 달렸는데, 자세를 바꾼 후에는 시선을 좀 더 멀리 둔다. 가능하면 멀리 있는 산이나 건물을 바라보려고 애쓴다. 물론 내 앞의 길바닥에 너무 신경을 안 쓰면, 그것도 위험한 일이니 조심해야 된다. (그라다가 똥 밟는데이.)

 

4. 보폭이 좁아지기 때문에 당연히 속도가 떨어진다. 내 경우는 자세를 바꾼 직후에 0.5~1.0km/h 정도는 떨어진 것 같다. 하지만 막상 마라톤 대회에 나갔을 때 하프 기록은 거의 줄지 않았고, 오히려 직전 기록에 비하면 더 나아지기도 했다. 다리에 피로가 덜 쌓이기 때문에 후반부에도 속도가 많이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장기적으로 볼 때 평균속도는 크게 줄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달리기에서 속도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내가 달리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가장 중요하다. 그 점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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