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君 Blues...
20230819-20230827 본문
영국에서 머물던 2019년 여름에 영국 내셔널갤러리 뮤지엄샵에서 50인가 60 파운드 정도 주고 샀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에는 한국에 안 들어온 키트 찾는게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였다. (이게 바로 나의 유럽 여행 방식.) 영국에서는 뮤지엄샵에서 DMC와 영국 박물관(내셔널갤러리와 대영박물관)이 콜라보한 키트를 보고 그만 눈이 돌아가버렸다. 몇십 파운드씩 하는 키트를 이것 말고도 몇 개 더 샀는데 한국 돌아와서 냉정하게 따져보니 죽기 전에 그걸 다 하지도 못할 것 같아서 그 중 몇 개는 다시 당근으로 처분했다.
한국 돌아오고도 바로 시작하지는 못하다가 박사학위논문 마치자마자 바로 시작했던 것이 작년 3월 말 정도였따. 그리고 지난 8월 말에 끝냈으니 대략 1년 5개월 정도 걸렸다.
이 작품에 매달린 1년 4개월 동안 느낀던 가장 중요한 변화는 시력이 나빠진 것이다. 아주 불가능할 정도로 나빠진 것은 아닌데, 초점이 옮겨가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 특히 이건 18카운트여서 평소에 하던 것보다 더 촘촘한데, 3/4 정도 했을 때쯤 시력이 나빠진 것이 확 느껴졌다. 다행히도 아직 14카운트까지는 괜찮은 것 같지만 18카운트 대형 작품은 더 이상 못할 것 같다. 아마도 시력은 앞으로도 계속 나빠질테니 십자수를 앞으로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길어도 10년 이상 더 하기는 힘들지 싶다. (그러고보니 올해 들어 부쩍 흰머리도 눈에 많이 보인다.)
이런 식으로 내 몸이 늙어가는 거겠지. 내 마음은 아직도 스무살의 미숙했던 때 그대로지만 몸만큼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 없는 것이다. 흰머리는 점점 늘어갈 것이고, 피부는 탄력을 잃을 것이며, 달리기 속도는 느려질 것이고, 시력은 계속 나빠질 것이다. 언젠가는 달리기를 그만둬야 할 것이고, 십자수도 중단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나 역시도 내 몸의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허허, 십자수를 하면서 이렇게 슬픈 이야기를 하게 될 줄은 또 몰랐다.
아마도 십자수를 대체할 취미는 뜨개질이 될 것 같다. 액자를 맡기면서 단골 자수가게에 뜨개질 강좌를 문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