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君 Blues...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인문학 메모 본문
1. 굳이 거창하게 세미나까지 하지 않더라도 텍스트를 소비하는 형태가 계속 변해가는 요즘 시대에 인문학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하는 문제에 대한 고민은 늘 하고 있던 것. 인문학(人文學)은 그 이름에서도 풀풀 냄새를 풍기는 것처럼 텍스트[文]로 먹고사는 학문이다. ㅇㅇ. 그러니까 텍스트가 읽히고 소비되는 형태가 나날이 변해가는 이 시대에 이런 고민하는 건 인문학도로서 당연이요 의무다.
2. 변화에 민감한 사람들은 이미 블로그의 시대도 종언을 맞이할 것이라는 '예언'을 내어놓고 있다. 너무 길기 때문이다. 100자 남짓한 공간 내에 텍스트를 풀어놓아야 하는 트위터가 그러한 '예언'의 근거가 되고 있다. 내 주위의 선후배들과 교강사들이 이제서야 파워포인트 정도에 눈을 뜬 이 시점에, 우리는 아직 맛도 제대로 보지 못한 블로그의 시대가 이미 저물어가는 셈이다. 인문학자들이 겨우 문자메시지에 적응할 무렵 벌써 아이패드가 활개를 치고 다닌다.
3. 텍스트가 더 이상 문자가 아닌 이미지와 영상으로 구성된다는 점은 단순히 그 포맷만 변화한다는 뜻이 아니라 문법 자체가 변화한다는 뜻이다. 대학원 학위논문에서 가장 전형적으로 드러나는, 매끈한 선형적 논리구조가 최고의 구성이라는 고정관념은 부서지는 중이다. 이미지와 영상은 화려하면서도 감성적인 공감각적 만족을 으뜸덕목으로 삼지 않는가.
4. 여전히 아날로그의 호수를 맴돌고 있는 인문학도들에겐 짜증나는 일이지만 이미 전장戰場은 이동했다. 더 이상 역사를 책으로 배우는 사람은 없다. 'XX를 책으로만 배웠습니다.'라는 광고카피는 책 속에만 갇혀있는 문자 중심의 지식체계에 대한 조롱이기도 하다. 인문학도들은 아직도 지식의 전문성과 논리의 완결성, 진리의 추구 같은 가치에 매달려 있지만 정작 그 역사학을 소비해야 할 사람들은 그와는 무관하게 역사스페셜이나 사극으로 역사를 배우고 느끼고 호흡한다.
5. 물론 디지털 미디어가 만능은 아니다. 벡진스키의 그림에 대한 무식함의 급속전파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분명 이건 양날의 칼이다. (그 놈의 싸이월드 스크랩의 힘이란.)
6. 또한 기존의 학문체계 속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만으로도 허덕대는 인문학도들에게 새로운 소통의 방식을 개발하라는 이야기 역시 좀 가혹한 느낌이 없는 것도 아니다. 1년에 몇편 이상 의무적으로 논문을 '생산'해야 하는 연구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슈퍼맨 되라는 것도 아니고 ㅅㅂ.
7. 그런데 내 말은 그래서 더 개입해야 한다는 것. 분명 지식의 엄밀성과 논리의 완결성은 학문이 가져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다. 하지만 이 점을 학문 밖의 사람들에게서 기대한다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 그런 식의 훈련을 받을 수 있는 것은 학문체계 내에서나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학문이 가져야 하는 기본적인 덕목을 잃지 않으면서 더 많은 세상과 소통하는 것. 인문학도들만이 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닐까.
ps: 어제 세미나에서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고 마침 오늘자 신문에도 비슷한 인터뷰가 실려서 잠깐 필 받았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07121748555&code=210000
2. 변화에 민감한 사람들은 이미 블로그의 시대도 종언을 맞이할 것이라는 '예언'을 내어놓고 있다. 너무 길기 때문이다. 100자 남짓한 공간 내에 텍스트를 풀어놓아야 하는 트위터가 그러한 '예언'의 근거가 되고 있다. 내 주위의 선후배들과 교강사들이 이제서야 파워포인트 정도에 눈을 뜬 이 시점에, 우리는 아직 맛도 제대로 보지 못한 블로그의 시대가 이미 저물어가는 셈이다. 인문학자들이 겨우 문자메시지에 적응할 무렵 벌써 아이패드가 활개를 치고 다닌다.
3. 텍스트가 더 이상 문자가 아닌 이미지와 영상으로 구성된다는 점은 단순히 그 포맷만 변화한다는 뜻이 아니라 문법 자체가 변화한다는 뜻이다. 대학원 학위논문에서 가장 전형적으로 드러나는, 매끈한 선형적 논리구조가 최고의 구성이라는 고정관념은 부서지는 중이다. 이미지와 영상은 화려하면서도 감성적인 공감각적 만족을 으뜸덕목으로 삼지 않는가.
4. 여전히 아날로그의 호수를 맴돌고 있는 인문학도들에겐 짜증나는 일이지만 이미 전장戰場은 이동했다. 더 이상 역사를 책으로 배우는 사람은 없다. 'XX를 책으로만 배웠습니다.'라는 광고카피는 책 속에만 갇혀있는 문자 중심의 지식체계에 대한 조롱이기도 하다. 인문학도들은 아직도 지식의 전문성과 논리의 완결성, 진리의 추구 같은 가치에 매달려 있지만 정작 그 역사학을 소비해야 할 사람들은 그와는 무관하게 역사스페셜이나 사극으로 역사를 배우고 느끼고 호흡한다.
5. 물론 디지털 미디어가 만능은 아니다. 벡진스키의 그림에 대한 무식함의 급속전파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분명 이건 양날의 칼이다. (그 놈의 싸이월드 스크랩의 힘이란.)
6. 또한 기존의 학문체계 속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만으로도 허덕대는 인문학도들에게 새로운 소통의 방식을 개발하라는 이야기 역시 좀 가혹한 느낌이 없는 것도 아니다. 1년에 몇편 이상 의무적으로 논문을 '생산'해야 하는 연구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슈퍼맨 되라는 것도 아니고 ㅅㅂ.
7. 그런데 내 말은 그래서 더 개입해야 한다는 것. 분명 지식의 엄밀성과 논리의 완결성은 학문이 가져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다. 하지만 이 점을 학문 밖의 사람들에게서 기대한다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 그런 식의 훈련을 받을 수 있는 것은 학문체계 내에서나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학문이 가져야 하는 기본적인 덕목을 잃지 않으면서 더 많은 세상과 소통하는 것. 인문학도들만이 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닐까.
ps: 어제 세미나에서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고 마침 오늘자 신문에도 비슷한 인터뷰가 실려서 잠깐 필 받았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07121748555&code=2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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