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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想나부랭이

Between Metropole and Colony 메모

Dog君 2010. 3. 14. 21:46
1-1. 역사학에는 (그리고 우리의 언어생활에는) 전前근대premodern란 말이 있다. 전前중세도 없고 전前고대도 없는데 전근대는 있다. 전근대라는 말은 한편으로 근대modern라는 것의 등장을 기점으로 인간사가 많은 부분 변화했음을 의미한다.

1-2. 계몽주의와 합리성을 내세운 인간의 이성에 대한 존중은 암흑으로 대변되는 중세의 어둠을 깨부수는 인간의 지향점이었고, 이것이 역사의 전면으로 등장한 것이 곧 근대였다. 하지만 동시에 근대는 포화상태에 이른 과학기술과 자본주의가 무한한 증식력으로 전지구적인 탐욕을 드러낸 제국의 시대였다. 그 탐욕이 모든 인간의 보편적 권리를 완벽하게 침해하는 것임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1-3. 완벽하게 모순되는 양자가 완벽하게 공존하는 것이 곧 근대였다. 물론 이런 모순은 '식민모국metropole'에서 드러나는 것이 아니었다. 근대가 가진 모순성은 '식민지colony'에서 가장 첨예하게 드러났다.

1-4. 피식민인들의 근대화와 그에 따른 근대적 권리요구 그리고 식민통치의 하위파트너로 부상한 피식민인들의 존재 등은 식민모국의 식민주의 기획을 '통제되지 않은 환경uncontroled condition'으로 몰아넣었다. 이 상황은 여러 '의도되지 않은 돌발상황'으로 귀결되었다.

1-5. 그 중간에는 식민모국의 기획이 현지인native들에 의해 전유appropriate되는 과정이 놓여있다. 이는 현실적 제약에서 기인하는 바도 크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식민모국은 일정정도 피식민 엘리트들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는 피식민 엘리트들의 이해관계에도 어느 정도 부응하는 것이었다. 바로 이 과정에서 식민모국의 기획은 틀어지기 시작한다. 당연히 이러한 변용은 식민모국 자체에게도 되먹임된다.

2-1. 이상과 같은 저자의 의도는 충분히 수긍하는 바이다. 상당히 다른 맥락이기는 하지만 피식민 엘리트들의 전유의 문제에 천착했던 Erez Manela 살짝 얹어주면 금상첨화 되겠지.

2-2. 하지만 주의할 것은 이런 식으로 피식민 엘리트의 전유와 식민모국의 비의도성을 강조할 경우 식민지와 제국주의가 갖는 폭력적 성격이 부차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식민지 근대성이 식민모국의 의도가 어긋나는 지점과 피식민인의 '주체적 전유'에만 집중할 경우 식민지 근대성colonial modernity라는 단어에 붙은 '식민지colonial'라는 관형사는 그것이 발현된 공간적 배경만을 한정하는 단순한 수식어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그렇게 되면 이건 더 이상 식민지 근대성이 아니라 '식민지의 근대성modernity in colony'가 되겠지. 식민지라는 상황이 갖는 특수성이랄까... 강제된 근대성이라든지 오랫동안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던 생활환경을 급격한 변화라든지... 이런 점들을 간과할 위험이 있단거지.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식민지라는 단어를 근대로부터의 일탈이나 비정상적 상황으로만 설명해도 곤란하기 때문에 비판의 지점을 정확히 하는 것이 필요한데... 아 머리아파.

3-1. 지식과 권력의 밀접한 관련이야 모든 역사학도의 공적, 미셸 푸코가 잘 지적해줬기 때문에 굳이 많은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다만 참고할만한 사례는 '상상의 공동체'가 재판됐을 때 앤더슨이 추가했던 마지막 두 챕터에 포함된 지도제작과 관련된 거시기 이야기해주면 또 좀 낫지 않을까 싶다.

3-2. 다만 이 글에서 좀 짜증나는건 지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유의하자고까지 하는건 좋은데 그거 완전 깨부수고 새롭게 만들어가자 뭐 여기까지 치고 나갔다는건데, 누가 몰라서 이러고 있나. 채터지였나 차크라바르티였나... 암튼 누가 말한거처럼 서구의 개념은 비서구의 경험을 설명하는데 '부적절하지만 불가피하다'. 저자는 자꾸 '부적절'에만 비중을 두고 있는 것 같은데, 문제는 그게 '불가피'하다는거다. 나도 부적절한거 모르는거 아닌데 그거 아니면 어떤 언어로 그것을 표현할 것이며 어떤 소스에서 그것을 뽑아낼거냔 말이다.

3-3. 뭐 나도 '결을 거스르는 독해'니 '두터운 묘사'니 모르는거 아니지만 결국 그것도 그것을 표현하는 순간에는 서구의 언어의 틀을 넘어설 수 없잖아. 뭐야 그럼 애초부터 언어를 완전히 다 새로 구축하자는거냐. 에이, 바람과자 먹고 구름똥 싸는 말도 정도가 있지.

4. 더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일단 메모는 이 정도로만. 간만에 글 썼는데 겨우 이딴 글이라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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