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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현장'과 역사의 '흔적' 본문

잡想나부랭이

역사의 '현장'과 역사의 '흔적'

Dog君 2008. 6. 1. 17:20

[Dog君, 2008.]

1.
 지나간 일, 자신의 삶과 직접 관련을 갖지 않는 역사 속의 사건에 대해 올바른 입장을 취하는 건 아주 쉬운 일입니다. 저는 얼마 전에 아주 진보적이라는 역사학자 한 분이 대학생 시절의 추억까지 끌어대면서 유시민 씨를 두둔하고 나서는 걸 보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체 게바라나 김산을 흠모하는 건 쉬운 일이지만 현실 속에서 체 게바라나 김산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체 게바라나 김산을 흠모한다면 그렇게 살지는 못해도 그렇게 사는 사람들, 현실 속의 체 게바라나 김산을 존경할 줄은 알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체 게바라나 김산을 흠모하는 우리는 현실 속의 체 게베라나 김산엔 관심이 없거나 그들을 비웃곤 하지요. “어리석고 비현실적이며 관념적인 사람들”이라고 말입니다. -김규항, '광주의 정신, 민주주의의 정신' 中

2. 역사를 공부하는 것을 평생의 업으로 삼고 싶어한다. 그리고 역사 속에서 제목소리를 내지 못한 사람들(소위 '민중'이라고 하는)의 목소리를 복원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를 고민한다. 내게 역사학은 휴머니즘의 유력한 방편이라고 누누이 말하곤 한다. 그리고 요즘 문득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라 역사를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Dog君, 2008.]


3. 연구실에 앉아 당장 눈앞에 닥친 과제들과 씨름한다는 핑계로 그 작은 마음들이 모이는 것을 수수방관만 하고 있는 것 같아, 매일매일 얼굴이 화끈거린다. 지난 금요일에 처음 촛불집회에 나갔을 때 광장에 있는 저 많은 촛불들 앞에 부끄러워 고개를 들기 힘들었다.

4. 내가 지금 공부하는 역사는 과연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지금 바로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역사를 공부한다는 나라는 놈은 왜 역사의 '현장'이 아니라 역사의 '흔적'만 붙들고 자빠져있을까. 오늘도 자괴감만 늘어가는 하루다. 나는 이 역사의 '현장'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남겨야 하는가. 역사는 그저 나에게 연구의 '대상'일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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