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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繡나부랭이

십자수

Dog君 2013. 7. 10. 10:26


1. 즐겨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DJ 친구의 입을 빌려 느림의 미학을 이야기했다. 그는 불과 백여년전의 조상들에 비해 두배가 훨씬 넘는 삶의 시간을 부여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보다 몇배는 바쁘고 조급하게 살아가는 작금의 세태를 이야기했다. 가벼운듯 하면서도 무게중심을 잃지 않는 '노회한' DJ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였기에 설득력은 상당했다.


2-1. 십자수의 가장 미덕 하나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사실이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투자한 시간은 '노력'이라는 단어로 번역될 있으며, 노력은 완성자에게는 보람으로, 선물받는 사람에게는 감동으로 형질전환된다.


2-2. 물론 점은 십자수의 가장 단점이기도 하다. 대체 언제 완성될지도 모르는 도안과 바탕천을 붙들고 한땀한땀 실을 놓아가는 짓거리, 어지간한 정신상태 아니고서는 감당하기 힘들다. 나도 그거 인정한다.


3. 나처럼 먹고 싶은거 먹고 자고 싶은거 자고 학교 다닐거 다니면서 녀석은 기껏해야 1년에 2, 3 정도나 만드는 정도. (전에 만들었던 달마도는 1 꼬박 걸렸다.) 십자수는 투자한 시간에 비해 화려함이 가장 적은 축에 끼는 취미생활이다.


4.  변태처럼 말하자면하얀 바탕천에 색색의 실을 심어놓을 나는 사각거리는 소리와 촉감을 좋아한다. 혹자는 찌질하다고 말하고 혹자는 덩치에 어울린다고 말하지만 세상과 부대끼는게 너무 짜증나고 피곤할 라디오나 음악을 들으면서 십자수하면 기분이 (아아아아주 약간) 풀린다.


(2008.1.3. 것을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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