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君 Blues...
2014년의 설날 본문
대학에 들어온 이후로 나에게 설날(과 추석)이란 곧 고향집에 내려간다는 의미였지만, 올해는 참 다이나믹하기도 하다.
조짐은 24일부터 있었다. 낮에 있었던 학회 운영위원회에서 '감투'를 후배에게 넘겨주고, 저녁에 동아리 선배들을 만나러 가려는데 갑자기 몸이 으슬으슬 몸살감기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내려가는 길에 약국에 들러서 감기약을 지었는데 효과 빠르다는 말에 잘 먹지도 못하는 감기약을 타왔다. 중간에 여러 번 깨긴 했지만, 보일러를 빵빵하게 틀어넣고 그런대로 오래 잤다.
25일은 돌아가신 교수님의 저작집 출판기념회가 있는 날이었다. 어제 먹은 감기약 덕분인지 몸은 한결 가벼웠고, 오후에는 묘소에까지 갔다 왔다. 그 후부터 갑자기 몸이 무겁고 위장엔 가스가 가득찬 듯 했다. 저녁에 술자리도 있었지만 맥주 몇 모금 마시지도 못하고 먼저 일어섰다. 밤새 배가 아팠다.
26일은 하루 종일 배가 아팠다. 지난 5월이었나... 위경련이 왔을 때와 증상이 비슷했지만 그럭저럭 참을만 했다. 점심을 말고는 거의 먹지 못했다. 월요일엔 병원엘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것이 저녁 때에는 견디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휴일이라 문을 연 병원도 없을 것 같아서 별 수 없이 대학병원 응급실로 갔다. 세 시간쯤 지났을까. 이리저리 의사들이 오가더니 1주일 정도 입원을 하자고 한다. 응? 병실에 누운 것이 새벽 2시 30분 경. 국민학교 1학년 때 열흘 정도 입원한 이후로, 25년만에 병실에 누워보는군. ㅅㅂ.
장이 멈췄단다. 원인은 모른다. (심지어는 지금도.)
장 안에 있는 것들을 빼내야 된다며 코로는 기다란 관을 쑤셔넣었고 (넣었다 뺄 때 죽는 줄 알았수) 장운동을 도와줘야 된다며 배에는 전기장판 같은 걸 얹었다. 입원 첫 날에 10년치 방구는 다 낀 것 같다. 북북북북북북북.
다행히 회복이 빨라서, 퇴원하니 수요일이다. 몸 상태도 별로고 해서 설날엔 아주 집에 안 내려가버렸다. 그렇게 생긴 시간 동안 자동차 정기검사를 받고, (집에서 필요한) 인감증명을 떼고, 대형쓰레기 스티커를 받고, 뭐 그러면서 나름 바쁘게 지냈다. 정초부터 입원이라니... 액땜 치고는 제대로 한다 싶다. 퇴원하는 날, 내놓은 집이 나갔다는 전화가 왔고, 사촌동생도 기쁜 소식을 하나 전해왔다.
오늘은 방화동 있는 외삼촌댁에 가서 세배 드리고 떡국 한 그릇 먹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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