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君 Blues...
오키나와 (히가 스스무, 서해문집, 2025.) 본문

이번에 나온 히가 스스무의 『오키나와』는 1995년작 『모래의 검』과 2010년작 『마부이』를 묶어서 영어로 간행된 『오키나와』를 번역한 것입니다. 그리고 『모래의 검』과 『마부이』는 각각 7편의 단편이 수록된 단편모음집이었구요. 이 책에 실린 14개의 단편은 모두 별개의 작품들이기는 하지만 2차 대전 당시 오키나와 사람들의 경험과 그로부터 비롯한 현재를 공통소재로 합니다.
저자는 오키나와에서 나고 자라 지금까지 오키나와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오키나와만의 전통 문화와 습속이 주요한 모티브로 사용됩니다. 예컨대 원작의 제목인 '마부이'만 해도 오키나와에서 영혼이나 정신을 뜻하는 말이라고 하는데, 이 책에서는 과거사가 남긴 트라우마 같은 것들을 말하고자 할 때 소재로 자주 등장합니다. 이외에도 신이나 초자연적인 존재에게 올리는 제사나 의식을 지칭하는 '우간御願'과 오키나와의 영매 혹은 무당을 말하는 '유타' 등도 중요한 소재이고, 오키나와 사투리도 여러 차례 등장합니다. 이처럼 저자가 오키나와 특유의 문화를 소재로 자주 끌어오는 것은 일본 본토에서는 알기 어려운 오키나와만의 역사적 경험과 정체성을 말하기 위함이겠지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한참 전에 저희가 다루기도 했던 『오키나와 노트』(오에 겐자부로, 삼천리, 2012.)가 계속 떠올랐습니다. 그 책에 대해서 당시에 저는 역사가 우리에게 가하는 무게와 부담은 결코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고, 역사가 드리우는 그늘이란 언제나 특정한 지점에 집중되는 법이라고 썼더군요.
이 감상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저의 감상이 단순히 오키나와의 역사적 고통에 연민을 표하는 것만이어서는 안 된다는 거겠죠. 전쟁의 와중에도 적극적으로 살 길을 모색하고(「어머니 이야기」, 「모래의 병사」), 오키나와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분투하며(「학교」), 과거에 대한 존중을 잃지 않으고(「흙 도둑」), 국가의 필요에 일방적으로 휘둘리지 않고 이웃과 공존하려 노력하는(「군용지의 주인」, 「묵인경작지」, 「귀향」, 「군무원」) 오키나와 사람들 역시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 존엄과 정체성을 위해 적극 분투하는 인격체이지 단순한 연민의 대상은 아니니까요.
히가 : 이게 진짜 문제예요. 정말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거든요. 오키나와는 미국과 일본을 위한 도구일 뿐이고, 우리는 그 사이를 오가고 있죠. 더 나은 것을 꿈꾸어 봤지만, 식민지화된 사실을 인식할 수밖에 없어요. 이런 것은 기본적으로 변하지 않아요.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가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게 더 어려워지고, 냉엄해졌다는 사실입니다. 우리에게 환상은 없고 그저 현실을 맞닥뜨릴 뿐이에요. 우리와 일본 그리고 세계 각국 정부의 상황 및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우리는 벼랑 끝에 서 있거든요. 오키나와 사람의 문제는... 솔직히 오키나와가 요새 어떤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예를 들어서 중국과 타이완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면 우리는 휘말리지 않을까 하고 두려워하고 있어요. 하지만 일본 본토 사람은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오키나와니까 괜찮겠지'라는 생각밖에 안 하는 것 같아요. 우리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거죠. 어쩌면 명예도 없고, 어떤 일에 반성도 없는 일본 본토의 문화일지도 모르겠어요. (545쪽.)
Ps. 「흙 도둑」과 「마부이」는 별개의 작품입니다만 어쩐지 같은 세계관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Ps2. 저자 이름은 '히가 스스무'입니다. '하기 스스무'로 틀리게 쓴 게 온라인에 왜케 많죠;; (자꾸 기저귀 광고가 따라 붙어요;;) 물론 저도 여러번 헷갈렸습니다만...
교정.
201쪽 : 류쿠 -> 류큐
549쪽 1줄 : 존 포스터 댈러스(John Foster Dallas) -> 존 포스터 덜레스(John Foster Dul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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