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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어른 (이옥선, 이야기장수, 2024.) 본문

잡冊나부랭이

즐거운 어른 (이옥선, 이야기장수, 2024.)

Dog君 2026. 1. 29. 10:39

 

  2~3년 전부터 신체능력이 확연히 꺾이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눈이 많이 나빠지고 머리숱도 확연히 줄었으며 달리기 속도도 점점 늦어지는 중입니다. (저와 라조기가 독서모임을 처음 시작한 것이 30대 초반이었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지났습니다...) 이런 정도로 급격하게 노안과 탈모가 오기에는 좀 이르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봐야 어차피 몇 년 내에 겪을 일이었으니 그저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겠죠.

 

  신체의 (다소 급격한) 노화를 겪다보니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새삼 되새기게 됩니다. 저 역시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인지라 나이를 먹을 수록 참견하고 싶고 훈계하고 싶고 생각 깊은 척 하고 싶은 마음이 커집니다.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그런 마음부터 억눌러야 하는데 그게 참 쉽지가 않네요.

 

  그런 생각을 하던 와중에 이 책을 읽으며, 세상과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관조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느꼈습니다. 이 책의 저자처럼 나이 들어야겠다는 생각도 합니다만 그게 말처럼 않겠지요. ㅎㅎㅎ

 

  (...) 『독서의 위안』(송호성, 화인북스)이라는 책을 보았다.
  "책을 읽는 목적은 우선은 자신의 식견과 안목을 높이는 데 있고, 궁극적으로는 정신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쿨cool해지는 데 있다. '쿨해진다'는 건 냉정해진다기보다는 냉철해진다는 것을 의미하고, 세상을 등지는 게 아니라 세상과의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는 걸 뜻한다."
  (...)
  책을 읽으면서 나이가 드니 어쩐지 스스로 배짱이 두둑해지면서 세상에서 잘나가는 다른 사람들이 별로 부러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전업주부로만 쭉 살아왔지만 이게 스스로 만든 자존감인가 싶었다. (6쪽.)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나도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이 묘비명처럼 말하고 싶지만 이미 선점당한 상태고, 마르크스처럼 "평소에 하고 싶은 말을 못 한 바보들이나 유언을 하는 거지" 할 수도 없고, 그냥 나도 생각난 김에 한마디하자면, 나는 내가 인생에서 해야 할 숙제는 다했고(남편의 장례식을 끝낸 것, 뒷정리를 다한 것이 나의 제일 큰 숙제였다) 이제까지 대충 즐겁게 잘살아왔다고 생각한다. 너희도 너무 애쓰지 말고 대충(이것이 중요하다) 살고, 쾌락을 좇는다고 행복해지지는 않는다. 뭔가 불편한 것이 있으면 이것부터 해결하는 방법으로 살면 소소하게 행복할 것이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건강을 잃으면 행복하기 어렵다) 한 종목의 운동을 늙어서까지 꾸준히 할 것이며 너무 복잡한 건 생각하지 말고 단순하게 살도록 해라. 다행히도 재산이 많지 않아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본다. 아들딸 며느리 손자손녀 너희들이 있어서 행복했고, 너희는 내가 지금도 씩씩하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원천이다. 나의 장례는 그 시기의 일반적인 방법으로 할 것이며 화장해서 유골은 너희 아빠를 장사 지낸 것처럼 하고, 제사는 지내지 말고 그날 시간이 나면 너희끼리 좋은 장소에 모여서 맛있는 밥을 먹도록 해라. 또하나 바라는 게 있다면 너희 아빠는 꽃 피는 봄에 돌아가셨으니 나는 단풍 드는 가을에 떠나면 좋겠네. 그러면 너희는 봄가을 좋은 계절에 만날 수 있을 테니. 끝. (73~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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