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君 Blues...
동원된 근대화 (조희연, 후마니타스, 2010.) 본문
1-2. 그 당시에 대중독재론과 치열하게 논쟁을 벌였던 여러 사람 중 1인인 조희연이 펴낸 '동원된 근대화'는 대중독재론에 대한 진보진영의 응답 비슷해보인다. (이영훈도 들어가있긴 하지만 뭐... 솔직히 그쪽이야 논외로 하는게 맞는거 같고 ㅋㅋㅋ)
2-1. 기존의 박정희 비판 논의는 박정희 정권의 강압만을 과잉강조했고 그 바람에 역설적으로 결과적으로는 민중의 능동성을 살려내지 못하고 단지 그들을 피동적 존재로만 그렸다는 것이 대중독재론의 문제제기라고 한다면, 우리는 반대로 박정희 시기 내내 권력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물리력에 의존해야 했고 특히 70년대 중반 이후와 박정희 사후에 민주화에 대한 요구가 폭발적으로 일어났다는 점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대중독재론에게 되물어 볼 수 있다.
2-2. 그러나 이러한 질문이 여전히 동의와 강압을 상호배타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양자의 관계를 제로섬으로만 설정한다면 다시 논의는 지난한 평행선만을 달리게 된다. 좆나 패니까 기어야지 별 수 있냐, 아니잖아 알아서 기었잖아. 뭐 늙어죽을 때까지 이렇게만 싸우는거지.
3. 조희연이 동의와 강압이 서로 혼재되어 있음을 지적한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물론 이것은 동의에 자발적 선택이 내포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허위의식에 의해서든 특정 국면의 상황에 좌우된 것이든 동의는 자발적 선택에 의한 지지를 의미한다. 단지 이런 동의 자체가 순수한 진공적 공간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강압은 후술하는 바와 같이 민중들의 의식 공간을 제약하거나 선택이 이루어지는 지형 자체를 작위적으로 구축하는 등의 방식으로 동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pp. 186~187.)
민중들의 (독재에 대한) 능동성을 이야기하면서도 절대로 잊지 말하야 할 전제 중 하나는 당시의 독재권력이 민중의 선택의 폭 자체를 좁히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체제를 완전히 넘어서는 대안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을 때 개별 행위자들은 체제 내로 자신의 행위의 폭을 좁히게 된다. 따라서 개별 행위자들의 능동성을 이야기할 때도 그 능동을 적극적이고 투철한 지지라는 의미로 과잉해석하기 전에 개별 행위자들에게 주어진 선택의 폭은 어디부터 어디까지였으며 그것을 제한한 것은 무엇에 의한 것이었는가를 잊지 말아야 할게다.
4. 동의와 강압이 서로 혼재되어 있다는 사실은 양자의 합성비율이 부단히 변화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박정희 정권의 지배전략은 20년 가까운 세월동안 일관되게 지켜져온 교조가 아니라 매 순간순간의 사회적 역학관계가 반영되는 것이었다는 뜻이다. 따라서 박정희 정권의 전략 역시 항상 유동적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늘상 '틈새'를 노출했다. 박정희 정권이 물리력에 의존하여 저항운동을 짓눌러야 했고 결국에는 유신체제의 형태로 형식민주주의마저 뽀각내야 했던 것은 이러한 유동성과 틈새를 반영하는 것이다.
5-1. 박정희 정권의 그러한 위기는 바로 헤게모니 자체가 가지고 있는 모순에서 기인한다. 우리는 늘상 헤게모니라고 하면 이런저런 비관적인 이야기를 늘어놓다가 결국에는 '출구가 없어요 ㅠㅠ'하는 식의 비관적인 논의로 몰려가고 마는데 조희연이 말하는 헤게모니는 조금 다르다.
(중략) 복합성은 바로 박정희 체제에 한편에 경제적 성취의 동학이 존재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 경제적 위기의 동학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을, 나아가 한편에 헤게모니 창출이라고 하는 정치적 성취의 동학이 다른 한편에 균열과 붕괴로 이어지는 정치적 위기의 동학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을 포착하고자 하는 것이다. (pp. 280~281.)
5-2. 여기서 (별 관련은 없어보이지만) 문득 아주 예전에 읽었던 푸코 형 이야기가 살짝 떠오르네용.
6. 조희연이 말하는 헤게모니의 위기는 단지 헤게모니 전략이 성공한다고 쉬이 극복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헤게모니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모순성에 주목할 때 우리는 '출구가 없어요' 뭐 이런 소리 이제 좀 그만할 수 있겠지.
7. 원체 두꺼운 책이다보니 개발새발 쓰는 블로그 글 정도로 담아내지 못하는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어차피 엄밀한 글을 쓸 것도 아니니 평은 이 정도로만 하고. 그러면 나는 이제 이 이야기들을 나의 논리구조 속에 어떻게 녹여낼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권력의 유동성과 그것으로부터 비롯되는 많은 틈새들. 일단은 이것만 챙겨놓자.
ps. 사족 하나 붙이자면. 좀 난무하는 오탈자와 비문. 후마니타스 아 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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