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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想나부랭이

대선 단상

Dog君 2012. 12. 2. 17:01



  역대급 성군(聖君)이라는 세종이나 정조가 2012년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다면 어땠을까. 세종은 무려 6명의 여인이 연루된 섹스스캔들을 일으켜(자식은 18남 4녀!) 빌 클린턴을 능가하는 여성편력을 과시하며 당장에 탄핵 당했을 것이다. 정조는 자기 아버지의 무덤을 명당자리로 옮겨야겠다며 멀쩡한 도시 하나를 없애버리는, 완전 미친 대통령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세종과 정조가 성군인 것은 13세기와 17세기 조선이라는 특정한 시기와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죽은 지 벌써 30년도 넘게 지난 박정희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대선의 주요 이슈가 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박정희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어떠하든 간에 그것은 1960년대와 70년대의 가치이지 2012년 대한민국의 리더십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좋은가 하는 문제는 어디까지나 미래지향적 선택이지 과거의 향수나 치적에 따라 결정될 문제가 아닌 것이다. 하지만 대선 과정에서 펼쳐지는 박정희에 관한 평가는 사법적 판단과, 역사적 판단, 정치적 판단이 온통 뒤엉킨 난맥상이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박정희에 관한 냉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는 애시당초 불가능한 것이고, 논의의 구도도 단순하게 잘 했다, 못 했다는 정도의 단순한 수준에 머무르고 만다.


  나는 그런 점에서 이번 대선에서 박아무개 후보가 낙선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래서 그 후보가 대변하고 있는, 그리고 그 후보가 실천하려고 하는 그 가치와 방법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를 바란다. 그것은 박정희의 가치와 방법을 총체적으로 부정하기 위함이 아니다. 오히려 그의 가치와 방법을 보다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평가하기 위함이다. 박아무개의 어느 측근이, 박아무개가 정치하는 이유가 아버지의 명예회복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하는데, 그렇다면 더더욱 박정희는 역사적 평가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그에 대한 평가가 정치적 판단과 결부되어 있다면 이런 상황에서 ‘명예회복’이란 언제나 반쪽짜리 일 수밖에 없잖은가.


  박정희의 시대를 평생 연구하기로 마음먹은 (물론 아직은 피래미 같은 수준이지만) 사람으로서 말한다. 죽은 지 30년도 넘게 지난 박정희의 망령을, 이제는 현실 정치의 현장에서 잘라내야 한다. 비로소 그 때, 우리는 박정희의 시대로부터 우리가 배워야 할 점과 배우지 말아야 할 점을 치우침 없이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ps. 그래야 전공자인 나도 먹고 산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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