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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想나부랭이

자괴

Dog君 2012. 10. 31. 20:27

1. 오늘 부쩍 마음이 안 좋다. 아마도 수업시간에 살짝 꾸중(비슷한 것)을 들은 것이 도화선이 된 것 같다. 다시 한번 확인하는 일이지만, 나 참 공부 못 한다. 근데 블로그 대문에도 썼지만 굳이 다른 일을 할만한 용기도 없어서 그냥 이러지도저러지도 못하고 대학원에 주저앉았다. 잘 하지도 못 하는 일을, 그저 다른 것보다 좀 더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공부 근처에서 어영부영하고 있는 것이다.



2. '으랏차차 스모부'에 나오는 아오키는 스모가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혼자서 스모부를 지키고 있지만, 그에 비하면 아오키의 실력은 형편없기 짝이 없다. 스모를 배운지 얼마 되지도 않은 초보자들에게도 맥없이 나가떨어지는 모습이란. 그래도 그런 아오키를 보고 막 웃음이 나오지는 않는다.


3. 찬찬히 생각해보면 지금처럼 기분이 구릿구릿한거 사실 공부 때문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대충 스물몇살 이후부터 내가 뭔가 제대로 성취한게 있긴 있던가...하고 생각해보면 마땅히 그런게 없는 것 같다. 그저 매일매일 어영부영하면서 대충대충 살아왔던 그런 삶은 아니었는지, 그래서 쉼표는 여기저기 많이 찍어놨는데 마땅히 마침표는 찍힌데 없는 그런 인생은 아니었는지. 나이 서른쯤 되면 뭐 하나 사소한거라도 해놨을줄 알았는데 개뿔. 현실은 비만에 탈모가 고민인데다가, 솔로생활은 얼마나 길었던지 재채기하면 사리라도 튀어나올 것 같다. 어떤 면에서 나란 녀석은 인류의 존재이유를 묻게 하는 개체가 아닐 수 없다.


4. 또 생각해보면 겨우 이런 일로 지나온 삶이 어쩌구저쩌구 후까시 잡는거보면 내 멘탈도 참 약하다 싶다. 과거의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한 이삼일 푹 자고나면 또 무슨 일 있었냐는듯이 허허 웃고 다니겠지만... 이 기분이 가라앉기 전에 글로 대충이나마 남겨둘 필요도 있을 것 같다. 나중에 보면 완전 부끄럽겠지만 스스로의 찐따스러움을 반추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5. "영감을 찾는 사람은 아마추어다. 프로는 그냥 일어나서 일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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