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君 Blues...
무적의 사나이 본문
기타를 배운다는 것은 정말이지 귀찮고 어렵고 힘들고 지루하고 짜증나는 일이다. 솔직히 말해서 하루에도 몇번씩 기타를 내던지고 싶은 정도다.
1-2-3-4, 1-2-3-4... 기타 제일 처음 치는 날부터 시작하는 크로매틱은 그 얼마나 단조롭고 심심한 연습인가. 게다가 힘들기로 치면 제일 힘들다. 단순한 패턴이지만 굉장한 악력의 소유자가 아니고서는 크로매틱 한번 하고 나면 손바닥 근육의 통증에, 당분간 인상 안 쓰고는 못 배긴다.
도-레-미-파-솔-라-시-도... 간단한 C major 스케일이지만 먼 훗날의 애드립을 위해 이것 역시 어느 정도 숙달시켜놓지 않으면 곤란해진다. 물론 복잡한 스케일까지 알아둘 필요는 없지만, C major 스케일은 스케일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는 해놔야 된다.
촥-촥-촥-촥... 일정한 박자에 맞춘 스트로크. 음도 없고 리듬도 없다. 단지 일정한 박자로 여섯 현을 훑고 지나가는 소리 뿐. 하루에 최소 10분 이상. 속도는 1분에 300회 이상 할 수 있을 정도로. 오른팔은 오른팔대로 아파오고, 반복적으로 들려오는 규칙적인 소리는 내 뇌신경을 고문한다.
코드 연습. 그 좁은 지판 내에서 다른 현은 건드리지 말고 각 손가락들이 지정된 위치의 지정된 현만을 짚고 있을 것. 단 1mm만 비켜가도 소리는 개판난다. 게다가 코드에 따라 5번 줄이나 6번 줄을 울리지 않아야 하는 것이 있는데 그 경우에는 엄지손가락으로 뮤트mute까지 해줘야 한다. 코드 중에서도 특히 F코드와 B코드는 수많은 풋내기들을 좌절시키고 있는 그런 코드. 손가락 하나로 여섯개(혹은 다섯개)의 줄을 다 눌러줘야 한다.
그외 각종 테크닉. 현을 밀어올리는 벤딩, 현을 흔들어주는 비브라토, 그 두개가 혼합된 벤딩 비브라토, 동일한 위치에서 피킹만으로 고음을 만들어내는 피킹 하모닉스, 피킹 없이 왼손 손가락으로 현을 세게 짚어주는 해머 온, 그 반대로 손을 떼면서 소리를 내는 풀링 오프, 현을 미끄러지듯 움직이며 소리를 내는 슬라이드 등... 풋내기 기타리스트들이 가야할 길은 너무나도 멀고 험난하다.
그러나 그 풋내기들에게는 원대한 꿈이 있다. 동경 무도관이나 런던 하이드 파크 같은 거대한 공연장에 수십만의 군중이 운집한 그 앞에 서게 되는 그 날, 작고 땀냄새 가득한 클럽에서 처음보는 사람들과 정신없는 음악에 몸을 맡겨 머리 흔드는 그 날. 단지 그 날만을 위해 굳은 살이 박히고 물집이 잡히도록 풋내기들은 연습, 또 연습이다. 풋내기들, 화이팅. 우리는 무적의 사나이.
<그림출처: 우라사와 나오키, 『20세기 소년』 2권 中>
(2005.7.8. 에 쓴 것을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