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君 Blues...
일베와 나들 메모 본문
"지금 한국 사회에 나타난 극우적 성향에 대한 시민사회의 대응도 이런 성찰적 태도가 필요하다. 일베를 '극우', '네오 나치' 등으로 명명하고, 정치적으로 논박하는 것은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자멸할 만큼 충분히 외설적인 언행에 정색하고 대응하는 것은 오히려 애초에 없던 정치적 지위를 부여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지금 시점에서 일베는 우려할 만한 극우 정치세력이 아니다. 그들은 현재의 정치 체제가 껴안지 못하는 대중의 응축된 불만의 징후일 뿐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그들의 주장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일베에 해야 할 것은 정치적 논박이 아니라 질문이다. 일베는 대중 속에 광범위하게 극우적 정서가 확산되고 있는 징후로 볼 수 있는가? 일베를 탄생시킨 사회적 조건 혹은 정치 체제의 공백은 무엇인가? 일베라는 증상에 대해 시민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이런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시민사회의 정치적 건강성을 성찰하는 방법이며, 극우적 정서에 대한 적절한 대처법이기도 하다." (남재일, '거짓 자유주의가 잉태한 홍위병' 中, <나들> 11호)
"20대를 과도하게 비난하고, 또 과도하게 칭찬하던 이들의 절대다수가 바로 386 주체였다. 그들은 왜 그렇게 세대 담론에 몰두하고 집착했을까. 이들에게 세대론은 곧 새로운 주체론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기획에서 20대는 당연히 진보적이어야 하지만 노무현보다 왼쪽이어선 안 되며, 20대의 '저항'은 수구보수 세력을 향해야지 진보 진영을 향해선 안 된다. 세대론의 과잉이 드러낸 것은 결국 386 주체의 권력 의지와 20대에 대한 정치적 책임 전가였다. 이들이 20대를 영웅-희생양으로 들었다 놨다 하는 동안, 20대의 사회적 처지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박권일, '세대론, 그 주체화의 욕망' 中, <나들> 11호)
1. 이번 달 <나들>의 '일베'에 대한 태도는 "너 일베, 나 일베, 위 아 더 일베"의 프레임에 갇힌 것 같은 느낌이 없지 않고, 따라서 한 석달쯤 전에 경향신문 기획기사가 먹었던 욕을 고대로 다시 먹을 가능성이 있다. 뭐 물론 반드시 필요한 문제제기라는 걸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래서 어쩌라고'의 단계에서 할 말이 없어지는 문제에 대한 해법도 어떻게든 마련해야지 않나 싶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일베'가 문제적 현상이긴 하잖아.
2. 일간지 찌라시 수준과는 다른 레베루의 기획기사를 뽑아낸다는 점에서 <나들>의 컨셉은 일단 긍정적이고 호를 거듭할 수록 눈에 띄게 나아지고 있긴 한데... 뭐 아직은 목표한 만큼의 퀄리리가 안 나오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박권일과 최태섭의 '덕후와 잉여' 꼭지는 여러 가지 면에서 상당히 돋보였는데, 이번 호를 끝으로 최태섭이 입대;;; 아니, 그 양반이 그렇게 젊은 사람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