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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구입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본문

잡事나부랭이

기타구입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Dog君 2009. 5. 13. 09:54
  본인 역시 기타 경력이 대단히 일천하고 그 실력 역시 '겨털로' 치는 수준인고로 문장 중에 내용의 오류가 대단히 많을 수 있으며 따라서 이 글의 내용으로 어디 가서 아는 척 주름잡다가는 개쪽팔릴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에 이 글은 그저 읽으면서 느낀 점들은 자기 마음 깊은 곳으로만 느낌을 가두길 바란다는 것을 미리 알려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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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살 것인가

  일렉기타를 산다는 것은 그냥 기타 본체 한 대만 덜렁 산다고 끝나는 일이 아니다. 일렉기타는 결코 단독으로 소리를 내는 법이 없다. 이건 MT갈 때 등에 짊어지고 가서 "조개 껍질 묶어~♪"하고 한가로이 노닐며 여학생의 환심을 끌 수 있는 통기타와는 엄연히 다른 물건이다.

  아무리 생초짜라도 공연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최소한 메트로놈과 튜너, 이펙터, 앰프를 꼭 사도록 하자. 여기서 구매순서는 메트로놈&튜너 -> 이펙터 & 앰프 라는 점을 염두에 두도록 한다. 일단 여기에서는 가장 중요한 기타 이야기를 먼저 한 다음에 그 외의 장비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하겠다. 다만 일렉기타를 사려고 하는 루키들은 적어도 5~10만원 정도는 이러한 장비에 대한 예산으로 책정해둬야 함을 염두에 두도록 하자.




기타구입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1. 가격 (★★★★★)

  그렇다. 이게 제일 중요하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여기서 가격이라함은 자기의 주머니 사정에 맞는 예산을 짜라는 이야기도 되지만,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가격=품질"이라는 공식이다. 물론 가격이 반드시 품질과 정비례한다고 볼 수는 없으나 우린 아직 전문가의 심안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상기하자. 그리고 특히 음악 관련 장비는 거의 99% 가격과 품질이 비례한다. (나머지 1%를 찾을 수 있으면 전문가의 심안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가와사미의 SME-900이 아무리 20만원대 국산 기타 중에서 명기名機로 꼽히는 걸작이라고 해도 40만원짜리 기타하고는 그 사운드가 쨉이 안 된다. 나에게 기타 구입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무조건 비싼 것을 권한다. 절대로 악기는 바가지를 씌우지 않는다. 정가대로만 산다고 가정한다면 비싼 값은 정말 그 값을 한다.

  50만원 대 이하는 국산기타를 추천하고 100만원 이하는 펜더 저팬 등의 중고가 브랜드를, 100만원 이상은 무조건 펜더나 깁슨 등의 유명 브랜드를 추천한다. 국산은 저가에서 가격대 성능비가 좋지만 고가로 가면 그 가격에 걸맞는 품질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며 외산 유명 브랜드는 저가로 내려올 수록 성능까지 급저하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기억해두도록.

  하지만 초보의 경우 반드시 비싼 기타를 살 필요는 없다. 그 성능을 100% 써먹지도 못할 뿐더러 초보는 자기 기타를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면서 기타에 대한 잡학을 늘려가야할 필요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같은 초보에게는 580만원짜리 리치 블랙모어 시그너쳐 같은거 필요없다.



2. 픽업 (★★★★☆)

  하지만 요즘은 모델 종류가 대단히 많기 때문에 비슷한 가격대의 기타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이 때부터 각 기타의 개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는데 기타의 사운드를 결정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단연 픽업이다.


  제일 위의 기타와 바로 위의 기타를 비교해보자. 픽업이 약간 다르다. 제일 위의 기타는 깁슨社의 '레스폴Les Paul'이라는 형태이고 바로 위는 펜더社의 '스트라토캐스터Stratocaster'라는 형태다. 이 두가지가 일렉기타의 가장 대표적인 두 형태라고 보시면 되겠다. 이 두 형태는 겉모양 뿐 아니라 사운드의 성격도 많이 다른데 그 차이를 빚어내는 지점이 바로 픽업이다.

  픽업은 이미 잘 알고 있는 바대로, 현의 진동을 전기적 신호로 바꿔주는, 코일이 감긴 일종의 전자석이다. 레스폴의 경우는 약간 크게 생긴 픽업이 2개 붙어있고 스트라토캐스터는 길고 가는 픽업이 3개 붙어있다. 레스폴에 붙어있는 큰 픽업을 험버커 픽업이라고 하고 스트라토캐스터에 붙어있는 것을 싱글 픽업이라고 한다. (험버커는 싱글 2개를 나란히 붙인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흔히 험버커는 록이나 메탈의 굵고 거친 사운드에 적합하고, 싱글은 블루스나 재즈 같은 섬세한 소리를 잘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점은 합주시에 가장 잘 드러나는데 만약 펜더를 들고 깁슨과 함께 메탈을 하려고 했다가는 완전 개박살이다. 깁슨의 두툼한 사운드에 당신의 펜더는 기껏해야 깽깽거리는 소리나 낼 수 있을 것이고 그나마도 절정의 순간에는 완전히 묻혀버리고 말 것이다.

  대개의 기타 초보 가이드는 딱 여기까지만 써놔서 문제다. 그래서 어쩌란거지...? 아직 어떤 음악이 내게 잘 맞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초보에게 깁슨이냐 펜더냐를 고민하라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처사다. 이 때 권해줄만한 기타 구성이 범용凡用 기타이다. 즉, 싱글과 험버커 픽업을 혼합한 형태의 기타인데 대개의 보급형 기타들이 이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것은 내 기타인 스윙社의 Tommy. 픽업을 보자. 싱글-싱글-험버커(줄여서 '싱싱험')의, 가장 전형적인 범용기타로서의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오른쪽 아래의 동그란 스위치 중 위의 것 오른쪽에 레버가 보일텐데 이것을 통해 어느 픽업으로 소리를 낼 것인지 결정할 수 있다.

  이런 구성이 되면 다소 평균적인 사운드가 나기 때문에 각 픽업의 개성이 충분히 살아나지는 않지만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이것은 많은 음악을 소화해 볼 필요가 있는 초보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장점이 된다.

  픽업의 선택과 톤의 조절 스위치('톤 노브'라고 한다)만 잘 조합해줘도 특별한 외부 장치 없이 기타 하나만으로도 다양한 색깔의 사운드를 뽑아낼 수 있기 때문에 초보자라면 범용 기타를 언제나 추천한다.



3. 브릿지 (★★★)

  브릿지의 경우는 그림과 함께 설명해주는 것이 좋기 때문에 일단 여기서는 간략하게만 다룬다. (마땅한 그림이 없으니까;;;)

  브릿지는 '보통의 브릿지'(이걸 정확히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와 플로이드 로즈 브릿지 정도가 가장 대표적이다. (물론 그 외에도 여러 형태가 있으나 보급형이나 초보자용에서는 좀처럼 찾기 힘들기 때문에 생략한다.) 일반 브릿지는 위의 펜더 모델을 참조하도록 하고 플로이드 로즈는 왼쪽의 Tommy를 참조하기 바란다. 어차피 저가형으로 갈수록 양자 간의 차이는 희박해지지만 플로이드 로즈 쪽이 좀 더 초보가 다루기 어려우며 오랜 시간의 손때가 필요하다는 사실만 기억해두면 충분하겠다.



4. 재질 (★★★☆)

  대부분의 초보 가이드에서 상당히 많은 부분을 할애하여 설명하고 있으며 동시에 초보들을 가장 혼란스럽게 하는 부분이다. 마호가니, 메이플, 로즈우드 등 쌩판 들어보지도 못한 목재 이름들을 나열하며 이건 중저음에 강하다는 둥 이건 고음에 강하다는 둥 도대체 알 수 없는 정보로 우리를 패닉 상태로 몰아가는 그 수많은 목재 이름들. 나는 단언한다. "그딴거 안 중요해."

  여기서 일화 한가지. 45만원짜리 Sommy(라고 쓰고 '쌈마이'라고 읽는다. 내 기타의 이름이다. 이 자리를 빌어 내 기타에 가장 적절한 이름을 지어준 김영빈君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를 사고 얼마 뒤 기타 사부님께 물었다.

나: "제 기타, 바디 재질이 뭐였죠?"

사부님: "45만원짜리 나무."

  그렇다. 메이플로 하든 뭘로 하든 그 차이, 우리는 모른다. 우리는 절대음감도 아니고 에릭 클랩튼도 아니며, 우리 기타 역시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초고급 기타 아니다. 목구녕이 헐도록 알려주는데, 당신의 음악을 듣는 사람 중 95%는 당신 기타의 재질에 따른 소리의 차이를 감지하지 못한다. 아니, 치고 있는 당신조차도 어지간히 귀가 뚫리지 않고서야 모른다. 게다가 일렉기타는 바디의 재질 말고도 기타줄의 재질과 굵기, 픽업의 종류, 이펙터, 케이블, 앰프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소리가 결정된다. 바디 재질 그거 그렇게 결정적이지 않다. 더 중요한거는 역시 가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질의 중요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면 그것은 디자인에서의 차이 때문이다. 여러 기타를 보면 넥의 색깔이 크게 2가지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냥 나무색이랑 고동색. 그냥 나무색은 넥 표면의 재질을 메이플을 썼기 때문이고 고동색은 로즈우드를 사용한 것이다. 전자가 고음이 강하고 후자가 중저음이 강하다고 설명은 하고 있지만, 다시 한번 강조하는데 그딴거 신경쓰지 말고 어느 쪽이 더 색깔이 마음에 드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재질에 따른 사운드의 차이는 나중에 절정의 고수가 되고나서 생각해도 안 늦다.



5. 디자인 (★★★★)

  여기에 별 반개 정도는 더 할애하고 싶은 것이 개인적 욕망이지만 너무 주관적이지 않은가 해서 그냥 별 4개로 둔다. ㅋㅋㅋ

  시각. 이거 중요하다. 당신이 기타 키드가 되기로 마음 먹은 이상 기타는 당신의 분신이 될 것이고 당신 마음에 쏙 드는(혹은 당신의 이미지와 잘 맞는) 외관을 가진 기타를 가지는 것은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진짜로 좆나게' 중요하다. 그렇다. 기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뽀대다. 테크닉 같은 거도 물론 중요하지만 일단 시각적으로 압도하는게 제일 중요하다. 음악이란 그런거다.

  (여기서 잠시 딴지일보의 표현을 빌리자면) 왼쪽 그림은 메탈리카의 보컬 겸 기타리스트 제임스 헷필드James Hetfield.

  봐라. 저 압도적인 갑빠와 뽀대를. 공연 때 무대 가운데쯤에 자리 딱 잡고 다리 벌리고 서서 날려대는 공격적인 싸운드. '내가 이래뵈도 기타는 한가닥 한다, 씨바'라고 지금이라도 당장 당신 면전에다 대고 침을 튀길 것 같지 않은가.

  저 사람이 저런 기타 말고 여고생 밴드에서나 볼 수 있는 하늘색 스트라토캐스터를 쥐고 있다고 생각해봐라. 메탈리카는 그 근간부터 무너져내릴 것이 틀림없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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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기타 본체 구입에 관해 간단하게나마 기본적인 고려요소를 몇 가지 살펴보았다. 본인의 기억력 감퇴와 섬세함 부족으로 미처 다루지 못한 부분이 있거나 질문사항이 있다면 언제든 댓글을 달아주기 바란다. 이견이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 다음 글에서는 기타 외에 반드시 구입해야 할 장비를 다뤄보도록 하겠다. 이상.

ps: 예전에 썼다가 블로그가 날아가면서 함께 사라졌던 글인데 의외로 이 키워드로 인한 유입이 많은 것 같아 다시 정리해서 올려봤다. 그러니까 날로 먹는 또 하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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