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君 Blues...

예수전 (김규항, 돌베개, 2009.) 본문

잡冊나부랭이

예수전 (김규항, 돌베개, 2009.)

Dog君 2009. 7. 4. 17:19
사용자 삽입 이미지
1-1. 솔직히 말하자면 좀 불편하다. 앞에 쓴 '러시아 혁명과 레닌의 사상'도 그렇고 이것도 마찬가진데, 이처럼 근본적이고 강퍅한 이야기를 던지는 책이 나는 솔직히 좀 불편하다. 당장 내가 원칙주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가 한 때 상당한 수준의 원칙주의자였음을 상기한다면 이런 마음의 무거움은 더해진다. 거기다 며칠 전 어떤 술자리에서 한 선배에게 "그건 너무 근본주의적이에요."라고 대들었던 것까지 생각하면야.

1-2. 최근에 잠시 김규항을 멀리 했었다. 몇 가지 일들이 누적되어서인데 김규항이 일반적인 안건들에서 보여주는 올바른 자세들이 어떤 특정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전혀 발휘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음을 발견해서였다. 하지만 최근에 그러한 이유만으로 그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것은 생각 외로 편협한 짓임을 깨달았다.

2. '종교'라는 키워드 역시 내가 오랫동안 고민하고 있는 주제 중 하나인지라 이런 식의 글을 보면 내심 많이 반갑다. 꽤 여러 해 전부터 인간에 대한 존중과 사랑을 폐기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종교 하나쯤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고민을 계속하고 있기도 하고 말이지.

3-1. 김규항이 이 책 내내 천착하고 있는 것은 당대의 맥락에서 예수를 바라보는 일이다. 현재의 사람들은 성경에 기록된 예수의 기적들을 두고서 그것이 진실이냐 아니냐는 식의 아둔한 논쟁에 빠져있지만 김규항은 복음서가 지어지던 당대의 맥락과 예수가 가지고 있던 사상의 일관성에 근거하여 성경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 기존의 예수가 가지고 있던 이미지가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반말이나 찍찍 뱉으면서 세상에 체념하고 마음수양이나 할 것을 설파했던, 지금 우리가 매일 TV에서 만나는 정치인 혹은 흔한 종교인들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면 김규항이 이야기하는 예수는 사회적 소수자들에게도 동등한 사회적 지위를 복원시켜주고 사회적 불의에 눈감지 않으면서도 매일매일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다.

3-2.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기성 사회와 불협화음을 일으키지 않은 종교란 없었다. 예수는 권력화된 유대교와 로마의 압제에 항거했고 불교는 카스트제도의 몰인간성과 맞섰으며 이슬람교 역시 기존의 권력과 끊임없이 마찰했다. 하지만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종교는 이미 그 자체가 권력이 되어있거나 혹은 권력과 불화하지 말 것을 설파한다. 우리는 예수와 석가모니의 삶과 고민을 얼마나 이어받고 있을까.

3-3. 박완서의 글이었을거다 아마. 새로 태어난 아이에게 많은 사람들이 축복의 말을 건네면서 누구처럼 되어라 어떻게 되어라하고 덕담들을 건네지만 예수님처럼 살거라라고 말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예수처럼 산다는 것이 돈과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 이상을 말함을 모두 다 알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4. 신앙의 힘이란 무엇일까. 종교의 미덕이란 무엇일까. 고민이 오늘 조금 더 깊어졌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