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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리뷰오브북스 2호 (서울리뷰, 2021.) 본문

잡冊나부랭이

서울리뷰오브북스 2호 (서울리뷰, 2021.)

Dog君 2021. 7. 14. 14:53

 

  1호도 그랬지만, 역시나 사회과학 쪽으로 눈이 더 가고 더 시간을 들여 읽게 된다. 기본적으로 다 좋은 평이고 공들여 쓴 티가 나서 독자로서 더할 나위 없이 즐겁게 읽게 된다.

 

  그런데 2호부터는 살짝 피로감이 느껴진다. 나는 책을 읽다가 공감이 가거나 기록을 해둘만한 부분이 나오면 밑줄을 긋고 완독한 후에 밑줄 그은 것들을 다시 모아서 정리하는데, 이 책은 그렇게 하고 보니 서술어만 조금씩 다를 뿐 사실상 거의 같은 내용들이었다. 물론 그건 이 책만의 문제는 아니고 인문사회과학 쪽 서평에서 늘상 반복되는 패턴이기는 한데, 안타깝게도 이 책 역시도 그로부터 예외는 아닌 것 같다. 2호까지는 무조건 샀지만 3호부터는 어떤 책을 리뷰하는지를 보고 나서 구입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 같다.

 

  나는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저자의 주장에 대부분 수긍한다. 2020년대 한국의 현실에서 연공제나 왜곡된 '공정' 논의 등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비교와 질시의 문화"(136쪽)를 벗어나 새로운 사회와 노동의 규약이 자리잡기를 바라며, "국난 극복이 취미인 나라" 같은 항간의 자조적 우스개가 더 잇아 필요 없는 보편적 복지국가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기를 원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 반드시 이 모든 문제의 역사적 기원을 찾아내야 하는가? 뒤집어 말해서, 역사적 기원부터 이어지는 정합적인 설명을 얻는다면, 우리는 문제의 해법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가? 환원주의라는 비판까지 감수하며 천여 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원대한 가설을 제시한 것은 어쩌면 설명을 위한 설명은 아니었을까?
  복잡한 현실을 관통하는 명쾌한 설명을 찾아내는(또는 만들어내는) 것은 참으로 매력적인 일이다. 하지만 매끈하게 딱 떨어지는 설명을 내놓고 싶은 욕망은 오히려 현실 세계의 복잡함과 불규칙함을 온전히 직시하는 것을 방해할 우려도 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그래, 벼농사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도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하지만 반드시 벼농사로만 설명할 수 있는 걸까?"라는 생각도 감추기 어렵다. 말끔한 설명이 갖는 힘과 지나치게 말끔한 설명이 주는 위화감 중 어느 쪽에 주목할 것인지는 독자 각자의 몫이다. (...) (김태호, 「하지만 반드시 벼농사여야 했는가? - 『쌀, 재난, 국가』」, 255~2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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