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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事나부랭이

2009년 회고전 1. 올해의 앨범

Dog君 2009. 12. 15. 20:03
1. 좆ㅋ망ㅋ 올 한해를 되돌아보는 그 첫시간. 올해의 앨범. 내 귀를 간지럽혔던 수많은 앨범들이 치열한 경합을 벌였으나 최종적으로 두 앨범을 선정하였다. 원래대로면 대표곡 한두개 정도 함께 업로드해주는 것이 방문하신 분들을 위한 예의겠으나 저작권이 뭐 어쩌구저쩌구가 더럽게 복잡한 관계로 그건 무기한 연기하도록 하겠심다.



2-1.

브로콜리 너마저 - 보편적인 노래 (2008)


  아마 모르긴 몰라도 2008년과 2009년을 통틀어 한국 인디음악계의 최대어는 브로콜리 너마저가 아닐까 싶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기하와 얼굴들'을 꼽겠지만...) 그러고보면 지난 수년간은 유독 많은 '인디'팀들이 빛을 발했던 때였던 것 같다. (개인적인 취향과는 약간 거리가 있지만) '국카스텐'이나 '눈뜨고 코베인'도 유명했고 '장기하와 얼굴들'이나 '검정치마' 등도 진짜 끝내주는 음악을 들려줬다. 인디음악이 가지고 있던 예의 딱딱한 이미지가 많이 순화된 것. 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 문화생활에 좋은 활력소가 될 건 부인할 수 없겠지.



2-2. 뭐 어쨌든 그 많은 팀들 중에서 '브로콜리 너마저'는 단연 두각을 나타낸 팀이었다. '장기하와 얼굴들'이 직설적이고 코믹한 언어로 20대 젊은이들의 좌절감에 직접 호소했다면 '브로콜리 너마저'는 부족한 생활비와 지독한 감정소모에 시달리는 88만원 세대들의 소심한 찌질함에 호소했다. 손으로 매만지면 뭐랄까 뽀도독뽀도독 소리라도 날 것 같은 기타톤에 복잡하지 않은 멜로디, 기름기 쫙 빠진 보컬, 꺼내놓기 쪽팔려서 가슴 깊은 곳에 담아두고 있던 이야기만 그대로 담은 듯한 가사들. 아, 무엇 하나 흠잡을 곳이 없군화.



2-3. 사실 '브로콜리 너마저'를 처음 들은 것은 EP가 나왔을 때였다. (나의 지독하게 좁은 음악세계와는 달리 내 지인들의 음악세계는 매우 넓은 편이라 의외의 노래를 듣게 되는 기회가 좀 많은 편이다.) 하지만 브로콜리 너마저의 가치를 제대로 깨우친 것은 정작 정규앨범이 나온 이후였다는거.



2-4. 올해 1월에 사서 거의 석달동안 다른거 안 듣고 이 앨범 하나만 계속 반복해서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후 이 앨범을 압도할만한 인상을 남긴 앨범은 없었다 이거지. 뭐 자세한 이야기는 지난 글에 써뒀으니 그걸 참고하시고들.



3-1.

Oasis - Definitely Maybe (1994)



  나의 음악감상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 'guitar'다. 기타를 좀 끼적거릴 줄 알기 때문에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나는 말랑말랑한 발라드보다는 밴드의 음악을 많이 들었고 취향도 그 쪽으로 많이 기운 편이다. 사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에릭 클랩튼이나 파리스 매치, 이상은 등등이라는 점은 분명히 좀 거시기한 측면이 있다. 뭐 어쨌든. 올해 여름쯤이던가. 발매된지 15년이나 지난 이 앨범을 듣고나서 든 느낌은 뭐랄까... 집나갔던 탕아가 오랜 방황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드리는 고해성사랄까...



3-2. 메신저로 친구가 전해준 오아시스의 정규앨범 하나(이거), 싱글 둘을 그렇게도 들었다. 다른 앨범도 다 그렇지만 처음 들은 그 날은 역시 시큰둥했다. 뭐야 이 신통찮은 브리티쉬 건달 같은 사운드 나부랭이들은... 그런데 그 다음날인가 이틀 후였나, 뭐가 하나 짜리하게 고막을 쌔리는 그런 느낌이 있었다. "이 쌔끼들아 노래라고 하면 이 정도는 해줘야 노래라고 하는거다, 응?"라고 말하는 듯한 격렬한 자신감이 묻어있는 싸운드('사운드'말고), 서로 앞에 나서려고 용쓰는 각 파트들 덕분에 엉성하지만 옹골차고 밀도있게 들어찬 싸운드. 그래 이거였다. 내가 돌아갈 곳은.



4. 언제는 안 그랬겠냐만은 올 한해는 유독 음악 관련한 소비가 적었다. 에릭 클랩튼과 이상은은 신보를 내놓지 않았고 파리스 매치의 새 앨범은 평작의 수준에 머물렀다. (물론 평타만 쳐도 2루타는 된다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틈새에서 피어난 이 두 앨범의 충격이란 가히 세컨드 임팩트. 몇 회까지 지속될지도 알 수 없는 2009년 회고전을 열게 한 것도 결국 얘네들 덕분. 다음 시간에는 '올해의 노래' 부문으로 돌아오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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