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君 Blues...
커피 이토록 역사적인 음료 (진용선, 틈새책방, 2025.) 본문

커피에 대한 책은 그간 하도 많이 읽어서 그런가, 이번 책을 통해서 아주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거나 아주 특별한 감상이 더 있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너무 많이 읽었나봐요;;)
커피의 맛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커피를 마실 때의 분위기나 마주한 사람과의 관계 등이 모두 반영되지요. 커피에 얽힌 이야기를 더 많이 아는 것도 중요하구요. 그러니 이런 책을 통해 한국인의 일상품이 된지 오래인 커피에 얽힌 여러 이야기를 알게 되면 커피가 깊숙이 들어온 우리의 일상도 좀 더 두툼해질 수 있겠지요.
(...) 1961년 9월 1일부터 정부가 지정한 외래품들의 유통·판매를 금지한 특정외래품판매금지법이 시행됐다. 커피, 홍차, 양주를 비롯해 의류, 화장품, 전자 제품 등 모두 19종 190여 품목이 '특정 외래품'으로 지정됐다. 7월에 지정한 다른 제품과는 달리 커피는 8월 7일에 지정됐다. 웬만한 외국산 물품들은 거의 대부분 판매 금지 대상이었다. 법이 발효되고 한 달 가까이 되어 다방에 대한 내무부의 단속이 시작됐다. 서울 시경이 9월 27일 서울 시내 전역에서 외국산 커피를 파는 24개 업소를 적발하는 것을 시작으로 3개월 동안 외국산 커피나 무허가로 제조한 커피를 판매한 377곳의 다방을 적발해, 62곳에 대해서는 한 달 동안의 영업 정지 처분을 내리고, 68곳에 대해서는 행정 처분을 내렸다. 경찰에 적발된 다방은 서울 시내 930개 다방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였고, 적발한 다방 대부분은 시내 중심에 있는 다방이었다. 이후에도 서울, 부산, 대구 등의 대도시를 비롯해 전국 다방에 대한 단속은 계속 이어져 매일 수십여 개의 다방이 적발됐고, 업주가 구속됐다. 계속된 단속에도 커피를 몰래 파는 곳이 이어지자, 정부에서는 세 번 이상 적발된 업체에 대해서는 영업 허가를 취소하고 재판에 회부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
5·16 군사 쿠데타 이후 정부가 모든 다방에서 커피 판매를 전면 금지한 것은 외화 낭비라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다방에 모인 사람들이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정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비판하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무원들에게도 다방 출입 금지령이 내려져 외래품인 커피를 마시면 파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마침내 정부는 1964년 9월 25일 커피를 판매 금지 대상 목록에서 제외하면서 누구나 자유로이 팔고 살 수 있게 됐다. 외화 낭비의 주범으로 몰렸던 커피는 마침내 3년 만에 누명을 벗게 됐다. 1960년대 들어 4·19 혁명과 5·16 군사 쿠데타를 거치며 커피는 참으로 많고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셈이었다. (242~2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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