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君 Blues...
역사문제연구 58호 (역사문제연구소, 2025.) 본문

기존의 많은 역사서에서 역사가들은 '민중'을 역사의 주체로 강조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진보적 지식인이 바라보는 표상으로서의 '민중'이 역사 서술의 중심에 등장할 뿐, 이에 반하는 민중의 역사성은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이 책도 예외는 아니다. 민중은 희생자이거나 저항자일 때만 호명되거나 주체화될 뿐이다. 이 문제는 역사가의 시선 문제일 수도 있지만, '민주주의'가 민중에 의해 전유되기보다는 지식인에 의해 전유되어 온 '민주주의'의 역사성과도 깊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이 책이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모두의 민주주의 시대' 혹은 '시민사회가 일군 민주주의'라는 최종 서사는, 저자의 의도와 다르게 민주주의의 경계짓기와 배제의 논리를 은폐시킬 위험을 내포한다. 민주주의가 역사적 으로 포함과 배제의 운동성 위에서 구축되어 왔다는 통찰에도 불구하고, '모두의 민주주의'라는 포괄적 수사가 민주주의의 수혜를 입지 못한 혹은 그 과정에서 희생된 이들의 목소리를 지워버릴 우려가 존재한다. 이러한 비판적 시각은 책이 다룬 '모두'라는 주체에 대해 재차 질문하게 한다. 이 책의 계보 탐구는 주로 국민국가 형성의 맥락과 중심적인 정치 변동의 서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여성의 권리투쟁, 장애인·성소수자와 같은 비가시화된 소수자 집단의 존재, 그리고 2000년대 이후 극심해진 비정규직 노동자와 이주민들의 생존권 문제는 여전히 민주주의 담론의 주변부에 머물러 있지는 않은가를 질문하게 된다.
저자는 반공, 개발 독재가 민주주의를 어떻게 포획했는지를 분석했지만, 민주화 이후 신자유주의적 체제 전환이 민주주의를 어떻게 내파하고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켰는지에 대한 진단에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한국 민주주의가 제도의 형식적 완결성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양극화, 정치 불신, 혐오 정치와 같은 구조적 모순이 왜 더욱 심화되었는가에 대한 진단이 '시민사회가 일군 민주주의'라는 긍정적인 평가 프레임 내에서 날카롭게 다루어질 수 있는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모두의 민주주의'가 담고 있는 낙관적 지향이,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구조적 불평등과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 심화, 권위주의적 대안에 대한 선호도 증가 등을 가리는 효과를 낳을 우려는 없을지 생각해 보게 된다. (이상록, 「민주주의를 누가 어떻게 전유해 왔는가 - 김정인, 『모두의 민주주의』(책과함께, 2025)」, 449~4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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