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君 Blues...
근황 7 본문
1-1. 거의 20년을 함께 했던 안경을 버리고 드디어 콘택트렌즈를 샀다. 수면시간을 포함한다고 해도 안경과 함께 했던 내 인생의 절대시간이 함께 하지 않았던 시간보다 더 길지 않을까 싶은 이 시점에 뜬금없는 렌즈라니. 내가 생각해도 놀라운 급작스러운 변화.
1-2. 귀를 뚫을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장비 착용'에 대한 내 몸의 거부반응은 생각보다 적은 편. 약간의 이물감이 좀 거슬리긴 하지만 (아마도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대의) 이물감을 오롯이 3년씩이나 입 속에서 느꼈던게 불과 3주 전까지였는데 이정도쯤이야.
1-3. 다만 렌즈 초짜로서의 '적응 안 됨'은 있는데, 초점이 잘 안 맞는다든지 눈알의 뻑뻑함 같은 것. 원경遠景을 볼 때는 그렇게나 또렷하고 눈이 편할 수가 없는데 어찌된 것이 근경近景을 볼 적에는 세상만사가 매직아이처럼 보여서 거 참. 눈의 뻑뻑함 역시 사람을 참 찝찝하게 만드는 것인데 내가 이리도 눈물이 메마른 놈인줄 오늘 처음 알았다. '접속'에서 전도연이 무시로 눈에 떨어뜰이던 인공눈물은 메마란 도시생활을 상징한다 했는데 나도 메마른 도시인 대열에 합류한건가. 오후에 잠시 시간이 남아 들렀던 카페에서 처음 인공눈물을 넣어보면서 느꼈다. '액체 한 방울로 사람이 이렇게 쾌적해질 수 있구나.' 그리고 인공눈물을 만든 사람에게는 노벨평화상을 줘도 아깝지 않을거란 기분이 들었다.
2-1. 말 나온 김에 오후에 들렀던 카페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사실 나 그 카페 별로 안 좋아했다. 복학 이후 계속 단골이었던 십자수가게가 폐점한 후 들어선 카페라는 단 하나의 이유 때문이었는데 어느 무더운 저녁 친구와 만나기 위해 정말 어쩔 수 없이 들렀다가 생각 외로 나쁘지 않은 분위기가 그보다 약간 더 나은 커피맛 때문에 오며가며 자주 들르는 편이다.
2-2. 왕십리라는 공간의 미덕은 단지 물가가 싸다는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왕십리의 진정한 미덕은 그 속에서 맛있는 집이 발견되면 그 집이 졸지에 '싸고 맛있는 집'이 된다는 점에 있다. 일단 그렇게만 되면 '이 가격에 이런 맛을 내는건 기적이야'라는 식의 훈훈한 미사여구까지 달라붙는건 순식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 커피집은 (일단 나에게는) 왕십리의 미덕을 충분히 누리고 있는 집이다.
2-3. 커피맛이 나쁘지 않은거야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간단히 요기라도 해볼 심산으로 시켰던 머핀은 정말이지 1500원으로 가능한 최대의 맛을 이끌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2-4. 여기서 잠깐. 치즈머핀은 (치즈케잌도 그렇고) 치즈가 지나치게 적거나 지나치게 많아선 절대 안 된다. (적은게 왜 나쁜지는 말할 필요도 없겠다) 너무 많았을 때의 그 찐득찐득함이란 커피 한모금 정도로 씻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건 그냥 치즈로 만든 진흙뻘. 음료에 곁들이는 주전부리란 응당 '여기에 커피(를 비롯한 모든 음료) 한 모금만 더 하면 딱이겠는데'하는 마음이 들어야지 '어서 커피(를 비롯한 모든 음료)로 이걸 씻어내야겠어!'하는 마음이 들면 못 쓴다 그거.
2-5. 구운지 얼마 안 된 듯 온기와 바삭함이 가시지 않은 머핀. 포크로 머핀을 세로로 길게 떼어내서 그걸 다시 가로로 뉘어 한입 씹었을 때 그 질감은 가히 최고였다. 왼쪽에선 바삭함, 오른쪽에선 끈적함. 이 기막힌 질감의 조화. 인공눈물을 만든 사람이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를 수 있다면 이 커피집 주인 역시도 한번쯤 그 후보로 고려해볼 가치가 있다.
2-6. 물론 이 맛이 머핀의 완성시간을 절묘하게 잘 맞춘 나에게만 해당되는 행운인지 두세번 더 먹어보고 검증해야겠다.
3. 밤에 집으로 돌아오는데 밤공기가 제법 시원하다. 삼복도 넘기고 입추도 지났으니 이제 좀 시원할 때가 되긴 됐다. 한낮은 여전히 후라이팬과 찜통의 중간 어디쯤에 있지만 밤공기는 선선한 것이 가을이 저기 어디 멀리쯤 있는 것이 어렴풋이 느껴진다. 이래저래 신선하고 기분좋은 밤이다.
1-2. 귀를 뚫을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장비 착용'에 대한 내 몸의 거부반응은 생각보다 적은 편. 약간의 이물감이 좀 거슬리긴 하지만 (아마도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대의) 이물감을 오롯이 3년씩이나 입 속에서 느꼈던게 불과 3주 전까지였는데 이정도쯤이야.
1-3. 다만 렌즈 초짜로서의 '적응 안 됨'은 있는데, 초점이 잘 안 맞는다든지 눈알의 뻑뻑함 같은 것. 원경遠景을 볼 때는 그렇게나 또렷하고 눈이 편할 수가 없는데 어찌된 것이 근경近景을 볼 적에는 세상만사가 매직아이처럼 보여서 거 참. 눈의 뻑뻑함 역시 사람을 참 찝찝하게 만드는 것인데 내가 이리도 눈물이 메마른 놈인줄 오늘 처음 알았다. '접속'에서 전도연이 무시로 눈에 떨어뜰이던 인공눈물은 메마란 도시생활을 상징한다 했는데 나도 메마른 도시인 대열에 합류한건가. 오후에 잠시 시간이 남아 들렀던 카페에서 처음 인공눈물을 넣어보면서 느꼈다. '액체 한 방울로 사람이 이렇게 쾌적해질 수 있구나.' 그리고 인공눈물을 만든 사람에게는 노벨평화상을 줘도 아깝지 않을거란 기분이 들었다.
2-1. 말 나온 김에 오후에 들렀던 카페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사실 나 그 카페 별로 안 좋아했다. 복학 이후 계속 단골이었던 십자수가게가 폐점한 후 들어선 카페라는 단 하나의 이유 때문이었는데 어느 무더운 저녁 친구와 만나기 위해 정말 어쩔 수 없이 들렀다가 생각 외로 나쁘지 않은 분위기가 그보다 약간 더 나은 커피맛 때문에 오며가며 자주 들르는 편이다.
2-2. 왕십리라는 공간의 미덕은 단지 물가가 싸다는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왕십리의 진정한 미덕은 그 속에서 맛있는 집이 발견되면 그 집이 졸지에 '싸고 맛있는 집'이 된다는 점에 있다. 일단 그렇게만 되면 '이 가격에 이런 맛을 내는건 기적이야'라는 식의 훈훈한 미사여구까지 달라붙는건 순식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 커피집은 (일단 나에게는) 왕십리의 미덕을 충분히 누리고 있는 집이다.
2-3. 커피맛이 나쁘지 않은거야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간단히 요기라도 해볼 심산으로 시켰던 머핀은 정말이지 1500원으로 가능한 최대의 맛을 이끌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2-4. 여기서 잠깐. 치즈머핀은 (치즈케잌도 그렇고) 치즈가 지나치게 적거나 지나치게 많아선 절대 안 된다. (적은게 왜 나쁜지는 말할 필요도 없겠다) 너무 많았을 때의 그 찐득찐득함이란 커피 한모금 정도로 씻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건 그냥 치즈로 만든 진흙뻘. 음료에 곁들이는 주전부리란 응당 '여기에 커피(를 비롯한 모든 음료) 한 모금만 더 하면 딱이겠는데'하는 마음이 들어야지 '어서 커피(를 비롯한 모든 음료)로 이걸 씻어내야겠어!'하는 마음이 들면 못 쓴다 그거.
2-5. 구운지 얼마 안 된 듯 온기와 바삭함이 가시지 않은 머핀. 포크로 머핀을 세로로 길게 떼어내서 그걸 다시 가로로 뉘어 한입 씹었을 때 그 질감은 가히 최고였다. 왼쪽에선 바삭함, 오른쪽에선 끈적함. 이 기막힌 질감의 조화. 인공눈물을 만든 사람이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를 수 있다면 이 커피집 주인 역시도 한번쯤 그 후보로 고려해볼 가치가 있다.
2-6. 물론 이 맛이 머핀의 완성시간을 절묘하게 잘 맞춘 나에게만 해당되는 행운인지 두세번 더 먹어보고 검증해야겠다.
3. 밤에 집으로 돌아오는데 밤공기가 제법 시원하다. 삼복도 넘기고 입추도 지났으니 이제 좀 시원할 때가 되긴 됐다. 한낮은 여전히 후라이팬과 찜통의 중간 어디쯤에 있지만 밤공기는 선선한 것이 가을이 저기 어디 멀리쯤 있는 것이 어렴풋이 느껴진다. 이래저래 신선하고 기분좋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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