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君 Blues...
거제,통영,진주 답사 본문
1. 지난 주말 通統筒 사람들과 답사를 다녀왔다. 출발하기 10분전까지 답사인걸 까맣게 잊고 있다가 전화받고 허겁지겁 달려가느라 시간은 시간대로 늦고 준비물도 다수 빼먹은, 출발부터 많이 삐걱거린 답사. 카메라를 못 챙긴 덕에 첨부된 사진은 전부 다 동행들이 찍은 것. 여기에 올려도 다들 별 말씀 없으실거라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2-1. 거제도하면 역시 포로수용소. 순식간에 10여만명의 포로가 들어찬 거제포로수용소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도시였고 그 속에서 사람들은 또 하나의 작은 한국전쟁을 치뤘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그냥 넘기기는 어려웠겠지.
2-2. 한국전쟁에 대한 고전적인(이라고 쓰고 '반공주의적인'이라고 읽는다) 해석으로 가득한 포로수용소는 역사학자와 대중의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를 여실시 드러내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했다. 현대사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이런 식의 내러티브가 얼마나 조야하고 악의적인 것인지 모르지 않겠지만 문제는 매일 수천명의 사람들이 이곳을 다녀갈 것이고 이 내러티브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
2-3. 철학의 빈곤과 고민의 부재만을 이야기하기에 내심 찝찝한 것은 그러한 내용의 안타까움과는 별개로 이 시설의 스토리텔링 수법이 대단히 훌륭하기 때문이다. 북괴에 의해 불법적으로 자행된 6.25로 시작되어 그 외의 다른 맥락은 건너뛴 채 포로들이 누리는 상대적인('절대적인'이 절대 아니고) 여유로움을 이야기한 다음 포로수용소에서 일어난 친공포로의 난동으로까지 이어지는 스토리텔링은 특별한 선입견없이 이 곳을 찾는 이를 자연스럽게 유혹한다.
2-4. 역사학이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라는 문제와 더불어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라는 문제에도 적극 개입해야 할 필요성을 다시 한번 절감하는 순간. 상아탑 밖의 역사학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3-1. 분야를 막론하고 한 분야에서 일대가를 이룬 노회한 이의 족적을 좇는 것은 언제나 흐뭇한 경험이 된다. 통영에서 태어난 두 걸출한 예술가, 윤이상과 박경리 기념관은 아직도 풋내기 수준에 불과한 나에게 신선한 자극제가 되었다.
3-2. 문득 서고에만 꽂아두고 아직 표지도 넘겨보지 않은 강만길선생의 자서전이 떠올랐다. 이번 주말부터는 읽기 시작해야겠다 싶다.
4-1. 돌아오는 길에 잠시 진주에도 들렀다. 어차피 집에는 못 갈 것 같아 부모님께는 전화를 안 드렸다. 피치 못할 사정이긴 했지만 좀 죄송한 마음이 드는건 어쩔 수가 없다.
4-2. 분명히 스무살 즈음의 진주는 어서 빨리 떠나고 싶은 시골구석이었지만 역사학을 진지하게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진주라는 도시의 가치가 점점 크게 느껴지는 것 같아 기분이 묘하다. 내 언젠가는 진주가 살아온 그 시간들을 내 나름의 언어로 다시 구성하겠노라고 다시 다짐.
5. 남해바다의 아름다움은 역시 탄식이 절로 나올 법 했다. 서해의 아기자기함과 동해의 장쾌함을 함께 갖췄다고나 할까. 여전히 수영을 못해서 해수욕장에선 이래저래 굴욕상황이 많았지만 말이지.
6. 그래도 역시 하늘만한게 없다. 파아랗게 펼쳐진 하늘에 손을 뻗어 손가락을 펼치면 손가락 사이로 그 파란 것들이 와락하고 쏟아지는 것만 같다. 중부지방에 폭우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구름 한점없이 직사광선을 내리쬐던 하늘이건만 사진으로 보니 그 뜨거운 기운도 없어지고 그냥 맑게만 보인다. 물론 다시 저 하늘 밑으로 들어라가면 고민을 좀 해봐야 된다는 거.
7. 어쨌든 결론적으로... 지난번 광주답사와 마찬가지로 이번 답사도 깨알같이 즐겁게 잘 댕겨왔음.
ⓒ 2010 서준석
ⓒ 2010 서준석
2-1. 거제도하면 역시 포로수용소. 순식간에 10여만명의 포로가 들어찬 거제포로수용소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도시였고 그 속에서 사람들은 또 하나의 작은 한국전쟁을 치뤘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그냥 넘기기는 어려웠겠지.
2-2. 한국전쟁에 대한 고전적인(이라고 쓰고 '반공주의적인'이라고 읽는다) 해석으로 가득한 포로수용소는 역사학자와 대중의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를 여실시 드러내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했다. 현대사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이런 식의 내러티브가 얼마나 조야하고 악의적인 것인지 모르지 않겠지만 문제는 매일 수천명의 사람들이 이곳을 다녀갈 것이고 이 내러티브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
2-3. 철학의 빈곤과 고민의 부재만을 이야기하기에 내심 찝찝한 것은 그러한 내용의 안타까움과는 별개로 이 시설의 스토리텔링 수법이 대단히 훌륭하기 때문이다. 북괴에 의해 불법적으로 자행된 6.25로 시작되어 그 외의 다른 맥락은 건너뛴 채 포로들이 누리는 상대적인('절대적인'이 절대 아니고) 여유로움을 이야기한 다음 포로수용소에서 일어난 친공포로의 난동으로까지 이어지는 스토리텔링은 특별한 선입견없이 이 곳을 찾는 이를 자연스럽게 유혹한다.
2-4. 역사학이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라는 문제와 더불어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라는 문제에도 적극 개입해야 할 필요성을 다시 한번 절감하는 순간. 상아탑 밖의 역사학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 2010 이수진
3-1. 분야를 막론하고 한 분야에서 일대가를 이룬 노회한 이의 족적을 좇는 것은 언제나 흐뭇한 경험이 된다. 통영에서 태어난 두 걸출한 예술가, 윤이상과 박경리 기념관은 아직도 풋내기 수준에 불과한 나에게 신선한 자극제가 되었다.
3-2. 문득 서고에만 꽂아두고 아직 표지도 넘겨보지 않은 강만길선생의 자서전이 떠올랐다. 이번 주말부터는 읽기 시작해야겠다 싶다.
ⓒ 2010 서준석
4-1. 돌아오는 길에 잠시 진주에도 들렀다. 어차피 집에는 못 갈 것 같아 부모님께는 전화를 안 드렸다. 피치 못할 사정이긴 했지만 좀 죄송한 마음이 드는건 어쩔 수가 없다.
4-2. 분명히 스무살 즈음의 진주는 어서 빨리 떠나고 싶은 시골구석이었지만 역사학을 진지하게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진주라는 도시의 가치가 점점 크게 느껴지는 것 같아 기분이 묘하다. 내 언젠가는 진주가 살아온 그 시간들을 내 나름의 언어로 다시 구성하겠노라고 다시 다짐.
ⓒ 2010 서준석
ⓒ 2010 정인우
ⓒ 2010 정인우
5. 남해바다의 아름다움은 역시 탄식이 절로 나올 법 했다. 서해의 아기자기함과 동해의 장쾌함을 함께 갖췄다고나 할까. 여전히 수영을 못해서 해수욕장에선 이래저래 굴욕상황이 많았지만 말이지.
ⓒ 2010 이수진
6. 그래도 역시 하늘만한게 없다. 파아랗게 펼쳐진 하늘에 손을 뻗어 손가락을 펼치면 손가락 사이로 그 파란 것들이 와락하고 쏟아지는 것만 같다. 중부지방에 폭우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구름 한점없이 직사광선을 내리쬐던 하늘이건만 사진으로 보니 그 뜨거운 기운도 없어지고 그냥 맑게만 보인다. 물론 다시 저 하늘 밑으로 들어라가면 고민을 좀 해봐야 된다는 거.
ⓒ 2010 서준석
7. 어쨌든 결론적으로... 지난번 광주답사와 마찬가지로 이번 답사도 깨알같이 즐겁게 잘 댕겨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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