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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想나부랭이

공부 단상

Dog君 2011. 3. 19. 10:51
1. 요즘 들어 부쩍 생각나는 사람이 있는데 누구냐면...


 스윙걸즈에 나왔던 수학선생(타케나카 나오토 분). 스윙걸즈는 유쾌한 영화임에도 보고나면 어딘지 모를 씁쓸함 비슷한 뒷맛이 남는데 아마도 이 사람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고 싶은 것'과 '잘 하는 것'이 전혀 일치하지 않는 이 사람. 묘한 기시감이 들지 않는가.

2. 다분히 결과론적으로 끼워맞추기식 회고를 하자면 '역사학'에 대한 내 관심은 유년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형편이 절대 다른 집에 비해서 나은 편이 아니었던 우리집에도 어찌 된 일인지 웅진출판 위인전 전집은 있었고 더불어 이희재가 그린 18권짜리 한국의 역사도 있었더랬다. (감수를 맡았던 변태섭 선생의 위엄은 대학원에 와서야 조금 알았다.) 예나 지금이나 할 것도, 볼 것도 별로 없는 촌구석에서 시간이나 때우려고 손댄 그 책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라고는 하지만... 앞에서 얘기했잖은가. '결과론적으로 끼워맞추기식 회고'라니깐.)

3-1. 어쨌거나. 나는 열아홉살이 끝나갈 즈음 망설임없이 사학과를 선택했고 전공학문으로 역사학을 공부한지 올해로 딱 10년을 채웠다. 그런데.

3-2. 이걸로 밥 벌어먹겠답시고 대학원을 선택했고 그리고 졸업을 했다. 3년 반 정도의 대학원 생활 끝에 얻은 결론은 '내가 참 공부를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같은 글을 같은 시간에 읽어도 내가 읽어내는 내용은 확연히 다른 이들에 비해 옅었고, 같은 글을 같은 시간에 써도 내가 써내는 내용은 확연히 다른 이들에 비해 가볍고 부박했다. 재즈에 대한 열정과 사랑은 세계 최고지만 재능 따위는 이제 두어달 연습한 애새끼들에게도 미치지 못하는 저 수학선생처럼.

4-1. 석사과정을 마치고 또 다시 이런저런 일들을 준비하고 있다.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한다고 하는데 늘상 결과는 제자리 걸음이다.

4-2. 그래서 생각한다. 아, 좋아한다고 잘하는건 아니구나 하고. 그리고 그래서 좀 서글프기도 하다. 이리 좋아하는 것도 잘 해낼 수 없는게 내 능력이라면 난 대체 뭘 해야 잘 해낼 수 있는걸까 하고.

5. 그래서 요즘은 이 길로 먹고 사는건 이제 접어야지 않나 하는 생각도 아주 진지하게 한다. 좋아하는건 잘해봐야 그냥 취미생활 정도로 미뤄두고 밥 벌어먹고 내 주변사람들 건사하는건 다른 걸로 해야지 않나 생각한다. 그러면 이 좋은 일을 두고 재능이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지 않겠는가.

6. 그래서 요즘은 또 이 아저씨가 부쩍 좋다.



 죽을 때까지 노래할거라던 이 아저씨처럼, 나도 죽을 때까지 이 공부할란다. 비록 못 할지라도. 비록 취미생활에 불과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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