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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Blues...
업계 격언으로 '(글) 생산력은 남아있는 마감 기한과 반비례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 격언에 격하게 공감하며 사는, 그래서 가끔은 글을 쓰기 위해서 일부러 마감의 지옥 속에 스스로를 밀어넣어넣기도 하는 모든 글쟁이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마감이 다만 개인의 일이라면 얼마나 다행일까? 하지만 공교롭게도 나의 마감은 타인의 마감과 연결되어 있다. 지금 이 글만 해도 그렇다. 내가 마감 기한을 어기는 순간, 다른 작가님들이 아무리 기한 안에 글을 마감해도 이 책은 완성될 수가 없다. 만약에 출간일이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데드라인에 맞춰 허겁지겁 마감을 하게 된다면 그건 아마도 에디터와 디자이너의 야근으로 이어질 것이다.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하는 일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일은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
기독교 역사의 첫 몇십 년을 다룬 이 책의 문제의식은 확고합니다. 저자는 예수 사후 초기 예수운동에서 작금의 기독교 공동체가 지향할 모델이 있다고 보는 것이죠. 해방신학을 공부했고, 누구보다 작금의 교회 공동체에 대한 안타까움이 짙은 저자이기에 그런 문제의식은 누구보다 확고할 겁니다. 그렇게 해서 저자가 찾아낸 1세기 예수운동의 미덕은 개방성과 다양성, 평등함 같은 것들입니다. 당대의 역사적 조건이나 다른 종교에는 없는 몇 가지 특징들도 원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만, 근본적으로는 개방, 다양, 평등 같은 가치가 준수되었기에 예수운동은 기존 종교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고, 나아가 그들을 연대하게 하고 헌신하게끔 할 수 있었다는 것이죠. 이런 식으로 이데올로기나 종교에서 지금은 없는 ..
이 책의 원제는 'Carbon Colonialism'입니다. 『탄소 민주주의』와 『탄소 기술관료주의』에 이은 '탄소 연독連讀'이네요. (그런데 '연독'이란 말이 있긴 하나...) 첫 두 책이 과거의 역사를 다룬 것에 반해 이 책은 현재의 탄소배출과 기후위기의 불평등 문제를 다룹니다. 그러다보니 이 책은 첫 두 책보다 훨씬 명징하게 자기 주장을 피력합니다. 기실 '기후위기'라는 소재는 이제 별달리 새삼스럽지 않습니다. 산업화시대에 생태주의는 꽤나 공격적인 사회운동의 일부로 이해되었고, 기후변화climate change 대신 기후위기climate crisis라고 말하는 것도 급진적으로 의제를 설정한다는 느낌을 풍겼지만, 지금은 그런 느낌이 별로 안 듭니다. 지극히 보수적인 윤석열 정권(잘 가라)조차도 기..
농담 반으로 말씀드리자면, 정병준 선생님은 책 길게 쓰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으시죠. ㅎㅎㅎ 분야가 현대사이다보니 시간적 범위도 불과 몇 년 정도에 불과한데 아니 그걸 이렇게까지 촘촘하게 써서 이렇게 어마어마한 분량을 만드시나 싶습니다. 최근에 내시는 책들은 그나마 '정상적인' 분량으로 나오나 싶었는데, 이 책이 당초 『김규식 평전』의 4부로 기획되었다는 언급 부분에서는 저도 순간 휘청-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ㅋㅋㅋ 하지만 이어 진담 반을 보태자면, 엄청난 분량은 정병준이라는 역사학자가 얼마나 성실한 사람인지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비교적 일찍 미국(특히 미국국립기록관리청NARA) 소재 한국사 자료에 주목한 이래로 방대한 사료를 성실하고 꼼꼼하게 활용해 온 저자의 태도는 역사학자로서의 모범이라 하겠..
어느 자리에서 다른 분의 강의나 발표를 들을 때 탕수육은 종종 '다른 건 모르겠고, 저 사람이 저 주제를 참 좋아하긴 하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제 전공이 아닌지라 발표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발표자의 말투나 표정에서 그이의 열정과 애정이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그냥 직업으로서의 관성이나 의무감이 아니라 대상에 대한 온전한 애정과 즐거움이 뚝뚝 떨어지는 그런거요. 그런 느낌을 받으면 괜히 저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저걸 왜 좋아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냥 이유 없이 저도 막 힘이 나는 것 같고 즐겁고, 뭐 그렇습니다. 탕수육은 미술사에 대해서는 정말로 문외한입니다. 미술에 대해서도 정말 아는 것이 없다시피 하고 미적 감각도 거의 0에 수렴합니다. 그러니 제가 이 책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