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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想나부랭이

진로 단상 2

Dog君 2011. 11. 23. 09:46
1. 이런저런 구구한 정당화야 해봐야 구차하기만 할테니 그런건 나아중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꼼꼼한 성격도 아니고 더욱이 착실하지도 못한 성격이고 게다가 다소 비관적인 인생관까지 갖고 있다보니 조직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참말로 견디기 어려운 것이었다. 우유부단한 성격에 몇 가지 결정적인 실수까지 겹치면서 이거 완전 민폐만 가득한 나날이었다.

2. 처음 들었던 생각은 아, 이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양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처음 하는 일이다보니 결과물은 항상 갈피를 잡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었고 시간 많이 들여 일하고도 제대로된 성과를 남기지 못하는 일의 연속이었다.

3. 밀려드는 일을 처리하고, 격식 갖춰 서류 정리하고, 책 찾아 자료 정리하고, 굳은 머리 주물러 디자인하고, 글쓰고, 퇴고하고, 전화하고, 메일 돌리고... 이런 하나하나에 스트레스 받는걸 보면 나도 어지간히 사회성 없는 놈이구나 싶더라.

4-1. 어느 순간부터 나는 변하고 있었다. 출퇴근길에는 버스에 앉자마자 무조건 잠을 청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었다. 언제거나 손에서 무엇이든 읽을 거리를 놓지 말자는 것이 인생의 신조 비슷한 것이었고 지금껏 딱히 그걸 어긴 적도 없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의식하지 못한 새에 나는 아무것도 읽지 않고 있었다.

4-2. 처음에는 괜히 머리도 아픈데 책 같은거 꺼내읽어서 더 머리아프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작용했던 것 같다. 그러던 것이 스트레스에 조금 적응이 되고 그 힘겨움이 경감된 후에도 관성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사주간지의 말랑말랑한 문체마저도 이제는 버겁다. 예전에는 한양대에서 성수로 가는 전철 두 정거장 사이에서도 책을 꺼내들었는데.

5-1. 그렇다고 대학원 생활 때 스트레스를 안 받은 것은 아니었다. 돈 문제도 문제였지만 논문 쓰는 문제부터 시작해서 밀려드는 과제에 틈틈이 알바에 각종 개인공부까지 겹쳐 그 때 그 나름 힘들었다. 마음 편히 잠을 푹 자는 날이 많은 것도 아니었고 좋은 옷 입고 좋은 밥 먹으면서 살았던 것도 아니었다.

5-2. 그러면 대체 왜. 왜 유독 이 스트레스만 이렇게 힘들게 느껴지는걸까.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짊어지고 사는 이 스트레스가 왜 이렇게 견디기 힘든걸까. 그저 내가 약한건가. 독하지 못해서인가. 고생 안 해본 놈의 투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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