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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想나부랭이

'세대를 가로지르는 연대의 질문' 메모 계속

Dog君 2011. 9. 30. 17:53
1. 질문의 눈높이를 맞추라는 말은 일단 우리에게 '정치적 무관심'이니 '개인주의'니 하는 냉소적인 단어를 던지지 말라는 뜻을 깔고 있다. 일단 그런건 기본적으로 꼰대들의 기준이니까. 우리들은 오늘도 나름대로의 정치와 나름대로의 전선戰線에서 피똥싸면서 살아간다.

2-1.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상황은 매우 비관적이다. 이 점 솔직하게 긍정하자. 어쩌다가 이 쳇바퀴를 벗어던지고 스스로의 열정과 욕망에 충실하게 살아가려는 개체들이 가끔 나온다. 근데 정말 무서운건 이 체제는 그들마저 착취대상으로 삼는다는 사실이다. 순수하게 바쳐지는 열정은 되려 그 열정이라는 이름이 족쇄가 되어 저임금 고강도 노동을 정당화한다. 이런 일은 주로 대학원이나 예술계에서 많이 일어나지 아마?

2-2. 따라서 우리들에게 섣불리 대안을 요구하는 일은 좀 신중해야 한다. 체제는 무섭다. 저항마저 체제의 일부로 포섭해서 단물 쪽쪽 빨아먹거든. 대안 찾다가 혼자만 좆될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지금 이 체제에 순응하면서 모른척하고 살아가는게 제일 편할 수도 있다. 빨간 약 먹을까, 파란 약 먹을까 하는 고민 앞에 선다면 속 편하게 그냥 지금처럼 모르고 살래요 하는게 제일 편할 수 있다 이거지. (물론 그러면 영화는 거기서 걍 끝이지만.)

2-3. 그럼에도 불구하고 억지로든 어떻게든 대안이고 희망이고 이딴걸 이야기하려면 이런 점들에 좀 신경을 써야겠다.

3-1. 꼰대들의 '정치'는 지금보다 좆나게더 구체화되어야 한다. 그간 꼰대들이 독점해온 '정치'라는 단어는 주로 '정치인들에 대한 관심'이나 '민주주의, 자유 등 추상화된 가치'에 가까웠다. 하지만 (누누이 강조컨대) 우리들은 그런 거에 별로 관심없거든요. 한편에서는 구체적인 삶 속의 주체가 될 것을 이야기하면서 왜 자꾸 정치이야기만 나오면 이야기가 갑자기 속세를 초월해버리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바깥'을 상상할 수 없는 상태로 파편화된 개별개체들에게 연대를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 몽상에 불과하다. 우리에게 '연대'란 그냥 '연세대'의 줄임말이지 뭐 '자본권력에 맞서는 뜨거운 동지애' 이런거는 안 떠오른단 말이다.

3-2. 구체적인 이해관계와 구체적인 감성의 단계로 사안이 내려오지 않으면 우리는 움직이지 않는다. 반값등록금이 잠시나마 학생사회의 중요한 의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장 우리의 삶과 직결된 문제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도 정치하는 쌔끼들이 씹었지만...) 2002년도에 촛불이 그렇게들 밀려나온 것도 여중생의 죽음에 대한 즉물적인 반응이었지 식민지반봉건국가독점자본주의... 뭐 이딴거에 분노해서가 아니란 말이다. 이명박이 말도 안 되는 소고기드립치면서 밥상머리라는 가장 구체적인 사람들의 일상까지 훼방놓으려고 하니 유모차까지 길바닥으로 나왔던거 아닌가.

3-3. 우리에게 정치는 그 정치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의 문제란 말이다. 그 문제에 영향을 끼칠 수 없다면 그건 우리에게 더 이상 재미가 없단 말여.

4-1. 여기서 또 하나의 특징이 추가된다면 정치의 유희화라고나 할까. 가방끈 긴 사람들은 여기에 또 뭐 이상한 영어개념들 갖다붙이는데 나는 그런거 잘 모르겠고 암튼 우리들에게 정치란 비웃고 조소하는 대상이 된다는 것.

다들 술자리에서만 웃고 떠들던 것들을 공개적인 장소로 끌어내신 네 아저씨. 아, 근데 토크콘서트는 1분만에 매진되는 바람에 못 감. ㅠㅠ


4-2. 정치에 대해 냉소적이라고 하는데 냉소적인 것과 무관심은 좀 다르다. 무관심은 니가 달밤에 연꽃 따다 물고 지루박스텝을 밟든 말든 신경 안 쓰겠다는거고, 냉소적인거는 거기다 대고 "지랄스텝밟네"라고 한마디 툭 던져주는 거 아닌가. 좌우를 막론하고 모든 꼰대들이 거룩하고 엄숙한 세레모니의 현장으로 만들었던 정치를 우리는 놀이터로 생각한다는 말씀. 그러다가 재미가 없으면? 그러면 안 하는거다. 재미가 없는데 왜 해.

4-3. 거기에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강한 친화력까지 더해지면 이는 완전히 새로운 정치의 장이 열리는 셈이다. 그래 너희는 국회에서 지랄해라, 우리는 게시판으로 간다, 블로그로 간다, 싸이로 간다, 트위터로 간다.

5. 아, 이제 퇴근시간이니 황급히 결론을 좀 내리자면, 우리에 대한 꼰디엔탈리즘적 시선을 거두시라는거. 우리는 당신들의 비아냥을 들을 이유가 없다. 당신네들이 단물 다 빨아먹고 남은 이 사회에서 우리는 우리의 방식대로 살거다. 우리가 못내 아쉽거든 당신네들이 우리의 방식에 따라오라 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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