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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츠키 사후의 트로츠키주의 (토니 클리프, 책갈피, 2010.)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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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츠키 사후의 트로츠키주의 (토니 클리프, 책갈피, 2010.)

Dog君 2012. 6. 24. 21:52



1. 나는 지금도 트로츠키라는 이름을 들으면 좀 묘한 흥분감 비슷한게 든다. 20대 초반에는 (그리고 아직도 조금은) 이데올로기로서 나를 압도했고 지금도 (최소한) 순수한 학술적 의미에서 꽤나 관심이 많이 간다.


2-1. 트로츠키라는 이름은 러시아 혁명사에 관심이 있다면 그다지 낯선 이름이 아니다. 미온적이었던 레닌을 설득해 10월 혁명에 나서도록 했고 (그걸 영구혁명이니 부단혁명이니 어쩌구저쩌구라고 부른다) 혁명 이후에는 적군赤軍을 이끌고 백군白軍과 싸웠다. 레닌이 죽은 후에 정권을 잡은 스탈린에 반대해 좌익반대파를 형성했지만 결국 스탈린으로부터 도망쳐야했고 결국 1940년 멕시코에서 스탈린의 자객에게 암살당했다.


2-2. 트로츠키가 죽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후예들은 다시 둘로 나뉘었다. 트로츠키가 생전에 만들었던 ‘제4인터내셔널’에 끝까지 잔류하며 트로츠키의 견해를 그대로 이어받은, 에른스트 만델을 중심으로 한 일파가 그 하나였고 나머지 하나는 트로츠키와 달리 현실사회주의를 국가자본주의로 규정한 국제사회주의(International Socialism, IS) 계열이었다. 이 책의 저자 토니 클리프는 후자의 경향을 만들고 유지하고 지도했던 사람이다. (2000년에 세상을 떠났다.)


3-1. 전세계 사회주의 운동을 ‘스탈린 동무’가 지도하던 시절에 트로츠키주의는 금기시된 말이었다. 대충 ‘미제의 첩자’라는 뜻으로 이해되었다고 보면 무방하다. (김산에게 씌워진 죄목도 ‘트로츠키주의자’였을걸 아마) 뭐 꼭 그런 억울한 이야기까지 안 꺼내더라도 트로츠키의 이미지가 마땅히 좋은 것 같지는 않다. 스머프 마을을 공산주의 사회에 비교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트로츠키는 그 중에서 똘똘이 스머프 쯤 된다.


너무 똘똘해서 비현실적인데다가 좀 밥맛인 그런 이미지?


3-2. 트로츠키주의라는 것, 더 정확히 국제사회주의의 이미지도 대충 그 비슷하게 된 것 같다. 여전히 노동계급이 어쩌고저쩌고 노동조합이 어쩌고저쩌고에 매달리고 있고 되지도 않는 고루한 원칙이나 들먹이며 자기들 이론에 세상을 끼워맞추는 프로크루스테스 같은 뭐 그런...


3-3. 더욱이 트로츠키 사후에 일어난 소위 ‘제3세계’의 사회주의혁명이란 것이(예를 들어 중국이나 쿠바가 대표적이지) 전통적 노동계급운동과는 별달리 결정적인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여전히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에 집착하는 트로츠키주의로는 이것들을 설명하기가 좀 많이 껄끄럽다. 물론 그 내부에서도 나름의 설명이 없는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런 설명들이 막 시원하게 해명을 잘 해주고 그런 것도 아니다.


4. 세상을 읽는 하나의 체계로서의 트로츠키주의는 확실히 좀 낡은 구석이 있다. 하지만 무릇 변하지 않는 세계관이란 없는 법. (만약 있다면 그건 ‘교조’라고 불러야겠지) 트로츠키로부터 무엇을 물려받고 무엇을 걸러낼 것인가.


ps. 물론 그 전에 뻣뻣하게 굳은 내 머리부터 물에 잘 불려서 좀 더 유연하게 만들어야 하는건 아닌가 싶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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