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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통 제43차 세미나 후기

Dog君 2012. 7. 8. 14:41

0. 그간 바쁘다는 핑계로 세미나를 두번씩이나 빼먹었던 참인데 이번에는 아니나다를까 발제까지 떠맡게 되어 참여치 않을 수가 없었던 세미나라 하겠다.


1. 이번 주제는 '전환기의 역사정책'이었던가... 뭐 그랬는데 '전환기'라는 말은 개콘 유행어쯤 되는 것처럼 여기저기서 많이 듣고는 있는데, 예전에 '아햏햏'이란 말을 들었을 때처럼 암만 들어도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다. 거기에 '역사'와 '정책'을 섞어서 '역사정책'이란 괴이쩍은 단어까지 만들어 붙여놔서 기획의도가 뭔지도 잘 모르겠다. 세상이 엿같아지니까 역비의 기획특집도 점점 괴작이 되어가는 것 같다. 다음 통권 100호 특집이 기대된다.


2-1. 원래는 이번 모임에서 통통통 기획자를 바꿀 계획이 있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현재 기획자인 준석씨로 2개월간 유임시키는걸로 결정됐다. 눈치를 보니 준석씨가 기획자 일을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이번에 바꾸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몸이 피곤하면 일의 퀄리티도 떨어지게 마련이잖아) 어쩌다보니 이렇게 돼서 좀 미안타.


2-2. 개인적으로 새 기획자가 나오면 역사학으로 좀 많이 쏠려있는 통통통 세미나 분위기에 어떤 식으로든 (욕을 졸라게 처먹더라도) 자극을 줄 필요는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텐아시아에 실리는 기획기사나 칼럼이면 어떠냐...싶은 마음도 있다. 물론 내가 기획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기 때문에 이런 얘기는 그 자리에서 하면 좆된다절대 안 된다.


3. 발제는 역사교육에 관한 것이었는데 역사교육 전공자가 비교적 많은 통통통에서 역사교육에 대해 그닥 좋은 추억도 없는 내게 하필 이 주제가 오고 말았다. 통통통 모임이라는게 사실 역사교과서 문제 때문에 처음 모였던 사람들이란걸 생각하면... 음;;;


4. 아, 그리고 이번 뒷풀이에서도 잠깐 이야기의 중심에 섰던 분.


통통통 남성동지 여러분, 보고 계십니까. 이 분, 연대 동문이십니다!


5. 이번 뒷풀이도 결국 늘어지고 늦어지고 막 그래서 택시타고 집에 갔는데 마지막에 갔던 맥주집은 괜찮았던 것 같다. 손님이 우리 테이블만 있었던 것도 좋았고 신청곡을 틀어주는 것도 좋았다. 그 때 신청했던 노래 하나 유튜브로 꽂아보면...



발제. 안병우, 「민주적인 역사교육정책의 수립과 실천 방안」, 『역사비평』99, 역사비평사, 2012.


  안병우는 민주적인 역사교육정책의 수립과 실천 방안을 통해 이명박 정부 이래 끊임없이 잡음이 일어났던 역사교과서 문제를 살펴보고 그 과정에서 불거진 쟁점들과 그에 대한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글은 (목차만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특별히 새로운 쟁점이나 해법을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보다는 그간 제기된 여러 문제들을 잘 정리한 것에 가깝고 그 내용에 관해서도 이 자리에서 굳이 이견이 제시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이 글에 관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개별 사안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기보다는 역사교육에 관해 좀 더 일반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전환기의 역사정책'이라는 이 글의 기획의도에도 좀 더 부합할 것 같습니다.


  글 전체에 녹아있는 저자의 문제의식은 역사교육에 가해지는 외부적 압력, 특히 권력의 간여를 차단하고 학계의 연구성과를 공정하게 역사교육에 반영할 방법은 무엇인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조금 의심스러울 수 있는 것은 저자가 제시한 해법이 모두 법과 제도의 뒷받침이 있을 때에만 가능한 것들이라는 점입니다. 외부의 권력에 의한 압력과 왜곡을 막기 위해 또다시 외부의 법과 제도를 끌어와야 한다는 점은 다소 아이러니합니다. 더욱이 그러한 외부의 간여가 법과 제도의 외피를 두르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런 혐의는 더욱 짙어집니다. 그런 점에서 이 글의 문제제기와 해법은 서로 모순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법치'의 본래 성격이 '인치'의 무제한적인 권력행사를 제어하는 것임을 감안한다면 꼭 그렇게만 보기도 어렵습니다. 법과 제도가 국가운영의 기본인 법치 하에서, 법과 제도야말로 또 다른 법과 제도로부터 역사교육의 자율적 영역을 보장하고 그것을 지킬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패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역사교육을 법과 제도의 촘촘한 망 속으로 집어넣는 것 자체가 또 다른 속박을 만들어내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저자의 대책도 법과 제도를 통해 역사교육의 자율적 영역을 확보하되 그 영역 내부에서 최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자유롭게 오고갈 수 있도록 집필기준을 간소화하고 다양한 단체들이 참여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법과 제도를 통해 외압으로부터의 방어막을 만들자는 저자의 주장은 현실적으로 가장 실현가능성이 높은 대안이고 역사정책이라는 책의 전체 기획과도 상통합니다.


  저 역시도 이상과 같은 저자의 주장에 관해 적극 공감합니다. 하지만 단지 공감한다는 말로만 끝내기에는 다소 마뜩찮은 기분이 듭니다. 이러한 마뜩찮음은 역사교육의 자율적 영역을 확보하는 중요한 지지대가 되어줄 법과 제도가 결코 영속적이지 않다는 사실에서 기인합니다. 어떤 점에서는 법과 제도야말 정치권력의 변화에 따라 가장 변하기 쉬운 것일 수 있습니다. 역사교육 손보기 작업이 이명박 정부 들어 노골화되었다는 점은 그것이 단지 법과 제도의 미비로 인해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정치권력을 소유한 집단이 얼마나 퇴행적인 세계관을 갖고 있느냐의 문제라는 점을 의미합니다. 그런 점에서 법과 제도의 확충은 역사교육의 공정성을 논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일 뿐 그 자체가 해법은 될 수 없습니다. 역사교육 지키기의 행동반경을 계속 법과 제도의 영역으로 한정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 스스로의 행동반경을 제약하는 행위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역사정책'이라는 전체 기획 역시 조금 순진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정책'은 그야말로 '정권'의 정체성과 지향을 그대로 반영하기 마련인데 과연 그것이 얼마나 "과거에 대한 독점적 해석이나 국가 주도의 관제적 역사상, 또는 역사의 당파 정치적 악용을 위한 것이 아니""보편적 규범과 가치, 즉 인권과 민주주의, 주권과 자존, 화해와 공생, 평화와 통일 등에 관련된 역사적 현재의 구성을 위한 역사 관련 정책"으로 남을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끌어가면 결국 문제는 다시 사회적 역관계의 문제로 돌아옵니다. 냉전적 역사의식을 가진 사람들은 그간 꾸준히 있어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교육이 이만한 정도로 냉전주의를 극복하는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은 역사학도들의 일치단결된 힘 때문일 수도 있지만 우리 사회가 냉전주의적 세계관으로부터 그만큼 자유로워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한 사람의 역사학도로서 역사학을 부차적인 수준으로 간주하는 듯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결코 유쾌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역사학을 '정책'의 수준에서 이야기하고 싶다면 그것이 단지 역사학 그 자체의 문제로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글에서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역사교육을 외압으로부터 보호하고 이것을 학계 일반의 몫으로 돌려준다고 해도 문제의 소지는 여전히 남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학계의 일반적 연구 성과"가 이미 외부의 권력에 종속된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0여년간 인문학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된 국가 중심의 각종 연구프로젝트 지원사업은 인문학 연구자들의 현실적 어려움을 타개하는데 큰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국가가 연구 아젠다에 직접 관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고 연구자들의 활동을 연구프로젝트 내로만 제약했다는 지적도 아울러 나오고 있는 형편입니다. 물론 당장 문제가 되는 외압을 막아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역사학을 포함하는 인문학 그 자체가 이미 국가권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에서 당장의 외압 이후에 대한 고민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우리는 몇 년 뒤에 똑같은 고민을 다시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상으로 안병우의 글에 관한 저의 고민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모든 글이 다 그렇지만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보다 그 해법을 내놓는 것이 몇 배는 어렵기에 문제점이랍시고 이야기는 늘어놓았지만 정작 글을 쓴 저도 어느 구석에서 해법을 찾아야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글을 쓰고 보니 역사교육의 자율성이란 곧 역사학이라는 학문 그 자체의 자율성과 직결된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현실의 권력관계를 냉철하게 긍정하면서 역사학의 위기를 '역사정책'이라는 것으로 돌파하려는 시도 자체는 매우 훌륭하고 충분히 지지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그러는 동시에 권력으로부터 침식당하지 않을 수 있는 적절한 거리를 유지할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조금씩 고민을 해둘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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