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君 Blues...
요즘 정치 메모 2 본문
1-1.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열혈운동권이었던 내가 결국 운동조직으로부터 살짝 발을 멀리하기 시작한 것은 진영논리에 질색한 탓이 컸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진보운동의 조직문화란 다른 조직과의 전략적 제휴는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조직 내부는 매우 균질하게 유지되어야 한다는 원칙에 충실하게 마련이다. 그리고 이런 원칙이 잘 통용되는 조직 내에서 일어나는 토론이란 다양한 의견을 쏟아내어 바람직한 합의점을 도출하는 과정이 아니라 중앙에서 하달된 지침을 아랫사람들에게 설득시키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정해진 방침은 지켜져야 하는 것이고 우리의 대오는 강철같이 단결하여 자본가 계급 놈들의 가장 약한 고리를 향해 저돌적으로 돌진하는 창끝이 되어야 하는 것이었다. 이런 문화 속에서 중간항이란 존재할 수 없고 스스로에 대한 성찰도 불가능한 것이었다.
1-2. 자기성찰이 결여된 혁명은 혁명이 아니라 좀 더 예뻐 보이는 가면을 쓴 권력싸움일 뿐이다. 조직내 민주주의나 자기성찰을 이야기하면 항상 '적전분열'라든지 '해당행위'라든지 하는 이름표가 들러붙었다.
1-3. 조직 내에서도 문제였지만 다른 정파와 함께 꾸려갔던 학생회 조직에서는 이런 문제가 좀 더 심했던 것 같다. 가장 큰 정파에서는 이견이고 나발이고 자신들이 말하는 정의의 깃발 아래 모두 단일하게 똘똘 뭉치길 요구했다. 자기들이 정의였으니까. 자기들이 민중의 편이었으니까. 그게 역사발전의 합법칙성이었으니까. 그리고 자기들 숫자가 제일 많았으니까. 어느 자리에서 우리는 우리대로 움직이겠다고 하자 '요즘 애들은 연대할 줄을 몰라'란 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2. 진영논리의 곧 조직논리이다. 정당한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이 좀 비도덕적이어도 용인될 수 있다는 논리. 그리고 그 비도덕성은 조직은 안위를 위해 일단 묻어두거나 용인되어야 한다는 논리. 이렇게만 해도 문제인데 거기에 우리의 목적에 민주주의니 민중승리니 노동해방이니 하는 숭고한 제목이 덧칠되면 여기서부터는 옴진리교 뺨치는 맹신이 된다. 그 맹신이란 '진보'라는 가면을 쓴 권력욕망일 뿐.
이런게 부러운건 아니잖아?
3. 지난 비례대표 선출 때 좀 놀라긴 했다. 오픈프라이머리 형식으로 치뤄진 선출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졌던 후보자가 똑 떨어지길래 아 조직표의 힘이 세긴 세구나 싶었다. (조직표 자체가 나쁜건 아니니까.) 그런데 이 상황을 보니 좀 당혹스럽다. 그 놀라움의 원인이 조작과 비리 때문이었던건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몹시 빡친다.
[한겨레] 통합진보 비례경선 "현장투표 80~90%서 문제"
3. 운동권 일부의 폐쇄적인 조직문화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한게 언젠데 아직도 그대로다. 아니 문제는 점점 더 커졌다. 지난 10여년간 꾹꾹 참아가면서, 소위 '당권파'라고 부르는 애들이 하자는대로 묵묵히 따라오면서 여기까지 만들어왔는데 이 꼬라지를 만들어놓은 것이다. 이게 ㅅㅂ 박정희나 전두환 하던 짓거리랑 대체 뭐가 다른지 누구 나한테 설명 좀 해주라. 솔까말 지난번에 진보신당이랑 찢어질 때도... 표면상으로는 북한에 대한 입장 차이가 문제였지만 실제로는 에이 몰라 그냥 말할래NL의 패권적 운영이 원인이었잖은가.
4. 비례대표 1번이 사퇴했다는 소식은 나왔지만 현재 시점으로 볼 때 '당권파'는 일단 버티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 당대표만 사퇴시키거나 실무진 수준에서만 처벌을 최소화시키면서 사람들 기억에서 잊히길 바라는거겠지. 국회의원 자리를 포기할 순 없잖아. 그런데 이렇게 막무가내로 버티다가 검찰이 껴들어오기 시작하면 그 때부턴 정말 좆되는거다. 수사는 대선 전후로까지 질질 끌릴 것이고 그러면 '진보진영 씹쌔끼개새끼論'이 횡행하다가 야권연대 개박살나고 박근혜 세습대통령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