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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한국의 내셔널리즘과 소국의식 (기무라 간, 산처럼, 2007.)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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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한국의 내셔널리즘과 소국의식 (기무라 간, 산처럼, 2007.)

Dog君 2008. 7. 10. 22:15
1. 역사학, 아니 인문학의 언저리에서 잠시라도 깔짝거려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머리 싸매고 고민해봤을 주제가 하나 있다. '내셔널리즘'. 음. 전국 각지의 인문학도들의 입에서 일제히 쌍욕이 울려퍼지는 듯 하구나.

2-1. 내셔널리즘은 근대의 전적인 산물이라는 둥 어떻다는 둥 하는 소리는 이제 기본적인 소리니까 일단 쌰랍. 내셔널리즘이 분명 근대국가가 보편적으로 가지는 성격인건 분명 맞다. 근데 그것이 각 국가들에게서 공통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사실. 자, 나는 우리가 여기서 베네딕트 앤더쓴의 '상상의 공동체'에 나오는 '모듈module' 개념을 살짝 빌려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잉.

2-2. 앤더쓴은 '상상의 공동체'에서 민족주의는 서유럽, 아메리카, 러시아의 역사적 경험에 따라 세 가지 모듈을 가지고 있으며, 나중에 아시아 및 아프리카의 엘리트가 각자의 조건 및 선호에 따라 그 중 하나를 선택한다고 보았는데, 사실 이 설명을 그대로 채용하는 건 무리가 있지 않나 싶다. 각 식민지 엘리트(혹은 민중)들도 자기 나름의 고유한 네이션 공동체를 '상상'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2-3. 따라서 한국의 내셔널리즘을 파악하는데 있어서 식민지 엘리트들의 '상상'력의 내용이 과연 무엇인가를 규명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겠는데, 그 '상상력의 내용', 즉 한국 내셔널리즘만의 특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는 사실 아직까지 그다지 많은 편이 못 된다는거. 이러니까 인문학도들이 맨날 입에 쌍욕을 달고 사는겨.

2-4. 그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전근대 한국사회에 과연 '민족의식'이라는게 있었냐 없었냐는 건 진짜 하나도 안 중요하다는거고, 서구 내셔널리즘이 한국사회를 지배하게 되었다는 소리도 틀렸다는 거. 분명히 근대의 어느 시점을 계기로 수입된 내셔널리즘은 한국사회에 이미 존재하던 '어떤 조건'(그게 민족의식인지 뭔지는 당연히 모르는 거고)과 융합되면서, 또 다른 내셔널리즘의 모듈로 변화했다는거여. 근데 이걸 여전히 '내셔널리즘'이라고 호칭해버리면 문제가 개소리 명창도 이만한게 없다는거다. 유 노 와람쌩? 한국의 내셔널리즘이랑 서구의 내셔널리즘이랑 같냐 이거여. (우리가 '꽃'이라고 호명해버리는 순간 수없이 많은 꽃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은 단 하나의 단어 속으로 수렴되어버린다는 소리는 고등학교에서 배운 것이니, 무슨 소린지 모르겠으면 국어책 다시 보셈. 근데 이거 의외로 소쉬르가 나불거린 이론이라는거. 알고보면 울나라 고딩들 좆나 똑똑해.)

2-5. 따라서 내셔널리즘이 근대 한국이라는 특수한 조건을 만나서 산출된 독특한 모듈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내셔널리즘이라는 호칭을 탈피할 필요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식민지 내셔널리즘colonial nationalism이라는 단어를 제안해보고 싶은데, 나처럼 개털 근본도 없는 새끼가 하는 소리에 귀기울일 사람 있을리 만무하니 그냥 여기서나 지껄일 뿐. (그래도 방어적 민족주의니 뭐니 하는 궁색한 변명 같은 레토릭은 집어치우자, 좀.) 우야던동 내셔널리즘에 대한 최근 내 생각의 진전은 여기까지.

3. 앗, 책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개인적인 나불거림으로 벌써 여기까지 내용을 채워버리다니. 이런 씹숑구리. 그럼 책에 관한 평가는 짤막하게... ㅡㅡa

4-1. 아까 식민지 엘리트들의 상상력의 내용을 말했는데, 이 책의 저자는 그것을 '소국의식'에서 찾는다. 근데, 이 양반이 끝까지 "소국의식은 이거!"라고 말을 안 해준다. 뭥미. 알아서 제깍제깍 찾아서 이해하란 뜻이긴 하겠지만 그래도 좀 너무하잖아. 책 타이틀로까지 올려놨는데 이런 식으로 해도 되나, 이거. 대충 내 맘대로 정리해보자면 자신의 국가의 ‘작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필요에 따라 대국大國의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려는 생각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4-2. 근데 문제는 이 양반이 소국의식에 너무 좆나게 심하게 집착한다는 사실. 저자는 지나치게 소국의식을 근대 내셔널리즘과 직결시키려고 노력한 나머지 전근대사회와 근대사회를 무리하게 연결시켰고, 그 과정에서 조선 후기 사회가 보여주었던 사상적, 경제적 역동성을 간과해버리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무리하게 개념을 적용시키다보니 그게 정합하는 사례를 찾는 것에도 다소간의 무리가 따르게 되고, 그러다보니 그 사례들이 당대의 역사적 상황을 잘 반영하지도 못하는 결과에 빠져버린 듯 허다. 여기에 개념의 불명확함까지 더해지면서... 뭐... 이 정도만 하자. 더 써봐야 좋은 소리 안 나올 듯 하다.

4-3. 그래도 이거 기말 과제로 낼 때는 "나름 이러저러한 부분은 긍정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는 소리 정도는 써줬는데 어차피 조또 내 맘대로 쓰는 블로그니까 그런 인사치레는 생략.

5. 윗줄 보면 대충 눈치챘겠지만, 본 리뷰는 본인의 기말 과제에서 상당 부분 인용된 무성의한 리뷰임을 아울러 밝히면서... (그래도 쓰는데 40분 넘게 걸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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