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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권자금 소고

Dog君 2013. 11. 3. 22:51

[링크] 근로정신대 할머니, 14년만  미쓰비시에 승소


  지난 신일본제철 판결에서도 그랬는데, 개인청구권을 인정하는 판결이 속속 나오고 있다는 점은 참 고무적인 현상이라 하겠다. 과연 국가가 개인의 권리를 대신하여 행사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도 그렇고, 청구권 협상 과정에서 당장의 자본 도입 때문에 애써 생까고 넘어갔던 문제들이 다시 논의의 장으로 나오는 것도 그렇다. 비록 한국법원에서의 판결에 그치고 있어서 쬐까 아쉽기는 하다만은, 박근혜 정권 치하에서 이런 판결이 나온다는 점만으로도 이거 꽤 의미심장한 일이다.

  사실 그보다 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정신대와 위안부와 강제징용으로 흘린 피와 땀의 댓가를 누리는 것이 단지 일본 기업만은 아니라는 사실. 예를 들어... 나는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입니다" 혹은 세상 오만가지 물건 중에 철이 안 쓰이는 것이 없다고 자랑하듯 말하는 포스코의 광고를 볼 때마다 마음 한켠이 영 찝찝한데,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많은 물질적 풍요들이, 청구권 문제의 가장 큰 수혜자인 포항제철으로부터 비롯했음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5억달러에 달하는 청구권자금이 66년부터 10년에 걸쳐 들어왔는데, 대략 6년차부터는 그 돈이 포항제철에 거의 몰빵됐고 결과적으로는 전체의 1/4 정도가 들어갔다. 돈만 그런게 아니다. 관련 법규 및 청구권자금 집행 절차가 빠른 도입과 집행을 위해 싸그리 개정됐고, 뭐 그 외에도 이런저런 지원이 보통 아니었다.

  작년이었나 그랬다. 포스코가 식민지 피해자들(정확히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난다;;)을 위해서 100억 정도를 내고 한참 생색을 냈던 적이 있다. 근데 청구권자금 중에서 포항제철로 들어간 돈이 1억 달러가 넘는데, 머리 아프니까 대충 1억 달러로 퉁치고 환율을 1150원으로만 쳐도... 아이고 이게 다 얼마냐. 뭐 환율이나 물가의 변동도 쫌 복잡하게 고려해야 되겠지만, 그래도 딸랑 100억원으로 퉁치자는 건 좀 너무했다 싶다.

  좀 더 넓게 보면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 중에서 그러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겠나. 이런 기사 볼 때는 기뻐하고 축하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반응이겠지만, 그렇다고 이걸 '일본 놈들 꼬시다'는 수준으로만 읽으면 안 될 거 같다. 우리가 역사에서 얻을 수 있는 성찰이란 것이, 그저 어느 한쪽만을 향한 일방적인 질책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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