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君 Blues...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이오덕, 권정생, 양철북, 2015.) 본문
1. 누군가를 만나고, 서로를 존중하고, 각자의 뜻을 알아주는 것. '지음(知音)'이란 말이 여기에 딱 맞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이 쓴 아름다운 편지글이다. 사실 별 대단한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아무 쪽이나 펴서 읽고 있으면 마음이 괜히 흐뭇해지고 편안해진다.
병든 사람은 병든 사람만이 위로해 줄 수 있고, 가난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만이 도와줄 수 있답니다. 신 김치일망정, 쓴 된장일망정, 진정 사랑하는 망므으로 저를 찾아오는 가난한 이웃들을 저는 저버릴 수 없습니다.
제가 돈이 생기게 되면, 건강해진다면, 사회가 알아주는 그런 훌륭한 사람이 되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많은 것을 잃을 것입니다. 저는 그것이 싫답니다. (p. 55. 1974년 4월 22일 권정생이 쓴 편지 中.)
서울 가고 싶다 하시다가 다시 못 가신다고 하셨는데, 꼭 못 가신다면 모르지만 웬만하면 가시는 것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하기야 출판기념회라고 별다른 것 얻는 것도 없습니다.
옛날의 동화 작가 서덕출 씨는 불구의 몸으로 울산의 제집 밖을 나가 보지 않았다고 하고, 철학자 칸트도 평생 고향 밖을 나가 보지 않았다고 듣고 있습니다. 여행을 한다는 것이 반드시 훌륭한 사상이나 예술을 창조하는 데 있어서 필수한 조건이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단지 제 마음 아픈 것은 선생님이 늘 그곳에만 계시어 얼마나 답답해하실까, 하는 것입니다. 겨울에는 날씨도 춥고 해서 출입이 힘들다면 다음 해 봄이나 여름쯤 선생님이 희망하시면 서울 한번 가보십시다. (p. 88. 1974년 12월 8일 이오덕이 쓴 편지 中.)
하느님 나라는 절대 하나 되는 나라가 아닙니다. 하느님 나라는 일만 송이의 꽃이 각가 그 빛깔과 모양이 다른 꽃들이 만발하여 조화를 이루는 나라입니다. 꽃의 크기가 다르고 모양이 다르고 빛깔이 달라도 그 가치만은 우열이 없는 나라입니다. (p. 207. 1980년 7월 24일 권정생이 쓴 편지 中.)
지난번에 제가 여태까지 보낸 선생님 앞으로의 편지를 책으로 묶으신다고 해서, 이젠 편지 쓰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선생님께 드린 편지는 모두가 저의 감정을 그대로 쓰고 싶을 때마다 쓴 것이서 정말 남에게 보이게 되면 부끄러울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건 그만둬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래야만 앞으로도 마음 놓고 편지 쓸 텐데, 여간 괴롭지가 않습니다. (p. 315. 1986년 2월 12일 권정생이 쓴 편지 中.)
'잡冊나부랭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잃어버린 근대성들 (알렉산더 우드사이드, 너머북스, 2012.) (0) | 2015.09.02 |
---|---|
나의 삼촌 브루스 리 (천명관, 예담, 2012.) (0) | 2015.06.20 |
길, 저쪽 (정찬, 창비, 2015.) (0) | 2015.06.20 |
스토너 (존 윌리엄스, 알에이치코리아, 2015.) (0) | 2015.05.25 |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유시민, 생각의 길, 2015.) (0) | 2015.05.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