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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아닌 (황정은, 문학동네, 2016.)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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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아닌 (황정은, 문학동네, 2016.)

Dog君 2017. 1. 4. 16:22


1. 소설을 읽고 나서, 그 소설에 대해서 말하고 쓰는 건 (나한테는) 참 어려운 일이다. 읽다 보면 '와 이거 참 좋다'는 느낌까지는 드는데, 그게 왜 좋은지 설명하려고 하면 말문이 막힌다. 그나마 역사 공부 좀 했답시고 역사책에 대해서는 그게 좀 되는데, 소설은 읽은지 얼마 되지도 않고 읽은 책도 많지 않아서 그런지 말이나 글로 뭐라뭐라 말을 보태기가 참 어렵다. 좋다는 느낌은 직관의 영역이지만 왜 좋은지를 설명하는 것은 비평의 영역이라서 그런가보다.


2. 황정은 소설을 퍽 좋아하는 편이다. 가끔 생각날 때마다 이름을 검색해서 신간이 나오면 빠짐없이 사서 보는 편이다. 무슨 뭐 독자와의 대화에 참석한다거나 예약 구매를 한다거나 인터뷰 기사를 챙겨 읽는다거나 하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가 쓴 글이 책으로 엮여 나오는 것 정도는 챙겨 읽는다. 물론 그의 글이 왜 좋은지 설명할 능력은 여전히 없다.


3. 소설을 읽을 때는 가능한 마음을 편하게 가지려고 노력한다. 글의 구조라거나 논리적 연결고리 같은 것들을 생각하지 않고, 그냥 문장 하나하나를 읽으면서 그 기분에 빠지려고 애쓴다고나 할까. (그런 긴장감은 역사책 읽을 때 가지는 걸로 충분하니까.)


4. 비루한 삶과 끝나버린 사랑에 대해 덤덤하게 써내려간 황정은의 문장을 읽고 있으면, 뭐랄까... 어느 토요일 아침 느지막히 늦잠에서 일어나 한 4년쯤 전에 헤어져서 이제는 가슴이 아프지도 생각이 나지도 않는 옛 연인과의 기억을 떠올리는 느낌 비슷한 것이 든다. 그냥, 어쩐지, 별 이유 없이, 그냥 그 느낌이 좋아서, 황정은의 문장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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