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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코다 이발소 (오쿠다 히데오, 북로드, 2017.)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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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코다 이발소 (오쿠다 히데오, 북로드, 2017.)

Dog君 2017. 1. 30. 20:21


1. 겉표지에는 귀향을 선언한 아들인 가즈마사와 작은 마을에서 25년째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는 아버지 야스히코 사이에 벌어지는 좌충우돌 분투기 같은 것이 주된 내용인 것처럼 써놨지만 실제 내용은 전혀 안 그렇다. (누가 쓴 거야...) 그보다는 작은 마을 도마자와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해프닝들을 야스히코의 관점에서 찬찬히 써 놓은... 뭐랄까 소설판 '전원일기'라고나 할까.


2. 발전의 전망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지방의 작은 중소도시가 고향인 내가 설날 연휴에 오가는 버스에서 읽기에 딱 좋은 소설이었다.


  야스히코는 최근 자신의 편협함을 반성한 터라 어떻게든 순순히 귀 기울이려 애썼지만, 소용없었다. 이런 얘기는 20년 전부터 들어왔다. 영화제를 유치하면 사람들이 모일 것이다, 탄광 박물관을 만들면 관광객들이 올 것이다. 그러나 전부 허사였다. 증거가 이 동네 곳곳에 잔해로 남아 있다.

  야스히코는 도저히 의혹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도쿄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인구가 줄어 제 기능하지 못하는 곳을 두고 이 고장에는 가능성이 있다고 부추기는 것은, 주민에게 일시적인 꿈을 심어주고 위로하면서 도시와의 격차를 애매모호하게 만들고 싶어서가 아닐까. 에도 시대의 귀족 계급이 세금을 걷어 들이기 쉽게 농민을 장사꾼보다 위라고 추켜세운 것이나 다름없는 짓거리가 아니겠는가. (pp. 53~54.)


  다음 날, 다리가 불편해 이발소에 올 수 없는 노인을 위해 야스히코는 출장 이발에 나섰다. 인구가 적은 동네다 보니 이런 서비스도 하게 된다.

  도구를 챙긴 가방을 들고 차에 올라탄다. 가는 길, 스포츠센터 옆을 지나는데 그라운드 골프를 치는 동네 할머니들 모습이 보였다. 우리 어머니도 있을까 하고 속도를 줄이자, 한결 큰 소리로 뭐라 외치면서 무리의 중심이 되어 즐기고 있었다. 하아, 여자는 정말 강하다. 아버지도 하늘나라에서 쓴웃음을 짓고 있을 것이다.

  그러다 다시 속도를 높여 떠나려는데 한 할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머리에 스카프를 두르고 있어 얼굴은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겉모습으로 봐서는......

  그때, 커다랗게 외치는 소리가 날아들었다.

  "다음은 후사에 씨 차례야."

  야스히코는 하마터면 운전석에서 엉덩이가 미끄러질 뻔 했다.

  바바 할아버지도 아마 별 불만이 없을 것이다. 후사에 할머니가 집 안에만 박혀 있는 것은 아무도 바라지 않는다.

  하늘에서 종달새가 재잘재잘 지저귀고 있었다. (pp. 110~111.)


  "나도 도시에 살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 있어. 도마자와는 프라이버시나 개인의 삶이 없는 곳이니까 말이야. 다들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다 보니 뭘 해도 다 알려지고. 게다가 한 번 잘못하면 평생 얘깃거리가 되고. 그러니 숙명이다 여기고 체념하는 수밖에 없다고. 다이스케, 농사 그만둘 건가? 그럴 수 없겠지. 도마자와를 떠날 건가? 그럴 수 없겠지. 그럼 훌훌 털어버리자고. 모두가 한 연못 안에서 똑같은 물을 먹고 살고 있어. 그게 도마자와야. 그러니까 어울려. 자기를 버리고 그냥 어울리라고. 그럼 편히 살 수 있어." (pp. 164~165.)


  크레인에 설치된 카메라가 공중에서 찍는다. 눈길에 발자국을 여러 번 낼 수 없으니, 단번에 가야 한다고 한다.

  "괜찮겠습니까? 우리 어머니 전혀 연기를 모르는 사람인데요."

  걱정스러워 감독에게 물으니, "걱정할 거 없어요. 화면에 크게 어필되는 것도 아니니까." 하고 태평스럽게 대답했다.

  혹시나 해서, 다른 장소에서 주저앉는 장면만 연습해봤는데, 어머니는 긴장한 탓인지 엉덩방아를 제대로 찧지 못했다. 좀처럼 촬영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야스히코는 책임감을 느끼고 어머니 옆에 들러붙어 "좀 더 자연스럽게" 하고 몇 번이나 조언을 했다.

  "어머니, 연기하지 않아도 됩니다. 기껏해야 5초 정도 되는 장면이에요. 잘 안 되면 컷을 할 거니까, 걱정 마세요. 실례가 될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배역이면 배우를 썼을 겁니다."

  감독이 가볍게 말한다. 어머니는 그 말에 마음이 좀 놓이는지, 몸에서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엉덩방아를 찧었다.

  드디어 촬영에 들어갔다. 야스히코는 스태프에 섞여 마른 침을 삼키며 모니터를 지켜보았다.

  "자, 스타트!"

  감독의 사인이 떨어졌다.

  어머니가 저쪽에서 걸어온다. 눈이 흩날리고, 하얀 눈에 어머니의 발자국이 하나하나 찍힌다. 바로 위에서 찍고 있는 탓에 우산에 가려 어머니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모니터로 보니 정말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과연 이런 게 영화로구나 하고 야스히코는 소름이 다 끼쳤다.

  잠시 걷다가 시신을 발견한다. 우산이 눈 위로 나동그라진다. 이때야 어머니 모습이 처음에 화면에 비쳤다. 엉덩방아를 찧은 어머니가 몸을 꿈틀거리며 돌아온다.

  "컷!"

  감독의 목소리가 울렸다.

  "오케이. 잘하셨습니다."

  스태프들도 표정을 누그러뜨리고 "수고하셨습니다." 하고 어머니를 치하했다.

  야스히코도 감동스러웠다. 어머니도 그런지 "언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하고는 얼굴을 붉혀 주위 사람들을 웃겼다. 눈이 계속 흩날리는데도 조금도 추위가 느껴지지 않았다. (pp. 244~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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