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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열자, 조선을 습격하다 (신동원, 역사비평사, 2004.)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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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열자, 조선을 습격하다 (신동원, 역사비평사, 2004.)

Dog君 2021. 5. 19. 22:03

 

  서울에서는 역병이 돌 때 한성부에서 환자나 주검을 적발하여 성 밖으로 격리시키는 조치를 취했고, 혜민서나 바로 성 밖에 있는 동서활인서에서는 역병으로 생긴 기민들을 보살피는 임무를 맡았다. "(...) 윤질이 크게 유행하여 사망자가 매우 많다. 활인서, 혜민서에 구료를 맡겨 삼군문(三軍門)으로 움막을 짓도록 하고 진청(賑廳)으로 하여금 식량을 공급토록 하라"는 1815년의 『순조실록』의 기록은 당시 서울의 각 기관에서 어떻게 전염병 환자를 처리했는지 잘 보여준다.
  동서활인서의 주요 기능은 병자에 대한 약물치료보다 기민들에게 죽의 형태로 최소한의 영양가를 공급하여 단지 사문(死門)을 넘지 않도록 하는 데 있었다. 전염병이 크게 유행하면 할수록 구휼 대상자가 많아지고 정부에서 줄 수 잇는 곡식에도 한계가 있는 것이어서, 진제소 안에서는 기민들의 생존경쟁이 더욱 치열했다. (46쪽.)

 

(...) 조선에서는 전염병의 철저방역을 내세우며, 경찰과 헌병이 전염병 유행지의 조선인에 대한 삼엄한 단속을 실시했다. 그 과정에는 경찰의 '자의적' 판단이 크게 개입되었으며, ‘억울한’ 다수의 조선인이 경찰의 단속대상이 되어 인권을 침해받을 수 있는 소지가 컸다. 또한 이 규정을 어긴 사람은 범죄자로 취급받았으며, 징역형을 살거나 많은 벌금을 내야 했다. (71쪽.)

 

  그것은 근대였다. 세균설의 과학이 있었고, 잘 훈련된 경찰의 권력행사가 있었고, 생활양식의 일대 변모가 있었다. 예방접종 증가나 사망률 감소 같은 수치가 이를 지지한다. 이런 현상의 변화를 근대라고 하자면 그것은 근대다. 그러나 선진제국이나, 정도는 덜하지만 일본의 경우처럼 수준 높은 연구와 그에서 비롯하는 과학적 합리성이 살아있고, 경제력의 향상과 중산층의 확대, 교육과 지식의 증가와 그로 인한 위생, 건강상태의 개선이 이루어진 사회를 '좀더 나은' 근대라고 한다면, 식민지 조선은 그것이 아니었다. (85쪽.)

 

  조선후기 사회에서는 신분과 경제력에 따라 의료이용에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경제적 능력이 있는 양반은 고급의술인 의원과 약을 쉽게 이용할 수 있었지만, 돈없는 서민은 장님 또는 점쟁이를 이용했다. (...) (131쪽.)

 

  사회적 취약자에 대한 국가의 일반적인 복재대책은 휼전(恤典)에 망라되어 있다. 『대전회통』 「예전」 '휼전'에서는 노인, 노처녀, 고아, 병자, 기민(飢民), 역병환자, 행걸아(行乞兒) 등에 대한 사항을 규정했다. 1품 이상 품계로 70이 넘어 벼슬을 사양한 노인에게 지팡이를 하사할 것, 70세 이상 당상관이나 공신 당사자 및 그 부모와 처를 대상으로 매달 술과 고기를 지급할 것, 30세 되도록 시집 못 간 빈곤한 사족의 여인에게 자재(資材)를 지급할 것, 친족 없이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걸식하는 자와 부양할 사람이 없는 늙은이에게 옷감을 지급할 것, 버려진 아이를 양육하는 사람에게 옷감을 지급할 것, 가난한 병자에게 의약을 줄 것, 흉년에 버려진 아이를 타인이 거두어들여 구활하여 자식으로 삼는 일을 허락할 것 등이 그 내용이다. (166~167쪽.)

 

  현대 한국인에게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의미있게 다가온 것은 1955년 이후부터이다. 이 해에 연세대 의대에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그 선서는 원래 히포크라테스의 선서가 아니라 1948년 세계의사협회(WMA : World Medical Association)에서 제정한 제네바 선언을 번역한 것이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 형식을 모방해서 만든 이 선서에 히포크라테스의 권위를 붙인 것이다. (...) (257~258쪽.)

 

교정.

166쪽 21줄 : 지팡이 하사할 것 -> 지팡이를 하사할 것

48쪽 캡션12줄 : 있었다.  여단에서 -> 있었다. 여단에서 (띄어쓰기 2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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