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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데믹 히스토리 (장항석, 시대의창, 2018.)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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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데믹 히스토리 (장항석, 시대의창, 2018.)

Dog君 2021. 5. 19. 22:01

 

  이 책에 따르면, 인류가 나무 위에서 살던 시절부터 전염병은 인류의 역사와 사회를 변화시킨 압력으로 작용했다. 유인원과 다름 없었던 시절에는 인류를 나무 위에서 내려와 대지에 서게 했고, 선사시대에는 인간의 활동 반경을 아프리카 대륙 밖으로 확장시켰으며, 중세에는 종교의 권위를 무너뜨렸고, 근대에는 행정과 학문의 발달을 추동했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코로나19 이후를 전망하는 것이 좀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 역시 인류 사회를 크게 바꿀 것이라는 전망하다. 과거에 전염병이 인류의 역사를 어떻게 바꿨는지를 알면, 코로나19로 새롭게 다가올 인류 사회에 대해서도 더 잘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질병의 또 다른 일면은 사회적인 부분에 있다. 기본적으로 질병은 각 개체가 걸린다. 하지만 내가 아닌 남이 걸린 병이라 해도 그가 가족이거나 친척, 친지일 때 우리는 자기 자신이 아픈 것 같은 경험을 한다. 인간이 사회를 이뤄 살아가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사회를 이루는 근간은 결속과 이해인지라, 이런 경험은 상호 연민에서 비롯한다. 그래서 누군가 아프고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그 상황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그 일이 자신에게 닥친 듯 공감한다. 또 실제 도움을 주거나 상호 협력하려고 한다. 나아가 조직적인 구제활동을 할 수도 있고 사회제도를 새로 만들 수도 있다. 이를 테면 질병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 (13쪽.)

 

  (...) 인류의 조상이 살던 열대우림은 기온이 높고 습했지만, 일정한 온도와 우거진 나무 덕분에 환경 변화가 급격하지 않았고 천적에게서 보호될 수 있었다. 나무 위는 몸을 보호할 만한 특징이라고는 단 하나도 없는 몸집이 작은 유인원이 살기에 아주 적합한 곳이었다. 그런데도 인류의 조상은 나무를 내려와 초원에 섰다. (...) 이 일은 천지개벽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엄청난 사건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왜 그랬을까?
  오늘날에도 유인원류나 다른 원숭이류에 만연한 여러 질환, 특히 세균 전염성 질환은 안류의 조상이 나무에서 내려오기 전에 걸린 질환과 거의 같을 것으로 본다. 진드기, 벼룩, 파리 등 원숭이류에 기생하는 생물 역시 원시 인류를 상당히 괴롭혔을 것이다. (...) 그래서 나무 위에 거주하던 원시 인류는 거의 평생 세균과 기생충 질환으로 고통받았고 생존율도 매우 낮았다. (...)
  초원은 나무 위보다 건조하고 햇빛이 강해 거의 대부분의 기생충이 살기 힘든 환경이기 때문에 곤충이 퍼뜨리는 몇몇 질병을 빼고는 미생물에 직접 감염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 결국 인류의 조상은 질병을 피해 초원으로 내려왔을 가능성이 있다. (...) (53~54쪽.)

 

  그러나 거칠 것 없던 인류에게 새로운 천적이 나타났다. 인구가 늘자 한정된 지역의 인구밀도가 높아지면서 자연히 먹잇감이 줄었고,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기아 문제에 직면했다. 영양 상태가 나빠지면서 기생충 질환을 비롯한 전염성 질환이 발생해 인류의 체력과 번식력은 저하됐고, 이는 결국 인구 감소로 이어졌다(다윈의 학설에 밑거름이 된 토머스 맬서스의 이론에 부합한다). (...)
  결국 인류는 초원에서 맞이한, 스스로 초래한 환경 변화와 새로 등장한 치명적 질병 탓에 또 다시 먼 길을 떠나는 모험을 감행해야 했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는 않지만, 인류가 다시 이동하게 된 수많은 원인 가운데 질병을 중요한 원인으로 꼽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 (...)
  열대를 벗어나자 인류는 기생충과 병원균의 감염에서 자유로워졌다. 건강과 활력이 증진되고 인구 증가가 가속화됐다. (...) (58~59쪽.)

 

  이 전쟁(크림 전쟁 - 옮겨쓴이) 시기에 의학사에 큰 변화를 일으킨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나이팅게일이다. 그려를 포함해 많은 여성이 전쟁터를 누비며 부상병과 희생자를 돌봤으며 이를 계기로 현대 간호학이 창시됐다. (...)
  1899년에 발발한 보어 전쟁 때도 비슷한 통계가 있다. 약 3년에 걸친 전쟁에서 영국군 병사자는 전사자의 다섯 배가 넘었다. 하지만 이런 경험을 통해 의학도 변화하고 발전했다. 군진의학軍陳醫學이라는 개념이 이 시기에 성립된 것이다. (...)
  1900년대 초가 되자 이런 노력에 따른 성과가 생기기 시작했다. 조직적으로 예방접종과 위생 관리를 시행한 결과 1904년부터 1905년까지 벌어진 러일전쟁에서 일본군의 병사자는 전사자의 4분의 1로 감소했다. (...) 이 사건은 전쟁의 역사를 획기적으로 바꿨다. 병사자보다 전사자가 많은, 말하자면 헛되이 죽은 젊은이 수가 획기적으로 감소한 최초의 전쟁이었다(물론 전쟁 사망자 모두의 목숨은 앝나깝고 그야말로 헛되이 죽은 것이 분명하다). (247~248쪽.)

 

교정.

121쪽 9줄 : 아가멤놈의 -> 아가멤논의

248쪽 8줄 : 아타깝고 -> 안타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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