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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인리 (우석훈, 해피북스투유, 2020.)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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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인리 (우석훈, 해피북스투유, 2020.)

Dog君 2021. 5. 20. 07:50

 

  우리의 지식은 언제나 제한적이다. 유난히 더웠던 2018년과 2019년. 그 시절에는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는 것과 한국도 더워지고 있다는 정도는 알았지만, 그 여파로 한반도에 바람의 총량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까지는 몰랐다. 적도 인근에 광범위하게 무풍지대가 펼쳐져서 원거리 항해에 나선 범선들을 곤란하게 했던 것처럼, 내륙지역 중심으로 점점 바람이 줄고 있다는 것도 잘 몰랐다. 미세먼지가 점점 더 심해지는 것과 여름에 에어컨 없이 버틸 수 없는 날이 늘어나는 것이 내륙 무풍지대 현상과 연관되어 있는 것을, 2019년에는 미처 잘 몰랐다. 미세먼지도 미세먼지지만, 바람이 불지 않으면 에어컨 도움 없이 여름을 버티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요즘은 기상 방송에서 미세먼지 예보뿐만 아니라 바람 총량과 무풍지역 예고도 한다. 그렇지만 2019년에는 그런 걸 잘 몰랐다. (19~20쪽.)

 

  한국은 60헤르츠의 전기를 사용한다. 질 좋은 전기, 질 나쁜 전기를 가르는 가장 큰 기준은, 교류에서는 바로 이 헤르츠를 말한다. 발전기가 한 대만 움직일 때에는 조금 빨리 돌거나 조금 늦게 돌거나, 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두 대 이상의 발전기가 한 계통에서 같이 돌 때, 지금은 제어하는 나주 쪽에서나, 아니면 발전기 자체적으로나 계통의 주파수에 맞추도록 되어 있다. 만약 지나치게 천천히 도는 발전기가 있으면 평균 주파수를 60헤르츠에 맞추기 위해 나머지 발전기들이 더 빨리 돌게 된다. 실제로 블랙아웃, 행정적으로는 전계통 정전이라고 부르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도 바로 이 동조발전 때문이다. 특정한 발전기에 문제가 생기면 나머지 발전기가 더 빨리 돈다. 그 시간이 길어지고, 그 규모가 커지면 노후된 발전기나 정비불량인 발전기가 먼저 과열로 파열된다. 그러면 나머지 발전기가 그 추가분까지 떠안아야 하니까 더 빨리 돌게 된다. 전체 발전기가 터지거나 계통에서 떨어져 나오는 파국의 순간까지 대략 8초에서 20초 정도 걸린다. 그래서 적정 주파수 관리가 되지 않는 발전기는 아예 계통에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73쪽.)

 

  원전은 24시간 가동된다. 기저부하라고 부른다. 아무 때나 켜고 끌 수가 없어서 가격이 싸게 책정된다. 늘 식탄에 따라오는 밑반찬 같은 거라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LNG 발전소는 기동 시간이 짧아 위기 때 급하게 켜고 끌 수가 있다. 맨 마지막에 기동한다고 해서 첨두부하라고 부른다. 기동이 용이하기 때문에 가격을 높게 쳐준다. 더운 여름, 혹은 아주 추운 겨울에 먹는 값비싼 특식 같은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알뜰한 살림, 특식이라도 줄이자, 그게 원전파가 내세우는 기본적인 논리다. 특식은 비싸기는 하지만 건강에 좋고, 암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도 생겨난다. 상용 발전기 중에서 가장 싼 전기와 가장 비싼 전기 사이에 결국은 정치적 갈등이 존재하게 된다. 그 와중에 핵심 기능을 하던 석탄발전은 일상식 같은 거다. (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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