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君 Blues...
사하맨션 (조남주, 민음사, 2019.) 본문
소외받고 상처받은 자들이여, 이리로 오라!...는 식의 이야기는 이제 살짝 식상한 느낌도 있다. 하지만 이 살벌하고 야멸찬 세상에서 그나마의 인간성이라도 버리지 않고 버티려면 이런 이야기를 정기적으로 스스로에게 수혈해줘야 된다. (가을방학의 '사하'를 배경음악으로 깔면 좋겠으나... 하아... 아오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다만, 진경아. 섣부른 불안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20쪽.)
(...) 사라가 불쑥 울음을 터뜨렸다. 예전의 사라였다면 여기서 끝나 다행이라고, 진심으로 괜찮고 고맙다고 말했을 것이다. 한쪽 눈이 없는 채로 태어났고 열두 살에 엄마가 죽었고 열일곱 살부터 술을 파는 바에서 일했다. 사라는 그 고단한 삶을 이상할 정도로 쉽게 받아들였다. 원망도 후회도 없이 심지어 때로는 감사하며 살았다.
사하맨션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라에게 세상은 딱 그 크기, 그만큼의 빛과 질감, 그 정도의 난이도였다. 그런데 요즘 사라에게 너머의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 왔던 많은 일들에 화가 나고 억울했다. (...) (111~112쪽.)
어른들의 우울한 유배지, 그 안에 속한 어찌할 수 없는 번거롭고 불편한 부속물, 맨션에서 어린아이들은 그런 난감한 존재였다. 아이들도 종종 그 시선을 느꼈다. 은진이 온 후로 아이들에게 맨션은 전혀 다른 세상이 되었다. '기대'라는 감정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어제와 다른 일, 즐거운 일이 생길 거라는 희망적인 예감. (...) (211쪽.)
교정. 1판 4쇄
106쪽 15줄 : 에꾸 -> 애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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