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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事나부랭이

ROAD FC 058 직관 후기

Dog君 2021. 7. 15. 11:02

1-1. 지난 7월 3일 창원에서 열린 ROAD FC 058을 직관하고 왔다. 스포츠 경기야 세상에 널리고 널린 것인데 그것을 직관하고 왔다고 굳이 그것을 블로그 글로까지 정리하는 유난을 떠는 이유는... 내 인생 첫 스포츠 직관이기 때문.

 

1-2. 나는 UFC를 통해 MMA를 처음 접했다. 그래서 꽤 오랫동안 MMA는 UFC만 봤는데, 어느 순간부터 국내 리그에도 조금씩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국내에도 TFC나 AFC, 더블G FC 같은 단체가 많이 있지만 내가 가장 먼저 눈을 준 것은 ROAD FC. 아무래도 국내 MMA 해설의 독보적인 존재였던 김대환이 대표로 갔다는 점 때문에 가장 먼저 눈이 갔다. 물론 제대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SNS와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면서 ROAD FC와 그 구성원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고, 결국 긴 코로나 정국 끝에 7월에 재개된 ROAD FC 넘버링 대회에 직관을 가겠다고 결심을 하게 됐다.

 

2. 경기가 열리는 곳은 창원이라 내가 사는 의왕에서는 정말 멀다. 아침 일찍 수원으로 가서 창원 가는 버스를 타고 4시간 반을 달려야 비로소 도착할 수 있다. Door to Door 기준으로 하면 대략 편도 6시간 정도... 거리는 편도 350km... 경기 당일 하루를 꼬박 소비해야 가능한 일정이다 ㅎㄷㄷ... 아니, 이렇게까지 해서 봐야 하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경기를 보고 난 후의 판단으로는 그럴 가치가 충분히 있었다.

 

 

3. 혼자 가기는 어쩐지 좀 뻘쭘해서 친구 하나를 적극 꼬셨다. 마침 진주에 있어서 멀지도 않거니와 평소에도 MMA 감상평 같은 걸 자주 공유하는 친구다. 물론 육아 등등으로 시간을 내기 어려운 친구가 나 굳이 시간을 쪼개는 것이 많이 미안해서 ROAD FC 티셔츠도 사서 보내주고, 친구 와이프께 커피 세트도 사드리고 그랬다. (그런데 커피 안 드신다는 것이 반전...)

 

4. 아무리 지방이라지만 그래도 방역수칙 때문에 많은 사람이 오기는 힘들지 않을까 했는데, 직관을 온 사람이 의외로 많았다. 한 자리씩 띄어 앉은 분위기가 이 정도인데 나중에 언젠가 사람이 꽉 들어차면 어느 정도일지 기대가 되기도 한다. 그런 동시에 방역수칙 때문에 진행요원들도 고생이 많다 싶었다. 친구들끼리 온 관중은 으레 붙어 앉으려고 하기 마련인데 그런 자리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떨어져 앉으시라고 양해 구하느라 고생들이 많으시더라고. (그리고 이 경기 직후 다시 코로나 대유행이 온 것을 보면 시기 선정이 매우 절묘했다...)

 

 

5-1. 가장 관심이 갔던 것은 역시 메인이벤트와 코메인이벤트. 메인이벤트는 타이틀전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오일학 때문에 관심이 많이 갔다. 개인사도 그렇고, 매 경기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다. 무제한급에서 시작해서 미들급까지 내려온 것도 그렇거니와 경기할 때마다 성장하는 속도가 보통이 아니다. 결국 이 경기는 황인수의 간결함과 노련함 대 오일학의 묵직함과 성장세의 대결이 아니었나 싶다.

 

5-2. 코메인이벤트는 내가 직관을 결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다. 일차적으로는 이벤트매치라서 관심이 더 갔는데 (쪼렙 티 팍팍 나네요...) 경기 전에 유튜브와 SNS를 보면서는 어느 순간 '금광산이라는 남자의 도전을 직접 내 눈으로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 이 경기는 엄청난 논란으로 이어졌고...

 

 

6. 결과적으로 시간과 수고를 들여서 굳이 직관을 한 보람은 엄청났다. 메인과 코메인이 아니더라도 모든 경기가 다 박진감이 있었다. 모든 선수들이 코로나 기간 동안 죽어라고 훈련해서 제대로 칼 갈고 나온 느낌이랄까, 하나 같이 다 멋진 경기들이었다. 화면으로는 전달되지 않는 현장감과 박력이 있었다. 고로 다음 원주 경기도 큰 이변이 없는 한 직관을 가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논란에 대하여. 코메인이벤트에 관련된 논란이 있었다. 나에게는 그에 대하여 논평을 할 정도로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 그냥 보통의 팬으로서 느낀 점만 간단히 적자면, 음... 경기 결과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ROAD FC의 후두부 룰이 그렇다면, 심판으로서는 그런 판정을 하는 것이 옳았을 것이다. 다만 그 룰과 그에 따른 판정이 이런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음이 드러났다면, ROAD FC로서는 팬들의 의견을 수용하여 해당 룰을 수정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ROAD FC 역시 그런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안다.) 다만 나는 ROAD FC의 대응이 약간 아쉽다고 느꼈다. 팬들의 비판을 일단은 있는 그대로 경청하고 그 비판을 수용한다는 이야기가 가장 먼저 나왔으면 어땠을까, 싶다. 심판의 판정이 룰에 합당하냐 안 하냐는 그 말 다음에 나왔으면 더 나았을 것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결국 말하는 내용은 똑같을지 모르지만 어느 말을 앞에 하고 어느 말을 뒤에 하느냐에 따라 어감이 많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잖은가. 말하자면, 사과의 스킬이랄까, 그런 것에 대한 섬세함이 약간 부족했다는 느낌이다. 물론 무효처리나 즉각적인 재경기 주장 역시 옳은 것은 아니다. 어쨌거나 정해진 룰에 따른 판정인데 이를 무효로 처리하면 그간 그 룰에 따라 치러진 ROAD FC의 모든 경기 결과를 ROAD FC 스스로 뒤흔드는 격이 된다. 그리고 스포츠에서 심판의 판정은 일단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즉각적인 재경기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모든 MMA 경기에는 오랜 훈련과 고통스런 감량이 필요하고, 더욱이 이 경기는 금광산 개인적으로도 여러 건강상의 문제를 무릅쓰고 치른 경기였다. 그런 상황을 무시하고 선수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재경기를 주장하는 것이 과연 선수 본인에게 득이 되는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제삼자의 정의감을 충족시키기 위해 당사자가 무조건 희생할 수는 없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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