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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물어보면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없습니다 (김호, 위즈덤하우스, 2019.)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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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물어보면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없습니다 (김호, 위즈덤하우스, 2019.)

Dog君 2022. 3. 6. 10:40

 

  자기계발이나 처세술 관련 책은 좀처럼 읽는 일이 없지만 즐겨듣는 팟캐스트에서 추천한 것을 기억해뒀다가 어찌어찌 연이 닿아서 읽게 됐다. 제목에서부터 바로 느껴지듯이 '질문' 그 자체보다는 '질문의 기술'에 관한 이야기다. 질문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정보의 격차가 전제되어 있고, 아무래도 질문을 하는 쪽이 불리한 쪽이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니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과정에는 늘상 은근한 갈등이 깔려 있는데 이 갈등을 원만하게 풀기 위해서라도 '질문의 기술'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물론 이 책이 그런 화술을 말하는 것에 그치지는 않는다. 이 책의 핵심 키워드인 '질문'은 단지 정보를 획득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창발적인 생각과 더 나은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간주된다. 기본적으로 이 책은 직장생활과 직장인을 염두에 두고 쓴 것이지만 보통의 인간관계는 물론이고 학계의 토론/비평 문화에도 적용해볼 수 있을 것 같다. 토론/비평을 하는 사람도 그렇고, 토론/비평을 청하는 사람도 그렇고 말이다.  자기계발이나 처세술 관련 책은 좀처럼 읽는 일이 없지만 즐겨듣는 팟캐스트에서 추천한 것을 기억해뒀다가 어찌어찌 연이 닿아서 읽게 됐다.

 

  제목에서부터 바로 느껴지듯이 '질문' 그 자체보다는 '질문의 기술'을 말하는 책이다. 기실 질문이라는 것에는 기본적으로 정보의 격차가 전제되어 있다. 질문의 기본적인 기능은 질문자가 알지 못하는 정보를 답변자로부터 끌어내거나 혹은 질문자가 필요한 행동을 답변자가 하게끔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니 당연히 정보를 덜 가진 자(질문자)와 정보를 더 가진 자(답변자) 혹은 권능을 덜 가진 자(질문자)와 권능을 더 가진 자(답변자) 사이의 격차가 있다는 거다. 이렇게 되면 갑이 되는 쪽은 당연히 답변자가 되고 질문자는 아무래도 불리한 쪽이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니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과정은 기본적으로 갑을 관계가 되고 그 바탕에는 은근한 갈등이 깔린다. 이러한 갑을 관계와 갈등을 원만하게 풀기 위해서라도 '질문의 기술'이 필요하다 뭐 이런 얘기다.

 

  예컨대 책 초두에 나오는 환불 불가를 조건으로 예약한 숙소 비용을 환불받은 이야기는 똑같은 질문이라도 '기술'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낳을 수도 있고, 때로는 그것이 정해진 원칙을 넘어서는 힘을 발휘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 2017년 가을 저는 아내와 오래전부터 무려 한 달간의 북이탈리아 여행을 꿈꿔오고 계획했습니다. 아내가 한 달간의 안식월을 받게 되고, 저는 연초부터 프로젝트 일정을 조정하여 한 달간을 비워놓았습니다. (...) 호텔 예약은 온라인 예약 사이트를 이용하여 우리가 원하는 호텔을 가장 저렴한 조건으로 수 개월 전에 예약했습니다. 이때 가장 저렴한 조건 중 하나는 예약을 확정하는 것입니다. 즉, 예약을 취소해도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조건을 선택하면 가격이 더 내려가게 됩니다. (...)
  아뿔싸... 여행을 두 달여 앞둔 시점 아내의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겼고, 아내가 자리를 비울 수 없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풀이 한껏 죽은 표정으로 아내는 도저히 여행을 갈 수 없겠다고 했습니다. (...) 당연히 취소를 시도할 때 온라인 예약 사이트에서는 호텔 예약 금액인 1,592,302원을 모두 지불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잠시 고민을 한 뒤, 이탈리아 호텔로 직접 전화를 했습니다. 이때, 호텔의 담당 지배인에게 제가 공손하게 전한 핵심 메시지는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내가 예약할 때 취소하면 돌려받지 못하는 조건으로 예약한 점은 잘 알고 있다. 이번 여행 스케줄에 대해 아내와 나 모두 확신을 했기 때문이다. 둘째, 아내 회사의 예상치 못한 급박한 일로 아내가 도저히 여행을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셋째, 내가 내야 할 위약금을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거나 전혀 내지 않게 예외 조항을 적용하도록 나를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 부부가 다시 북이탈리아 여행을 하게 될 경우 꼭 당신 호텔에서 머물도록 하겠다.
  담당 지배인은 하루 뒤 이메일로 호텔 예약 사이트에 하루치에 해당하는 위약금만 청구하는 것으로 논의 중이라는 답변을 보내주었습니다. 제게는 정말 커다란 차이였기에 고맙다고 답장을 보냈습니다. 전화 통화를 한 지 나흘째 되던 날 저와 통화를 했던 클라우디오는 제게 "예외적으로 당신의 예약 건을 위약금이 전혀 없이 취소하는 것으로 호텔 예약 사이트와 이야기를 했다"면서 답장을 보내왔습니다. 아! 그때 1,592,302원을 지켜내며 얼마나 안도했는지 모릅니다. (17~20쪽.)

 

  물론 이 책은 그런 식의 화술 정도나 늘어놓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그런 거였으면 내가 안 봤겠지.) 이 책은 '질문'에 대해 대단히 적극적으로 접근한다. 이 책이 핵심 키워드로 삼은 '질문'은 단지 정보를 획득하기 위한 문장 형태 중 하나가 아니라 창발적인 생각과 더 나은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간주된다. 그러니까 '질문의 기술'은, 당장 내 앞에 주어진 문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거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질문'에 접근한 덕에, 이 책의 독자층은 엄청 넓어질 수 있다. 아마도 저자는 기본적으로는 직장생활과 직장인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썼겠지만, 보통의 인간관계는 물론이고 학계의 토론/비평 문화에도 적용해볼 수 있을 것 같다. 토론/비평의 목표란 모름지기 '당신 논지가 틀렸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부족한 논지를 보강하여 좀 더 나은 글로 완성하는 것'에 두어야 한다...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

 

  피드백은 자동차의 거울에, 피드포워드는 자동차의 앞 유리창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피드백은 과거의 내 행동이나 말에 대한 것입니다. 피드포워드는 향후 나의 개선 방향에 대한 제안을 뜻합니다. 우리가 거울을 통해 뒤만 쳐다보면서 운전할 수 없듯이 우리에게 더 중요한 것은 앞, 즉 미래에 내가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제안입니다. (...)
  그렇다면 왜 피드포워드가 피드백보다 더 효과가 있을까요? 과거에 이미한 행동에 대해 피드백을 주는 것은 다소 '정치적' 부담이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부정적으로 들릴 수 있는 의견을 내가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 열에 아홉은 솔직한 피드백을 좀처럼 주지 않습니다. 반면에 피드포워드는 미래에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 부담이 덜합니다. (62~63쪽.)

 

  요건 약간 의외의 포인트였는데, 아래와 같은 태도는 정보과잉의 요즘 시대에 꼭 필요한 자세 아닌가 싶다.

 

  심지어 익숙하게 보이는 상황에서도 내가 모르는 것이 있을 수 있다는 태도는 겸손한 질문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다른 말로 하면, 내가 경험하고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태도입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주 다른 사람도 나처럼 생각할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서로 떠올리는 그림이 다른 상태에서 대화를 하다 보니 결국 이해도 다르게 하게 되고, 나중에 오해까지 발생합니다. 그런 경험 없으신가요? (...) (1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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